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6년 8월 26일 미나미 지로가 조선총독으로 새로 부임했다. 그는 바로 그 이튿날 ‘유고(諭告)’를 통해 조선 통치의 ‘5대 지침’을 발표했다. ‘국체명징(國體明徵)’ ‘선만일여(鮮滿一如)’ ‘교학진작(敎學振作)’ ‘농공병진(農工竝進)’ ‘서정쇄신(庶政刷新)’이 바로 그것이었다
총독 미나미의 조선통치 ‘5대 지침’
그는 1937년 4월 20일 지사회의 석상에서 ‘훈시’를 통해 그 내용을 구체적으로 밝혔다.
1) 국체명징: 아시아 및 세계의 대국을 불견(不見)하고 고루한 민족주의적 편견에 타(墮)한 자가 있고 또 공산주의자의 준동 있음은 유감이며 절멸되어야 한다. 제국 9천만 동포가 거국일치 상하일심으로 천업회홍(天業恢弘) 황도(皇道) 선양에 매진하려면 국체관념이 명징되어야 하며 특히 조선에서 요긴한, 반도시정의 근기(根基)다.
신사참배의 여행(勵行), 황거요배(皇居遙拜), 국기게양의 장려, 국가(國歌)의 존중 내지 국어[일본어]보급의 권장 등으로 실(實)을 거두어야 한다.
2) 선만일여: 최근 일만(日滿)관계에 반도가 점하는 지위는 크고 일만일체의 내용으로 선만일여의 실체의 성립은 극히 필요하다. 착임 이래의 관동군 사령관과의 회견, 국경교량협정, 비화(匪禍) 및 밀수의 공동대책, 압록강공동기술위원회 설치, 통관협정, 우편협정, 수력발전협정, 도문가목사선(圖文佳木斯線) 건설의 촉진, 북선삼항(北鮮三港) 시설의 확충 등이 모두 이를 위함이요 선농(鮮農)에 의한 만주국 농업의 개척에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
3) 교학진작: 반도교육의 근본주의인 교육수산(敎育授産)의 병진, 실학교육의 고양, 국민체위의 향상, 개념적 추상적 교육의 배제 등은 더욱 강조되어야 하나 교학에서의 국민정신의 함양이야말로 가장 긴요하다. 국민성의 도야, 국민도덕의 연성, 국민적 신념의 부식(扶植)으로 교학의 본지(本旨)를 삼아야 하며 ‘오등(吾等)은 일본제국 신민’이라는 신념과 긍지는 초 중 전문대학에 다 같이 긴절한 것이다.
교육자 자신이 국민적 신념의 심화, 정신의 단련, 품성의 도야에 노력하고 국어교육의 보급을 철저케 하라.
4) 농공병진: 세계대세, 특히 동아정세로 보아 제국 국방력의 충실은 급무요 따라서 생산력 증강은 제국 산업경제가 당면한 끽긴(喫緊)한 문제이다. 조선의 지리적 자원적 책무가 크니 일만일체 선만일여의 대방침에 기(基)하여 산업을 전진케 하라. 농산어촌진흥운동의 철저, 농경지 배분 이용의 개선, 농업경영의 합리화, 공업원료 생산의 촉진, 생산물 처리의 합리화, 어장의 개척을 연구하여 조선의 풍부한 농축임수(農畜林水)의 생산자원 및 수력지하자원 등을 완전 이용케 하라.
5) 서정쇄신: 관청 본위의 형식주의를 타파하고 실질주의를 취하며 사무 간소화, 민심의 파악, 계몽에 의한 민심 창달, 관리로서의 본분 각준(恪遵) 등으로 행정을 국가의 수요(須要)에 대응케 하고 세무(世務)의 활기(活機)에 적함케 함을 요한다(임종국 저, 이건제 교주, <친일문학론>, 2013, 민족문제연구소, 29~30쪽).
