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견을 폭력으로 막는 것은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다

지난 7일 발생했던 두 개의 사건은 한국 민주주의의 시계가 어디에 와 있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시계를 그때로 되돌려 보자. 7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는 영화감독 김조광수씨의 동성 결혼식이 열렸다. 동성애에 대한 사회적 차별을 반대하는 의미를 담기 위해 김조광수씨가 많은 하객들을 초청한 가운데 공개적인 장소에서 연 결혼식이었다. 그런데 동성애를 반대하는 일부 기독교인이 결혼식 무대를 점거해 예배를 봤고, 두 명의 남성은 결혼식에 난입해 오물을 던지며 소란을 피워 결혼식을 방해했다.

그로부터 몇 시간 뒤인 이날 자정 22개 영화관이 일제히 한 영화의 상영을 취소했다. 2010년 천안함 침몰 사건을 다룬 <천안함 프로젝트>이다. 이 영화는 천안함이 북한의 어뢰에 의해 침몰했다고 정부가 발표했음에도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는 몇 가지 사항들을 재조명한 다큐멘터리이다. 영화관 측은 “일부 (보수)단체의 강한 항의 및 시위 예고로 인해 관람객 간 현장 충돌이 예상되어 상영을 취소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동성결혼, 천안함 사건은 서로 의견을 달리할 수 있는 사회적, 정치적 쟁점이다. 동성결혼 문제는 외국에서도 견해를 달리하는 시민들 간에 찬반집회를 열 만큼 대립하는 대표적인 문제이다. 천안함 사건 역시 정부의 공식 발표를 신뢰한다는 시민과 의문의 여지가 있다는 시민들로 나뉜다. 이런 현상은 비정상적이라기보다 정상적인 것이다. 이런 문제는 좋고 나쁨, 혹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다. 각자의 의견과 양심에 따르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욕구와 견해가 다를 수밖에 없으므로 인간 사회에서 갈등은 불가피하다. 따라서 문제는 갈등 그 자체가 아니라, 그걸 어떻게 다루느냐에 있다. 인류는 역사에서 그런 문제에 직면했을 때 다양한 방법을 동원했다. 상대를 적으로 규정, 전쟁을 해서 굴복시키는 것이 대표적이다. 살인을 하거나 암살하기도 했다. 숙청을 통해 견해가 다른 집단 전체를 제거하기도 했다. 21세기에 여전히 기승을 부리는 테러리즘도 있다. 그러나 우리는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방법을 도입했다. 서로 생각이 다를 때 토론하고 타협하는 민주주의다. 이는 다양한 견해를 존중한다는 조건에서만 가능하다. 보수정권이 집권했다고 해서 보수적 견해가 우위를 점해야 한다는 것은 그릇된 발상이다.

그렇다면 다른 견해를 물리적으로 제거한다는 위험한 생각을 허용해서는 안된다. 그런데 보수 단체는 영화 상영 취소에 성공했다. 이런 방법이 통용된다고 하면 앞으로 누가 이견을 존중하겠는가, 먼저 물리력을 동원할 것이다. 상영 취소는 의견이 다르면 폭력을 쓰라는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이 사회가 민주주의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그런 시도는 반드시 실패한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 당국과 관련 당사자들은 필요한 안전 및 예방 조치를 해서 관람을 보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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