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태일 열사, 50년 만에 노동부 장관 만나다

이효상 기자 hslee@kyunghyang.com

2020-11-09 21:11 입력 2020-11-09 21:22 수정

이재갑 장관, 정부 노동 부처 수장 최초로 열사 묘역 방문

“기존 사회제도로 보호 못하는 노동 많아…무거운 책임감”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며 산화한 전태일 열사의 50번째 기일을 앞두고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전태일 열사의 묘역을 방문했다. 1970년 전태일 열사가 분신한 이후 현역 노동부 장관이 열사 묘역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9일 노동부에 따르면 이 장관은 지난 6일 오후 전태일 열사의 묘역이 있는 경기 남양주시 마석 모란공원을 찾아 열사를 추도했다. 이 장관은 묘역 방명록에 “전태일 열사의 정신을 받아 노동존중 사회를 실현하겠습니다”라고 썼다.

전태일 열사의 죽음에 일정한 원인을 제공했던 정부 노동부처의 수장이 열사의 묘역을 방문하는 데까지 50년이 걸렸다. 분신 한 달 전 전태일 열사는 노동청에 평화시장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개선해달라는 진정서를 제출했지만, 노동청은 이렇다 할 대응을 취하지 않았다. 이에 전태일 열사는 적극적인 의사표시 방식으로 분신을 선택하기에 이른다.

이 장관은 7일 페이스북을 통해 “(열사의 분신 이후) 반세기가 지났지만 노동을 존중하고 함께 잘사는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정신은 지금도 유효하다”며 “그것을 위해 우리가 가야 할 길은 아직 많이 남아 있다”고 했다. “산업재해와 노동시장의 격차도 여전하다. 기존의 사회제도로는 보호할 수 없는 새로운 노동유형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며 “무거운 책임감으로 더 노력하겠다”고 했다.

정부는 오는 13일 모란공원에서 열리는 전태일 열사 50주기 추도식에서 전태일 열사에 대한 무궁화 훈장 수여를 검토하고 있다. 산업 민주화와 노동 권익보호에 기여한 전태일 열사의 유공을 정부가 공식 인정한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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