총독 미나미의 ‘5대 지침’은 식민지 조선과 괴뢰국 만주를 하나로 만들어 중국 침략의 교두보로 삼고, 나아가 ‘대동아공영권을 건설’하겠다는 일본정부의 정책을 압축한 것이었다. 1937년 말에 상해와 남경이 함락되고 중국에서 일본군의 강세가 굳어지자 조선총독부는 ‘5대 지침’을 더욱 강하게 추진했다. 동아일보와 조선일보가 총독부 기관지 매일신보처럼 일제의 정책에 순응함을 넘어서 적극적 홍보기구로 나섰음은 물론이다. 그것을 ‘언론보국(言論報國)’이라고 일컬었다.
‘명치절’에 바친 최상의 축사
명치절은 도쿠가와 막부를 무너뜨리고 1968년 친정(親政) 형태의 통일국가를 형성한 일본의 제122대 ‘천황’ 메이지(明治)의 생일을 기념하는 날이다.
최민지는 동아일보와 총독부 기관지 매일신보가 명치절에 관해 1937년 11월 4일자 1면에 내보낸 기사를 다음과 같이 비교했다.
(가) 금일은 명치절일 / 봉축배하식 성대
명치 천황의 어성덕(御聖德)을 흠앙하는 3일의 명치절! 이날 아침부터 구름 한 점 없이 맑게 갠 하늘은 하늘까지도 이날을 축복하는 것 같았다. 국민 봉축(奉祝)의 시간인 오전 9시를 전후하여 이날을 봉축하려고 학생은 학교로 직공은 직장으로, 관리 회사원들은 각각 그들의 관청, 회사 등으로 몰리게 되어 이른 아침 장안의 넓은 거리는 인파를 이루게 되었다. 이날의 장안은 이른 아침부터 봉축의 기분이 가득 차 있다.
(나) 명치가절 봉축 일색 / 시일(是日)에 국민적 감격 헌앙(軒昻)
이날 명치절을 당하여 봉축식은 전 조선 방방곡곡에 성대히 거행되어 명치대제의 성덕과 어흥업(御興業)을 우러러 회상하는 날이다. 그리하여 각 지방 각 단체는 물론이고 종래에 명치절 의식전을 거행하지 아니하던 곳에서도 각자 회합하여 이날 오전 9시에는 일제히 황거를 요배하여 비상시국에 처한 이때 더욱더욱 국체명징(國體明徵) 시국 인식도 가일층 성황을 이루었다.
(가)와 (나)의 기사를 보면 (가)의 기사는 하늘까지도 이날을 축복하고 온 장안이 이른 아침부터 봉축의 기분으로 가득 찼다고 기자 자신이 감격하여 쓰고 있음을 독자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이에 비해 (나)의 기사는 아주 담담한 필치로 각 지방 각 단체에서 명치절 의식을 행하였다는 사실을 알리고 있다. 독자들은 어느 기사가 총독부 기관지 매일신보의 것이며, 민족언론을 자처하는 동아일보의 기사일까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듯싶다.
아마 대부분의 독자들은 그래도 (나)의 기사가 동아일보일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동아일보의 기사는 (가)였다. 민족지 동아일보에겐 우리민족을 짓밟고 있는 일본제국의 황제, 명치의 탄생일이 그렇게도 감격스럽고, 하늘까지도 봉축하는 축하일로 느껴졌던 것이다(<일제하 민족언론사론>, 240~241쪽).
조선 민중에게 전쟁 대비를 촉구
일본군의 중국 침략이 한창이던 1937년 9월 10일자 동아일보 1면에 오른 사설의 제목은 「생도 연합연습의 의의」였다.
