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가 창간 이래 국내외의 독립투쟁이나 세계의 사회주의 운동에 관해 보도한 내용을 보면, 1924년 9월 중순까지는  조선일보보다 훨씬 진보적이었음을 알 수 있다. 독립운동가 신석우가 조선일보 판권을 인수한 때까지라는 뜻이다. 1924년 2월 하순부터 9월 초순까지 동아일보 기사와 논설들을 검색해 보면 그것을 확인할 수 있다.

독립투쟁에 관한 기사들

1924년 2월 24일자 3면에는 「재(在) 상해 조선임시정부의 간부」라는 2단 기사가 올라 있다.

  상해에 있는 조선임시정부에서는 대통령 리승만이 미국에서 모아 가지고 온 돈으로써 그 세력을 회복하기에 노력하는 중이며 동 정부의 간부는 그동안 거개 변동이 되었는데 현재의 간부의 씨명은 다음과 같다더라.
  대통령 이승만, 국무총리 이동휘, 외무총장 박용만, 내무총장 이동녕, 재무총장 이시영, 군무총장 노백린, 법무총장 신규식, 학무총장 김규식.

이  기사 바로 위에는 이승만의 사진이 세로 2단으로 크게 실려 있다. 사진설명은 “상해임시정부 대통령이라 하는 리승만”으로 되어 있다.

그 기사를 본 조선의 많은 독자들은 이런 의문을 품지 않았을까? ‘총독부는 걸핏하면 동아일보와 조선일보의 기사와 논설을 압수하거나 삭제하고 심하면 무기정간까지 시키는데 어떻게 일제가 불법단체로 보고 그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임시정부에 관한 기사가 나왔을까?’

이런 의문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해답을 추리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총독부의 신문 검열자들이 ‘상해에 있는 그런 단체쯤이야 대일본제국의 조선 지배에 하등 영향을 끼칠 수도 없으니 차라리 독자들이 알도록 해서 총독부가 언론자유를 하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느끼게 함이 좋겠다’고 판단했으리라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검열자들은 위의 기사를 ‘불순’한 것으로 보고 난도질을 했을 것이다.

2월 26일자 3면은 3분의 2 이상이 독립투쟁 관련 기사들로 도배되어 있다. 기사의 제목들은 아래와 같다.

  · 「옥중에서 가족에게 / 선언서 사건 복역자의 편지 / 완연히 한 문장-오세창의 편지 / 병인(病人)이 분명한- 권동진의 편지 / 눈물을 자아내는-최남선의 편지 / 지정이 넘치는-최린의 편지 / 3년 전의 감회-박희도의 편지 / 돈 1만원 부치라-오화영의 편지」
· 「광복군영 제4단장 / 이용진 외 14명 / 강서경찰서에서 체포되어 / 수일 전에 검사국에 압송」
· 「만 2개년의 춘(春)을 영(迎)하는 / 독립선언 사건 수인(囚人)의 생활 / 권동진 한 사람만 병이 나고 / 그 밖에는 모두 별 탈은 없다고」
· 「철원 애국단 공판 / 작일 경성 복심법원에서 / 사실심문만 하고 폐정해」

3·1 운동 5주년을 맞은 1924년 3월 2일자 동아일보 3면에는 「상해의 3월 1일」이라는 기사가 실렸다.

  3월 1일은 조선독립선언의 기념일이므로 상해에 있는 조선 사람들은 1일 오후 2시부터 동양활동사진관에서 독립기념회를 열었는데 내회자(來會者)가 수백명이요 중국인이 백명에 달하였으며 회관은 안팎으로 장식을 화려하게 하여 군악대와 상해고아원 아이들도 왔고 매우 성황을 이루었는데 내빈에게는 종이로 만든 한국기를 배부하고 독립가를 부르고 독립선언서를 낭독하고 다음에 각 방면의 축사를 낭독하였는데 특별히 상해 한인 민단장 장봉의 축사와 임시대통령 이승만의 축사는 더욱이 내빈을 격동케 하였으며 오후 4시에 조선독립을 3창한 후 폐회하였는데 또 확실히 들은 바에 의하건대 임시정부는 대통령 이승만이 미국에서 많은 돈을 모아가지고 상해에 돌아온 후 비상히 세력을 회복하였고 임시정부의 내부를 개조를 하고 다시 조선과 내외가 서로 호응하여 극력으로 군비를 모으려 하는 중이요 임시정부에서 일 보는 사람은 현재 3백명 이상이라더라. [상해 2일 발-일본 전보통신] 

