법사위 국감 끝난 뒤…“검찰개혁 실종되고 추미애·윤석열만 남았다”

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

2020-10-28 17:58 입력 2020-10-28 19:03 수정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보여준 대립과 이를 둘러싼 여야 공방에 시민사회는 ‘검찰개혁의 본질은 실종되고 추 장관과 윤 총장의 갈등 문제만 남았다’고 비판했다.

참여연대는 28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검찰의 민주적 통제방안 모색 긴급좌담회’를 열어 지난 법사위 국정감사를 평가했다. 앞서 윤 총장은 지난 22일 대검 국감에서 “검찰총장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 “추 장관의 수사지휘는 위법·부당하다”고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추 장관은 26일 종합 국감에서 “수사지휘가 위법하다고 확신한다면 총장직을 내려놔야 한다”고 맞섰다.

전문가들은 검찰개혁의 논의가 추 장관과 윤 총장의 권력 싸움으로 변질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의 관계는 중요한 의제이지만, 체제의 관점에서가 아니라 두 인격 사이의 대립으로만 다뤄지고 있다”라며 “검찰개혁을 이야기하면서 실질적으로는 정치적 이해관계만 따지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한 교수는 “국회 논의 과정에서 ‘검찰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라는 논의는 사라지고 ‘특정 장관이 특정 총장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 ‘자신의 위상과 권력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만 집중하는 상황”이라며 “검찰개혁이 완성됐을 때 검찰의 모습은 무엇인지 한 번도 제시된 적이 없다. 정치권력 등 ‘외부’로부터의 독립과 검사동일체 원칙 등 ‘내부’로부터의 독립을 전제로 검찰 통제의 방향성을 설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근우 가천대 법학과 교수는 “(추미애) 장관 입장에서는 지휘 실패”라며 “문제를 안에서 해결하지 못하고 밖으로 갖고 나와 ‘내가 네 위에 있다’고 소리질러 인정받으면 뭐 하겠냐. 졸지에 윤 총장이 대권주자가 됐다. 이젠 장관이 지시해도 야당 탄압처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검찰이 잘못된 수사를 했다면 수십년 뒤라도 책임지도록 추궁이 가능하다는 전제에서 검찰 수사의 독립성이 논의돼야 한다”며 “대검찰청의 기능이 너무 크고 검찰총장도 검찰 전체를 지휘하는데 너무 강력한 권한을 빼는 방법을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출범을 앞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권력도 어떻게 통제할 것인지 논의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한 교수는 “공수처도 검찰처럼 되지 않으리란 법이 없다”며 “검찰의 막강한 권력을 빼앗으면 그 권력은 누구에게 가야 하느냐. 시민사회가 참여해 통제하는 기구를 만들 수도 있고 검사장 직선제도 고민해볼 만하다. 권력을 나눠갖는 논의가 아니라 권력을 국민에게 돌려주려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윤 총장에게 기대한 것처럼 공수처에 대한 환상이 있는 것 같다”며 “특정 개인에게 기대는 것이 아니라 제도를 만들 수 있도록 의견이 모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추 장관과 윤 총장의 갈등 해결에 ‘선출된 권력’인 대통령이 나서야 한다는 일부 주장에 부정적인 의견도 나왔다. 조원빈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검찰총장의 개인적인 문제가 사법 문제로 연결되기도 하고 많은 비판 세력도 있어 문제가 불거진 것이라 단순히 대통령의 개입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대통령이 장관·총장을 임명하지만 총장의 임기를 보장하는 것은 사회가 합의한 제도다. 대통령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꼭 바람직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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