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22일 수신료 인상을 주제로 외부 전문가와 시민 200명이 참여하는 생중계 숙의토론을 진행했다. 최세경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과 심영섭 경희사이버대 미디어영상홍보학과 겸임교수는 이날 주제발표에서 KBS가 콘텐츠와 접근성, 경영효율성 면에서 드러낸 공영성 부족을 지적하고 그 배경에 재정 부족이 있다며 적극적인 재정 투입을 주장했다.

KBS는 수신료 인상 공론조사를 위한 숙의토론 첫날인 이날 시민참여단이 줌으로 접속한 가운데 전문가 주제발표와 토론, 질의응답을 진행했다. 외부 전문가들은 KBS가 공영성 면에서 다방면으로 기대치에 비해 낮은 평가를 받고 있는 현실을 입모아 지적했다.

콘텐츠와 미디어 서비스 분야 발제에 나선 최세경 연구위원은 “KBS가 여러 노력을 하지만 많은 시청자와 전문가들은 이의를 제기한다”며 3가지 대표 사례를 꼽았다. 첫째로 KBS가 대하 사극이나 다큐멘터리와 같이 상업방송과 차별화하는 프로그램을 폐지하는 한편, 상업방송 포맷을 따라하는 예능을 선보이거나 드라마 성상품화 문제가 불거졌던 흐름을 지적했다.

▲KBS가 22일 수신료 인상을 주제로 외부 전문가와 시민 200명이 참여하는 생중계 숙의토론을 진행했다. 토론은 유튜브 등으로 생중계됐다.

최 위원은 콘텐츠 다양성 면에서도 한계를 보였다며 “KBS가 시사토론 프로그램을 방영하긴 하나 다양한 견해를 반영하거나 단순전달을 넘어 합의를 이끌어내는 역할은 부족했다. 일부 토론은 정파성 논란이 유발되기도 했다”고 했다.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기획의도를 가진 정규 프로그램이 많지 않다고도 했다. 특히 “어린이가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가도록 하는 게 공영방송의 역할인데, KBS가 방영하는 관련 프로그램은 1~2개 정도이고 5% 미만”이라고 했다.

보편적 접근권 보장 측면에서도 미흡하다. 최 위원은 “우선 수신료를 내도 유료방송 가입해야만 시청할 수 있는 사례 등 직접수신율이 너무 낮다. 둘째로 재난방송 늑장 대응이나 장애인을 위한 방송에 적극 나서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 또 시청자 의견을 전달하는 창구는 존재하지만 어떻게 제도로 이를 반영해 바꾸었는지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며 “그래서 수신료를 인상할 수 없다는 얘기도 나오는 것 같다”고 했다.

그렇다면 KBS는 무엇을 먼저 해야 하고, 수신료는 여기서 필요조건일까. 최세경 연구위원은 콘텐츠 질을 높이고 온라인상 새로운 역할을 맡아야 한다며 이 과정에서 공적 재정 투자가 불가피하다고 했다. “KBS가 공익적 서비스를 줄이거나 적극적으로 하지 못하는 것이 재원과 연관된 것은 아닌지 생각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최 위원은 “공영방송에 요구되는 보편성과 차별성을 동시에 소화하려면 더 많은 투자와 노력이 필요하다”며 “공영방송이 방송을 넘어 전 미디어영역에서 사회통합 기능을 해야 한다”고 했다. 일례로 독일 ZDF와 ARD는 2016년 연간 580억원을 들여 청소년을 위한 특별 플랫폼을 만들고 있다. 최 위원은 “KBS의 수신료는 재원의 49%고 광고와 협찬이 25% 정도”라며 “점점 줄어드는 광고 재정에 기대는 상황에선 온라인 서비스도 강화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했다.

▲KBS가 22일 수신료 인상을 주제로 외부 전문가와 시민 200명이 참여하는 생중계 숙의토론을 진행했다. 이는 유튜브로 생중계됐다.

그는 “KBS 수신료 인상이나 새로운 투자가 필요하다고 할 때 ‘KBS가 지금까지 뭘 했는지 평가하자’는 얘기가 나온다. 그러나 그 전에 재정이 적절하게 주어졌는지를 봐야 한다. 또 새로운 온라인상 역할도 주어지는 환경에서 새로운 책임을 부과할 때엔 사회가 그 재정을 부담하는 일도 전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KBS의 ‘비효율 고비용’은 수신료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제기되는 문제다. 특히 국정감사마다 1억 이상 고액연봉 관련 질의가 나온다. “돈이 많으니 인건비를 많이 주는 것 아니냐”는 질문이다.

