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이 “국가보안법을 박물관으로 보내자”고 했던 게 무려 2004년의 일이다. 17년 만에 국가보안법 폐지 논쟁에 다시 불이 붙었다.

지난 10일 시민단체들이 모여 만든 ‘국가보안법 폐지 국민행동’에서 시작한 ‘국가보안법 폐지에 관한 청원’이 지난 19일 오후 국회 국민청원 요건인 10만명을 채웠다. 국회사무처에 따르면 20일 소관위원회인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됐다.

청원인인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는 청원 글에서 “남·북의 젊은 청춘들의 극적 이야기를 소재로 한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이 북한 사회를 미화한다고, 지역 문화행사에서 북한 관련 시를 낭송한 것이 북 체제를 찬양했다고, 평화적 통일과 화해 정책을 추진하는 대통령이 간첩행위를 하는 것이라고, 수사기관에 고발장들이 접수되는 것도 국가보안법 때문”이라며 “이제 이러한 희극적 비극을 끝내야 한다”고 했다.

박 대표는 유엔 인권이사회가 1992년, 1999년, 2005년에 유엔자유권규약위원회, 국제앰네스티 등 국제사회가 지속적으로 대한민국 정부를 향해 국가보안법 폐지를 권고한 것뿐만 아니라 한국의 국가인권위원회도 2004년 국가보안법 폐지를 권고한 사실, 2006년부터 2020년까지 지속적으로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에 국가보안법 폐지를 강력권고한 것을 나열하며 국가보안법 폐지를 청원했다.

▲ 지난 10일 국회 본청 앞에서 열린 ‘국가보안법폐지 10만 국민동의청원 돌입 선포 기자회견’에서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국가보안법 폐지 국민행동은 20일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정의당 등 주요 정당을 향해 해당 법 폐지를 당론으로 정할 것을 요청하며 여당 대표 면담을 추진할 예정이다. 앞으로 여론 조성을 위해 국가보안법 피해자 증언대회, 대선 유력 후보에게 공약화를 위한 활동 등도 예고했다.

이 단체는 최근 논란인 ‘세기와 더불어(김일성 회고록)’ 출판 논란에 대해 “국민들이 더 이상 국가보안법이 강요하는 대결과 적대를 수용하지 않음을 보여주는 사례였다”고 평가했다. 보수야당 소속인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해당 책에 대해 “김일성 회고록에 속을 사람이 어디 있나”라며 “높아진 국민의식 믿고 표현의 자유 적극 보장하자”고 말했다.

시대가 달라진 만큼 시민들이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며 이젠 표현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 의원은 “북한 책을 금지하면 한류를 금지하는 북한을 비난할 자격이 있겠느냐”며 “북은 한류를 금지하더라도 우린 북한 출판물 허용해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우월성 과시하자”고 했다.

당장 국회 법사위는 위원장 등의 문제를 두고 여야가 충돌하고 있다. 윤호중 법사위원장이 당직을 맡으면서 차기 법사위원장으로 박광온 민주당 의원을 내정했지만 국민의힘에서는 법사위원장을 야당에게 넘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비롯해 검찰총장 인사청문회 등의 사안이 정리된 이후 국가보안법 관련 논의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경향신문은 지난 19일 김도형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회장의 글을 시작으로 ‘국가보안법 폐지 릴레이 기고’를 이어 갈 예정이다.

[ 관련기사 : 국가보안법 폐지도 촛불의 요구가 돼야 한다 ]

* 이글은 2021년 05월 20일(목) 미디어오늘 장슬기 기자의 기사 전문입니다. 기사원문 보기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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