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추미애 장관 수사지휘’ 수용…불필요한 갈등에 국민만 피로감
입력 : 2020.07.09 21:05 수정 : 2020.07.09 22:34
‘양측 모두 소모적 논쟁’ 지적도
‘검·언 유착’ 의혹 사건의 수사지휘권 발동을 둘러싼 법무부와 검찰 간의 대립이 1주일 만에 일단락됐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9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 내용을 그대로 수용하면서다. 다만 추 장관이 지난 2일 윤 총장에게 수사지휘를 내린 뒤 발생한 일들로 인해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이 조성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검찰청은 이날 오전 입장문을 내고 “수사지휘권 박탈은 형성적 처분(행위 자체로 권리의 발생·변경·소멸 등을 생기게 하는 처분)으로서 쟁송절차에 의해 취소되지 않는 한 지휘권 상실이라는 상태가 발생한다”며 “결과적으로 서울중앙지검이 사건을 자체 수사하게 된다”고 밝혔다. 대검은 이런 내용이 담긴 ‘업무 참조’ 공문을 서울중앙지검에도 발송했다.
추 장관의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대검 등 상급자의 지휘감독을 받지 아니하고 독립적으로 수사한 후 수사 결과만 검찰총장에게 보고하도록 조치하라’는 지휘를 수용한 것이다. 또 다른 지휘 내용인 ‘전문수사자문단’(자문단) 철회는 대검이 지난 3일 자문단 회의를 취소함으로써 이행한 것으로 여겨진다.
대검은 “윤 총장은 2013년 국정원 사건 수사팀장의 직무배제를 당하고 수사지휘에서 손을 뗄 수밖에 없었다”고도 했다. 당시 윤 총장은 검찰과 법무부 지휘부를 믿을 수 없어, 상부에 보고하지 않고 선거개입을 한 국정원 직원들을 강제수사했다가 직무배제됐다.
법무부는 “만시지탄”이라면서도 “공정한 수사를 바라는 국민의 바람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검찰총장이 국정원 사건 수사팀장 당시 느꼈던 심정이 현재 이 사건 수사팀이 느끼는 심정과 다르지 않다고 깨달았다면 수사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훼손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했다.
윤 총장이 수사지휘를 수용함에 따라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정진웅)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지휘 아래 채널A 기자의 강요미수 혐의 등과 관련된 수사를 계속 진행한다.
이번 논란은 검·언 유착 수사 과정에서 윤 총장이 관여하지 않겠다는 말을 뒤집고 이례적으로 자문단을 소집함으로써 측근을 감싸려는 모습을 보이면서 촉발됐다. 추 장관은 15년 만의 수사지휘권 발동으로 대응하며 사실상 윤 총장의 사퇴를 압박했다. 양측 모두 코로나19 사태로 민생이 어려운 와중에 국민의 권리나 일상과 무관한 일로 소모적 논쟁을 벌였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김한규 전 서울지방변호사회장은 “윤 총장이 자문단 소집을 결정하면서 측근을 감싸는 듯한 모습을 보인 것도 문제고, 추 장관이 법에서 보장한 수사지휘권을 발동하면서도 사건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는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긴 것도 문제”라며 “국민의 일상과 무관한 사안으로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이 장시간 갈등 양상을 보인 것은 비판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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