▲KBS가 22일 수신료 인상을 주제로 외부 전문가와 시민 200명이 참여하는 생중계 숙의토론을 진행했다. 이는 유튜브로 생중계됐다.

심 교수는 수신료 인상을 위한 시청자 설득 차원에서도 KBS 더 투명하고 효율적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했다. 심영섭 교수는 공영방송의 경영 효율성과 투명성을 주제로 독일 공영방송과 KBS의 사례를 비교했다. 독일 공영방송은 직무체계 개편을 비롯한 경영 효율화를 부단히 실시해왔다.

독일과 한국 공영방송의 인건비 비율을 비교하면 차이는 크지 않다. ARD는 34%, KBS는 32%다. 심 교수는 “KBS의 경우 1986~1988년 아시안게임과 올림픽 가정에서 인력을 대거 채용했고, 독일은 동서독이 통일되면서 고용승계됐다. 그 인력이 자연감소하길 기다릴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했다. ARD는 직제개편을 통해 ‘책임’과 ‘실무’ 양대 축으로 정리하면서, 상위 직급을 맡았던 직원이 다시 실무직으로 ‘내려가지’ 못하던 관행을 바꿔가고 있다. 이를 비롯한 효율화 정책을 펴 인건비 비중을 40%대에서 30% 초중반으로 줄였다.

심 교수는 미디어 환경이 변하면서 KBS에 요구되는 역할이 많아진 건 사실이라고 했다. “유튜브와 넷플릭스를 비롯해 유·무료로 이용하는 새 플랫폼 등장하는데 여기에서도 여전히 유익할 프로그램과 콘텐츠를 제공해야 한다. 공적 서비스의 영역은 늘어나는데 충분한 재원이 확보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심 교수는 “KBS는 이를 감안해 정년퇴직자와 새 영역에서 활동할 신규채용인력을 포함해 5년 간 1000명을 감원하겠다는 계획”이라며 “기존에 한 사람이 하던 일을 2~3배 맡게 되겠지만, 경쟁사도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흐름 속에선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했다.

▲KBS가 22일 수신료 인상을 주제로 외부 전문가와 시민 200명이 참여하는 생중계 숙의토론을 진행했다. 이는 유튜브로 생중계됐다.

심 교수는 이 과정을 얼마나 투명하게 밝혀 시청자를 설득할지가 관건이라고 했다. 심 교수는 “2018년 이후부턴 KBS가 경영평가 보고서를 그대로 공개하고 있어 상당히 투명하다”며 “프로그램 출연자의 출연료나 프로그램 당 제작비를 알고 싶다는 지적도 있는데, KBS가 기준을 세워 시청자가 아는 부분을 넓혀갈 필요가 있다”고 했다.

주제발표와 토의시간 이후 시민들의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한 시민은 “KBS가 낮은 뉴스 평가 점수와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과 해결책”을 물었다. 김종명 KBS 보도본부장은 “KBS 보도에 대한 국민 여러분의 높은 기대치에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정파화와 상업주의화, 가짜 정보가 범람하는 언론 전반의 문화 속에서 KBS 내부도 크게 변하지 못한 게 낮은 신뢰도의 원인”이라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저널리즘의 기본 원칙을 경시하는 문제를 해소하려 규범을 정립하고, 익명보도 체크리스트 등 투명성 원칙을 강화하고 있다. 나아가 기자들 전문역량이 보강되어야 하는데 단기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어서 전문가 협업을 통해 심층적이고 맥락적인 보도를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출입처 내 단편적 받아쓰기에서 벗어나 분야와 영역별 취재를 늘리고, 9시 뉴스에서 3~4개 핵심 주제별로 심층·맥락화해 다루도록 변화시켜가고 있다”고 말했다.

홍종윤 SNU팩트체크센터 부센터장은 “사실 이 문제가 내부 논의만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요인도 있다”며 “보도국 내 정파성 문제가 여전히 현존하고 있어서, 중요한 것은 시청자들과의 소통 강화”라고 했다. 홍 부센터장은 “취재에서 보도에 이르기까지 혹시나 있을 외부 시청자의 문제 제기에 대한 이야기를 솔직하게 공개하고 소통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기존보다 강화된 형태로 제도화하는 절차가 분명히 필요하다”고 밝혔다.

* 이글은 2021년 05월 22일(토) 미디어오늘 김예리 노지민 기자의 기사 전문입니다. 기사원문 보기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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