때는 비상시국이라 전 국민이 전투력의 1단위로서 육심(戮心) 협력하여 시국 수습에 거국일치의 위력을 발휘하지 않으면 아니 될 때이다. 또한 견인 불발의 지조를 견지하여 금후 여하한 간난이 닥쳐올지라도 이것을 감내하여 소기의 목적을 관철하도록 감연 매진하지 않으면 안될 때이다. (···) 이때에 있어서 생도들의 지기(志氣)를 고무 작흥(作興)하는 기회로 삼기 위하여 대규모적으로 연습을 실시한다는 것은 실로 의의 있는 일이라 하겠다. (·····)
이와 같이 자금 통제의 목표가 (···) 공채 소화난(消化難)의 타개와 군수관계 생산력 확충에 있다 할진대 이 비상시국에 처하여 그 불가피함은 췌언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가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그것이 오로지 국민생활의 저하로서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 이 비상시국에 있어서 국민생활은 최후 수준까지 인내할 각오가 있지 않으면 아니 될 것이로되 정부는 어디까지 이 최후 수준에 대한 면밀한 주의를 가지고 대처하지 않으면 아니 될 것이다.
동아일보 1937년 9월 23일자 1면 사설(「농어산촌 보국일」)에서 생존의 기로에서 헤매고 있는 농민과 어민들에게까지 “사변의 장기화에 대비하라”고 압박을 가했다.
(···) 생각건대 전시체제 하의 조선의 지위는 산업상으로나 경제상으로나 중요하다. 이에 조선 인구의 7할을 점하고 있으며 그리고 식료 연료를 비롯하여 중요한 군수품과 생활필수품의 생산에 직접 종사하고 있는 농어산촌의 민중에게 지워져 있는 책무가 어찌 적다 하리요.
‘농어산촌 보국일’을 당하여 이 점을 다시금 인식하고 총후(銃後)의 성의를 발로하는 의미에서 각자 생업에 최선을 다할 것은 물론이려니와 소비 용비(冗費)의 절약에 유의함으로써 자기생활 진(陣)의 향상과 국가생산 진의 강화 확충에 도움이 되게 할 것이요 아울러 인고의 시련을 쌓아 사변 장기화에 비(備)하지 않으면 아니 될 것이다.
조선의 민중에 대해 전쟁을 위한 생산력 확대와 내핍을 강조하던 일제는 노무공출, 물자공출이라는 구체적 착취를 자행하게 된다. 총독부는 ‘농어산촌 보호일’이라는 것까지 정해서 조선 농어민의 고혈을 짜냈다.
동아일보는 1937년 11월 16일자 사설(「다시 학제개혁에 대하여」)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내선일체의 통일이라는 간단한 자구가 내용적으로는 조선의 교육기관의 규모, 조직, 내용에 긍한 전면적 근본적 개혁을 초래할 것인데 모든 점에 있어서 조선의 교육과 교육시설을 실질적으로 향상시키고 완비시키는 것을 의미하는 한에서는 오인도 찬동하고 지지하는 바이다.” 민족지라는 신문이 ‘내지(일본)’와 조선이 하나가 되도록 만드는 일제의 교육을 적극 지지한 것이다.
총독 미나미의 ‘금강산 여행’을 극도로 미화
동아일보 1937년 11월 2일자 3면에는 「미나미 지로 총독 금강산 답파기(踏破基)」라는 장문의 기사가 실렸다.
한풍(寒風)이 심한 때의 금강산 탐승(探勝)은 남(南-미나미) 총독에게 상응한 금회의 여행이었다. 특히 9월 말로부터 10월 중순이 금강산 탐승의 절호한 시즌이나, 시국에 대한 총독의 정무는 차(此)계절에 순회할 수 없었던 것이다. 더구나 내금강 정복에 계속하여 강원도 내 농산어촌의 시국대책과 일반 지방상황을 시찰한다는 문자 그대로의 강행군이었다.
세계적 기승(奇勝) 금강의 풍모를 널리 천하에 소개하여 반도명승을 자랑할 제종(諸種) 계획이 진행되어 총독부에서는 금강산탐승시설조사위원회를 상치(常置)하고 연구와 그 구체화에 여념이 없으며 (···) 미휘리로부터 온정리에 지(至)하는 중간의 한천(寒泉), 육화암의 자동차도로 개설만 하더라도 1백여만 원의 거비(巨費)를 투(投)하도록 계획이 서 있는 금일, 차 현지시찰만 하더라도 의의 깊은 것이라고 할 것이다.