이 기사 밑에는 「압록강 대안에 재한  / 독립당의 근황 / 압록강의 맞은 편 각처에서  / 친일파를 죽이는 일이 많아」라는 기사가 자리 잡고 있다.
1924년 5월 7일자 동아일보 2면 머리에 오른 기사(「평북지방 소란 / 무장한 독립군이 자주 나타나 / 평북 몇 고을을 소란케 한다고」)는 독립군의 활동을 상세히 보도했다.

  근일 평안북도 압록강 연안에는 무장한 독립단이 자주 나타나서 혹은 군자금을 모집하고 혹은 관헌과 포화를 쏴대는데 대개 그들이 들어오는 곳은 산중 교통 불편한 곳이므로 통신이 자유롭지 못하여 일일이 통신을 들을 수도 없고 또 오는 통신도 심하게 늦는 일이 많으나 대강 온대로 소개하면 아래와 같더라.
  지나간 21일 밤에 무장한 독립단이 통천군 양광면 용계동에 침입하여 다섯 명 혹은 여섯 명씩 떼를 지어 민가에 들어가 현금 372원과 물품을 가져 갔다는데 그 내용을 들으면 그 동네 정상빈의 집에는 밤 11시에 다섯 명이 들어가 현금 60원을 취하였고 동 12시에는 정석래, 이세훈의 집에 각각 다섯 명이 들어가 정 씨에게는 현금 40원, 이 씨에게는 현금 230원과 금시계 한 개와 은시계 한 개와 만년필 한 자루와 고무신 두 켤레를 취하였다는데 (···) 그들은 모두 중국 군복을 입고 모젤식 권총을 가졌으며 모자는 혹은 조라모 혹은 중절모를 썼다는데 모두 건장한 청년들이었다더라. (·····)
  지난 25일 밤에 의주군 고관면 관북동 강인환의 집에 무장독립단 여섯 명이 잠입하여 자던 중 경관 네 명은 그 이튿날에야 그 집을 찾아갔던 바 오히려 재류(在留)하므로 경관들은 극력 체포하려 하였으나 권총을 각각 휴대하였으므로 할 수 없이 쌍방이 발사하여 약 세 시간 동안이나 일시 대격전을 하였는데 경관 편에서는 탄환이 부족하여 퇴각한즉 독립단 편에서는 승전 만세를 고창하고 형적을 감추었는데 쌍방에 사상(死傷)은 없었다더라.

좌익 운동에 대한 보도

1922년 말부터 코민테른(국제공산주의연맹, 러시아 혁명 뒤인 1919년 3월 창설)은 한국 공산주의 운동과 민족운동의 중심을 한국 본토로 옮기기 위한 작업을 시작했다.

  코민테른 집행위원회가 1924년에 작성한 보고서에서는 한국이 실로 중대한 문제에 직면해 있음을 실감했다. 이 보고서는 민족주의운동이 내부 분열로 파멸했고, 국민대표대회도 실패로 돌아갔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보고서는 농민과 노동자들이 점점 순수한 민족주의운동으로부터 이탈함으로써 한국에 계급 분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
  (···) 코민테른의 입장에서 볼 때 한국에서의 사태 발전은 느리기 짝이 없었다. 한국 공산주의운동 내부의 파벌투쟁은 단지 하나의 문제에 불과했다. 일제경찰과 군대의 효율성은 공산주의 조직원들 간에 놀랄만한 사고율(事故率)을 기록하게 했다. 실로 국내에 침투하는 공산주의 공작원 가운데 불과 몇 달만이라도 경찰의 추적을 피할 수 있었던 사람은 극히 드물었다. 대다수의 공작원들은 이미 그들의 계획과 침투경로에 대해 상세한 정보를 확보하고 있던 일제당국에 의해 압록강을 건너자마자 체포되었다. 일례로 상해에서 활동하던 이르쿠츠크파의 박헌영, 임원근, 김단야 등은 1921년 4월 단둥에서 국내로 잠입하려다가 일제경찰에 의해 검거되었다(이들은 석방된 후 다시 활동을 벌이게 된다. 1924년 8월에 석방된 박헌영은 두드러진 활약을 보였다). (·····)
  (···) 한국 최초의 노동단체는 1920년 4월 차금봉 등에 의해 창립된 조선노동공제회였다. 이 단체는 처음에는 기독교사회주의에 입각한 것으로 그 슬로건은 신의 뜻에 따라 노동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이다. 곧이어 이 단체의 좌경운동이 전개되었지만 1922년에 접어들자 여기서도 내부 분열이 일어났다. 급진파는 남조선노농총동맹을 결성했다. 1923년 9월부터 다양한 노동조합들을 통합하려는 노력들이 시작되었고 그 결과 이듬해 4월에는 조선노농총동맹이 발족했다. (···) 1924년 4월에 창립된 장덕수의 조선청년총동맹은 결국 그 주요 구성부분이었던 서울청년회가 떨어져나감으로써 분열되었다. 김사국, 김한, 박일병 등이 이끄는 서울청년회는 결국 한국 공산주의운동에서 소위 서울파라 일컫는 집단의 중핵을 이루게 된다(스칼라피노·이정식 공저, 한홍구 옮김, <한국공산주의운동사 1>, 돌베개, 1986, 97~100쪽).

