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의 손석희 JTBC 뉴스 지르밟기[김세옥의 헛헛한 미디어]

2014년 01월 16일 (목) 16:40:44

김세옥 기자 kso@pdjournal.com

16일 오전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이경재, 이하 방통위)에서 발송한 문자 메시지가 도착했다. JTBC <뉴스9> 제재조치 관련 자료를 보냈다는 내용이었다. 고개를 갸웃하며 서둘러 메일함을 열었다. 내용인즉슨, 지난해 12월 19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에서 법무부의 통합진보당 해산 심판 청구 관련 소식을 다룬 JTBC <뉴스9>(2013년 11월 5일 방송)에 대해 방송심의규정 제9조(공정성)와 제14조(객관성) 위반이라는 판단을 내려 ‘관계자 징계 및 경고’(벌점 4점)의 법정제재를 결정한대로 방통위가 처분을 했다는 것이었다.

논란은 존재하지만, 어쨌든 현행법 상 방심위는 민간기구인 탓에 방송 프로그램 심의를 통해 결정한 제재조치 처분을 집행할 권한은 없다. 때문에 방통위 설치법 제25조 3항과 5항에 따라 방심위는 제재조치를 정한 후 행정기관인 방통위에 처분을 요청해야 하고, 방통위는 그 요청대로 처분을 해야 한다. 즉, 방통위는 방심위의 제재조치를 실행하는 역할만 담당할 뿐인 것이다.

문자 메시지를 받고 고개를 갸웃한 까닭도 여기에 있다. 그간 방통위는 방심위에서 결정한 제재조치를 집행하는 역할만을 맡고 있기 때문에 굳이 어떤 프로그램에 대해 처분을 했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행정처분을 집행하는 곳이 방통위인 만큼 제재를 받은 방송사는 방통위에 재심을 청구하는데, 때문에 방통위는 재심 관련 안건만 상임위원회의에 올려 논의를 하고 그 결과를 보도자료를 통해 알린다. 하지만 이날 방통위가 보도자료까지 내며 발표한 JTBC <뉴스9> 중징계 처분은 재심 결과가 아니다.

▲ JTBC <뉴스9> 앵커인 손석희 보도담당 사장 ⓒJTBC

심지어 JTBC <뉴스9>에 대해 ‘관계자 징계 및 경고’라는 중징계 사실은 방심위가 전체회의에서 이를 결정한 직후 보도자료를 통해 알린 바 있다. 물론 그렇다고 방통위에서 보도자료를 내선 안 된다는 법은 없다. 하지만 이례적인 일이라는 건 틀림없다. 안 하던 일을 굳이 한 까닭이 무엇인지 궁금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방통위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안내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JTBC <뉴스9>에 대해 방심위에서 중징계 결정을 했는데 방통위는 관련 조치를 언제 하느냐는 문의가 많았다는 것이다. 방심위의 의결이 지난해 12월 19일 있었는데 마무리 조치가 없다는 문의가 있어서 확실히 하기 위해 보도자료로 제재조치를 알렸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해당 사안을 놓고 기사도, 논란도 많지 않았냐”고 말했다.

손석희 사장이 앵커를 맡고 처음으로 심의 대상에 올라 중징계를 받은 사안인 만큼, 방통위의 실질적인 처분이 궁금한 이도 존재할 수 있다. 그렇다면 지난해 방송계는 물론 여야 정치권까지 나서며 문제를 지적했던, 때문에 국회 국정감사 과정에서까지 논란이 있었던 채널A와 TV조선의 5·18 광주민주화운동 북한군 개입설 방송에 대해 방심위에서 중징계를 결정한 후 방통위가 이에 따라 제재조치를 실행할 때까지는 단 한 건의 문의도 없었던 걸까.

방통위원장이 지금까지도 종편의 문제를 지적할 때마다 예로 드는 사안일 만큼 사회적 논란이 대단하고 기사도 많았지만, 두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에 대한 중징계 처분 당시 방통위는 보도자료 ‘서비스’를 하지 않았다.

이에 대한 질문에 방통위 관계자는 “우리(방통위)가 더 (제재를) 하는 게 아니다. 논란이 많았던 사안인 만큼 확실하게 최종적 조치에 대해 알렸을 뿐이다”라고 재차 강조한 뒤 “앞으로 이런 논란이 있는 사안에 대해선 보도 자료를 내 알리는 작업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격주로 열리는 방심위 회의에서 행해지는 많은 심의 결정 중 논란이 된 사안을 향후 방통위가 얼마나 더 보도자료를 통해 알리는 작업을 할지는 두고 볼 일이다. 하지만 그 시작이 JTBC <뉴스9>이라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지상파 뉴스들이 정부 정책에 대한 반대 목소리를 축소 또는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고, 손석희 앵커의 JTBC 뉴스가 유일하게 균형 언론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시점에 행해진 방심위의 제재 결정에 대한 행정조치를 방통위가 굳이 ‘친절한 알림 서비스’의 기점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방통위에서 이날 발표한 보도자료는 지난해 방심위에서 법정제재를 결정하고 보도자료를 냈을 때와 마찬가지로 수많은 언론에 의해 기사로 탄생했다. 당연한 행정 절차일 뿐인데도 방통위가 JTBC <뉴스9>에 대한 중징계를 ‘강행’했다고 전한 기사도 있었다. 친절하게 한 번 더 서비스된 JTBC <뉴스9>에 대한 방심위와 방통위의 중징계 기사는 이를 전하는 언론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미묘한 시점에 시작된 방통위의 친절 알림 서비스가 ‘비판 저널리즘’에 대한 ‘친절한 지르밟기’로 작동하지 않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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