8년 전 조선군사령관 시대에 관상(觀賞)한 미나미 지로 대장의 눈과 지위를 달리한 금(今) 총독인 눈으로 검토시찰을 가하게 되는 그간 차이는 너무도 명료한 것이다.
총독이 장안사 산문에 이르렀을 때 안내의 승려가 본전에 직행하고자 하는 것을 정지시키고 “초래자(初來者)에 설명하듯이 안내하여 달라. 이 산문은 유서 깊은 곳이 아닌가”라고 만사 이 조자(調子)로 눈에 걸린 것은 설명을 구한다. 그리고 한 번 청취한 설명은 반드시 연락이 있는 승경(勝景)의 설명에 반문한다고 하는 명철한 것이 보였다. 만약 1만2천 봉의 봉명(峯名)을 안내자가 말하였다고 하면 그 명칭과 경승의 자태는 곧 총독의 뇌리에 숨어들어 금후 금강산에 관한 한 총독부의 제 계획안의 결재에 당하여서는 다시 살아날 것이다. 기봉(奇峯)이 있으면 경두(傾頭)하고 청담(淸潭)에 임하면 그 명(名)을 질문하는 등 만목담총(萬目潭總)이 총독의 연구 목표이었다.
누가 60여 세의 노구라고 생각하리오. 총독의 원기와 용의(用意)한 가(駕)에는 생각도 듣지 않고 전 코스 중 승가(乘駕)한 것은 아마도 2,3 킬로미터에 불과할 것이다. 지사, 부장도 비서관도 과장도 총독에 방(倣)하여 수행원 일동은 물론 가(駕)를 필요로 하지 않았다. 제2일은 강우 중에도 군복으로 태연히 구성동 만물상의 험난을 답파한 그 기백이 전 금강을 압도한 것이다.
총독의 신념 중에는 무슨 암시를 주는 박력이 몸에 감(感)할 뿐이다. 무엇이나 솔선하여 실천궁행, 견인불발의 범(範)을 시(示)하는 것으로 차 기백이 전 반도민중의 신과 심에 젖어들 실질강건의 정신인 것이다.
미나미 지로는 식민지 조선을 지배하는 총책임자로서, 우리민족에게는 억압과 수탈의 ‘원흉’이었다. 그런데 동아일보는 그를 고매한 인격자로 묘사하면서 ‘실천궁행, 견인불발’의 모범을 보이는 한편 ‘실질강건의 정신’을 지닌 위대한 지도자라고 찬양하고 있다.
미나미는 동아일보 기사가 전하듯이 단순히 금강산 관광만 한 것이 아니었다. 그는 금강산에 매장된 군수품 원료인 마그네사이트 개발을 목표로 답사에 나선 것이었다. 당시 그 정보를 들은 일본의 재벌 미쓰비시, 미쓰이 등은 총독부의 힘을 빌려 마그네사이트를 발굴하려고 혈안이 되어 있었다. 그런 사태가 벌어지면 ‘천하의 명승’인 금강산은 무참하게 파괴될 것이 분명했다.
새해 첫날 1면 머리에 ‘천황’의 동정을 대서특필
1938년 1월 1일자 동아일보 1면은 ‘천황 히로히토’가 새해를 맞아 어떻게 하고 있는지를 알리는 기사로 요란하게 치장되었다. 봉황 두 마리가 에워싼 ‘천황 폐하’와 ‘황후 폐하’의 사진이 무려 세로 5단으로 실린 그 기사의 제목은 「대본영 하에 어월년(御越年) / 황공···천황 폐하 어일상(御日常)」이다.
