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철도파업은 23일부터 “시민 지지가 관건”(미오)

진짜 철도파업은 23일부터 “시민 지지가 관건”

23일부터 운행률 70%대로 떨어져, ‘파업 2라운드’ 시작… “박근혜 대통령 네 글자면 문제 풀 수 있다”

[0호] 2013년 12월 20일 (금)

박장준 기자

weshe@mediatoday.co.kr

철도파업 12일차, 코레일은 복귀율이 10% 이상이라며 파업효과를 애써 축소하고 있으나 파업 효과는 23일부터 나타난다. 23일 주중 코레일의 열차운행률은 평상시와 비교해 76.1%로 떨어진다. 지난 9일 파업 이후 운행률 70%대는 처음이다. 청와대, 새누리당, 검찰과 경찰, 국토부, 코레일의 강경대응이 진행되는 동안 파업 2라운드가 시작되는 셈이다.

20일 코레일이 밝힌 ‘철도파업 열차운행 계획’을 보면, 파업 효과는 23일부터 나타난다. 20일 운행률은 83.1%이지만 21일 88.9%, 22일 91.2% 이후 23일(부터 27일까지) 76.1%로 떨어진다. 코레일에 따르면, 20일과 23일 운행률을 열차별로 비교하면 KTX의 운행률은 89.4%에서 73.0%로 줄고, 통근형동차도 100%에서 60.9%로 크게 떨어진다. 수도권 전동열차도 92.2%에서 85.7%로 준다.

코레일은 그동안 10여 건의 열차사고에도 교통대 학생, 특전사, 협력업체 노동자 등 대체인력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코레일은 지난 18일 “12월 30일 파업 4주차부터는 필수유지 수준으로 운행하되, 화물열차 운행률만 20% 수준을 유지해 대체수송 수단이 없는 시멘트 수송 등에 우선적으로 활용키로 했다”고 밝혔다. 필수유지 운행률은 KTX 56.9%, 무궁화호 63%, 새마을호 59.5% 화물열차 0%다.

코레일 관계자는 20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70%대로 떨어진 것은 파업 이후 처음”이라며 “KTX와 전동열차 운행률을 유지해 왔지만 대체인력의 피로도가 누적돼 사고가 났고, 이런 점을 고려해 열차 운행을 줄이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23일부터 운행률을 줄이고, 해가 넘어가면 운행률을 다시 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필수유지업무 인원을 제외하고 파업을 벌인 지난 2009년보다 운행률은 더 떨어졌다. 2009년 열차운행률은 KTX 100%, 일반여객 82.6%, 화물열차 26.2%, 전동열차 98.6%였다. 기관사들의 높은 파업참가율이 운행률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코레일 관계자는 “기관사들의 파업참가율이 파업 초기와 큰 차이가 없다”며 “19일 기관사 참가율은 56.5%”이라고 전했다.


▲ 2002년부터 시작된 철도파업 현황. 미디어오늘이 코레일 자료를 바탕으로 편집했다.

철도노조는 경찰의 압수수색, 검찰의 체포영장 청구, 집행부 일부 체포 등 전방위 압박이 이어지고 있는 과정에서 ‘운행률 저하’라는 파업 2라운드를 맞게 됐다. 대학가를 중심으로 철도파업에 대한 시민들의 지지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국토부와 코레일은 KTX 분할을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 이르면 다음 주께 법원이 코레일의 ‘법인 설립’을 인가하면 국토부는 곧바로 면허를 발급할 계획이다.

코레일은 법원에 노조 집행부을 상대로 수십억 원대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코레일은 지난 19일 서울서부지법에 노조 집행부 186명을 상대로 77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기했는데, 코레일 관계자는 “여객‧화물‧광역열차 매출액과 대체인력 투입비용에서 파업기간 지급하지 않은 인건비와 운행률 저하로 인한 기름값 감소분을 뺀 액수”라고 설명했다.

철도노조는 21일 오후 4시 지역별(서울은 청계광장)로 대규모 집회를 열며 파업을 유지할 계획이다. 철도노조 최은철 대변인은 시민들에게 “앞으로 더 불편해질 텐데 철도민영화를 막고 공공철도를 지키기 위한 싸움인 만큼 잠시만 참아달라”고 호소했다. 최 대변인은 “철도노동자들이 엄동설한에 파업에 나선 것은 밥그릇을 지키기 위한 게 아니라는 것만 꼭 알아 달라”며 시민들의 지지를 호소했다.

최은철 대변인은 “국민들은 민영화를 우려하고 있고, 수서발KTX 분할에 대해 반대하고 있는데 국토부와 코레일, 청와대가 밀어붙이는 것은 국민들 목소리를 듣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지난 19일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서치뷰’가 전국 만 19세 이상 휴대전화 가입자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응답자의 61%는 “철도민영화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국회에서는 여야가 철도민영화 관련 소위원회 구성 등을 두고 줄다리기 중이다. 민주당 박수현 의원(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은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국토부 면허 발급을 중단하고 대화의 장을 만들자는 게 야당의 요구이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16일 입장을 밝힌 뒤 새누리당이 강경하게 돌아섰다”고 말했다. “대통령 한 마디가 가이드라인, 지침이 됐다”는 이야기다.

박수현 의원은 “새누리당은 법에 민영화 방지를 명시하고, 소위원회를 구성하자는 이야기를 꺼내지도 말라는 입장”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특별히 다른 방법이 없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사실 청와대와 박근혜 대통령이 ‘철도는요’라는 한 마디만 하면 풀 수 있는 문제”라며 “전향적인 자세를 기대한다”고 촉구했다.

관리자 freemediaf@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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