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년 세월이 하도 길어서 세상이 모두 우리 존재를 잊었을 거라 생각했는데 PD연합회에서 우리가 한 일을 인정하고 확인해주는 자리를 마련해 줘서 너무 감동스럽습니다”
(윤활식 동아방송 해직 PD)

1975년 3월 17일 동아방송에서 강제 해고되며 방송사를 떠나 거리의 언론인이 된 동아방송 PD 20명이 39년만에 PD란 이름을 되찾았다. 그들은 1980년 전두환 정권의 언론기관 통폐합 조치에 따라 동아방송이 KBS에 흡수되며 돌아갈 곳마저 사라져 40년 가까이 해직언론인 신분으로 살아왔다.

한국PD연합회(회장 이정식)는 5일 연합회 창립 26주년 기념식에서 <동아일보>와 동아방송(DBS) 해직 기자·PD 등이 결성한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이하 동아투위) 소속 해직 PD 20명을 명예 PD로 위촉했다.

이번 명예 PD 위촉식은 자유언론과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투쟁한 동아투위 속에서 참 언론 구현을 위해 헌신한 해직 PD들의 신념과 저항 정신을 기억하고자 마련됐다.

▲ 한국PD연합회(회장 이정식)가 5일 연합회 창립 26주년 기념식에서 동아방송(DBS) 해직 PD 20명을 명예 PD로 위촉하고 있다. ⓒPD저널

39년 전 강제 해직된 <동아일보>와 동아방송 기자·PD·아나운서 100여 명이 모여 결성한 동아투위는 자유언론수호단체로서 지금까지도 언론의 자유를 위해 여러 활동을 펼치고 있다.

해직 PD들은 다시금 ‘PD’라는 이름으로 명예 PD 위촉장을 건네받자 감격을 감추지 못했다. 명예 PD 대표로 소감을 이야기 한 윤활식 PD는 거듭 고맙다고 밝히며 지난 세월을 회고했다.

그는 PD는 “독재 정권은 그들의 집권에 방해가 될 것으로 여겨 <동아일보>와 동아방송을 없애려고 했다”며 “우리가 원래부터 각성된 것은 아니다. 정권에 당하게 되면서 우리들은 싸우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정권이 오히려 우리에게 자유언론 의식을 불어넣고, 우리의 할 일이 무엇인지 예시해 준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입사 11년 차의 윤 PD를 비롯해 막 5년차를 맞이한 이명순 PD까지 한참 열의를 갖고 프로그램을 만들 시기에 방송사 밖으로 나와 독재 정권에 저항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한 싸움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윤 PD는 “현업에 있으면서 방송국 안에서 싸웠다면 한이 없을 텐데 이렇게 쫓겨난 후에야 싸우는 법을 배웠다는 게 참으로 억울하고 한이 된다”며 목이 메이는 듯 잠시 말을 멈췄다. 이어  그는 “어차피 언론이라는 게 권력에 저항해야 한다는 것은 명약관화하다. 현재 현업에 있는 PD들의 과제도 너무나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윤 PD는 현재의 언론 상황에 대해서도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그는 “우리가 한동안 언론 자유라고 찾았던 것이 지난 정권부터 다시 먹구름인 상황”이라며 “계속 저항하고, 계속 싸워서 언론의 자유를 쟁취했을 때, 비로소 PD로서 만족하고 보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당부했다.

명예 PD 위촉식을 준비한 이정식 PD연합회장은 “현재 어둠 속에 있는 한국의 언론과 PD들에게 절실히 필요한 것은 39년 전 독재 치하에서 자유언론과 민주주의를 위해 싸운 선배 PD들의 저항정신”이라며 “독재에 맞서 자유언론을 위해 싸운 선배 PD들의 뜻과 고귀한 신념을 현재의 PD들이 본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명예 PD로 위촉된 해직 PD는 △김영환 △김유주 △김창수 △김태진 △김학천 △박노성 △송관율 △송재원 △송준오 △신영관 △신정자 △신태성 △윤성옥 △윤활식 △이규만 △이명순 △이문양 △이해성 △조강래 △허육 등 총 20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