황공하옵시게도 유악(帷幄)의 중에 기념할 소화 13년을 영(迎)하옵신 대원수 폐하께옵서는 성수(聖壽) 경하하옵게 어삼십팔을 산(算)하옵신다. 삼가 배승하건대 사변 이래 소의한식(宵衣肝食) 어정려의 어일상에도 옥체는 더욱 승(勝)하옵시고 측근자 일동 공열신상(恐悅申上)하고 있다. 고(顧)하면 작하(昨夏) 노구교사건이 기(起)하자 엽산(葉山) 어용저(御用邸)로부터 급히 궁성에 환행하옵신 이래, 성하(盛夏)의 어체(御砌)에도 전선 장병을 사소(思召)하옵시어 어좌소에는 선풍기와 빙주(氷柱)와 여한 것도 허치 아니하옵셨다는데 우(又) 금동(今冬)의 피한(避寒)도 앙(仰)치 아니하옵시고 00의 전식(典式)에 제(際)하여 어체의(御替衣)하옵시는 외는 종시 어군복으로 장병의 노고를 시(偲)하옵신다고 배승된다. 작추의 관국회(觀菊會), 명치절의 어하연(御賀宴), 우(又) 내 5일의 신년연회를 어중지하옵심도 동양(同樣)의 대어심(大御心)으로 배봉(拜奉)된다. 이리하여 육의 해의 제일선에는 시종무관을 어차견(御差遣), 황송하옵신 성지(聖旨)와 함께 전 장병에는 어문부(御紋附) 연초를 사하옵사 어위문하옵셨는데 특히 야전병원에 요양하는 전상이(戰傷痍) 장병에게는 깊이 어진념하옵시어 전병사자의 씨명은 일병에 지하기까지 상문(上聞)에 달하고 병에 지하기까지 유설(遺洩) 없이 제자료(祭秶料)를 사하옵시어 간절히 충용한 영령을 조(弔)하옵셨다. 우 황군의 충렬에 대하여서는 재재(再再) 우악(優渥)한 칙어를 사하옵시어 이를 어가상(御嘉賞)하옵셨는데 매월의 궁중 월병가회(月並歌會)의 제(際) 등 ‘위문대’ ‘공군’ ‘보초’ 등의 황공하온 칙제(勅題)를 사하옵셨다.
이 기사의 앞부분을 쉽게 풀이하면 아래와 같다.
작전계획을 짜는 중에 기념할 소화 13년을 맞은 대원수(천황)는 나이가 38세가 된다. 지나사변 이래 날이 밝기 전에 옷을 입고 해가 진 뒤에 저녁밥을 먹을 정도로 정성을 다하는 일상에도 몸은 더욱 강건하여 측근들이 모두 기뻐하고 있다. 돌이켜보면 지난해 여름 노구교사건이 일어나자 별장으로부터 급히 궁성에 돌아온 이래 한여름의 무더위에도 전선 장병을 생각하여 처소에는 선풍기와 얼음기둥 같은 것도 두지 못하게 하였는데 또 이번 겨울에도 추위를 피하러 가지 않고 00 의식에 즈음하여 옷을 갈아입는 것 말고는 시종일관 군복으로 장병의 노고를 걱정한다고 한다.
위의 글은 일본군이 중국에서 노구교사건을 일으킨 뒤 중국을 본격적으로 침략하기 시작한 이래 ‘천황’이라는 사람이 ‘대원수’로서 ‘노심초사’ 전선의 장병들 걱정 때문에 무더위를 피하는 일조차 삼가며 언제나 군복을 입고 지낸다는 사실을 마치 ‘황공무지’한 중대 사건인 듯이 묘사하고 있다. 게다가 전시라서 그가 궁중의 중요한 행사들을 제대로 치르지 않고, 장병들에게 자신의 문양이 새겨진 담배를 하사하는가 하면 상이군인들에게 신경을 쓰는 일까지도 ‘성은이 망극하다’는 투로 감읍하고 있다.
1938년 새해 초 동아일보에 그런 기사가 나올 무렵 일본제국주의자들은 ‘천황’을 ‘살아 있는 신(현인신[現人神])’으로 떠받들고 있었다. 그런데 동아일보는 그들보다 한 술 더 떠서 제 나라를 식민지로 만든 일본의 ‘수괴’를 하늘에 있는 신처럼 모시는 아첨의 글을 예사로 실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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