일제는 러시아에서 1917년 10월 혁명이 성공한 뒤 레닌 주도의 국제공산주의운동이 일본 본토와 식민지 조선에 침투하는 것을 가장 경계했다. 그런데 동아일보에는 1924년 3월 2일자부터 좌익 계열의 움직임에 관한 기사가 자주 나오기 시작했다.

총독부는 동아일보에 자주 나오는 좌익 운동 관련 기사와 논설을 거의 삭제하지 않았다. 3월 2일자부터 동아일보 지면에 오른 진보적 운동이나 좌익 운동에 관한 기사와 논설의 제목은 아래와 같다.

· ‘조선청년총동맹 발기선언 / 오는 4월 22일 창립대회 / 조선 민중 해방운동이 그 강령」 「이동휘 일파와 / 적군(赤軍)의 악수 내용」(3월 2일자 2면)
· 사설 「조선청년총동맹에 대하여 / 각 단체의 참가를 열망」(3월 3일자 1면)
· 사설 「반동세력의 박멸 /남선노농동맹의 결의」(3월 15일자 1면)
· 「공산당 후원 하에 / 해항(海港) 3·1 기념 / 수천명 군중이 태극기와 적기(赤旗)를 들고 / 성대히 거행한 3·1 기념식 / 영·미·중·일 각국 대표 동정(同情) 연설」(3월 25일자 2면)
· 「개막된 전조선노농대회 / 82단체로부터 77인이 참가 개회」(4월 16일자 2면)
· 「전조선총동맹을 발기 / 노농대회, 노농동맹, 노동연맹이 한 자리에서 / 2백여 명이 총동맹 발기 자격심사까지 했다」(4월 19일자 2면)
· 사설 「조선청년총동맹의 창립총회」(4월 21일자 1면)
· 「노농총동맹 완성 / 작일 오전 황금정 광무대에서 계속 개회하고 / 집행위원 50인을 선정한 후 창립회는 종료」(4월 21일자 2면)
· 「노농 임시대회 / 노동은 8시간/ 삯전은 최하로 하루 1원씩」「노동가를 고창하며 / 수백 군중의 시위 / 황금정부터 종로까지 시위행렬 / 당야(當夜) 검속자가 수십명이라고」(4월 22일자 2면)
· 사설 「노농총동맹 결의 중 본사에 대한 것에 대하여」(4월 23일자 1면)
· 「양 문제의 진상 / 노농임시대회에서 논의된 / 본사의 사설 문제와 명월관 사건」 「소위 명월관 사건 / 몇 개인의 일시적 사석(私席) 간친(懇親)」(4월 23일자 2면)
· 「금지당한 민중대회 / 각파연맹 폭행 응징에 경찰이 하고(何故) 간섭 / 철두철미 민중의 권위를 압박하는 경찰당국의 처사」 「상해에 열리는 만국 공산당대회 / 우선 일본 적화 방법 토의」(4월 24일자 2면)
· 사설 「민중대회 금지」(4월 25일자)
· 「공산당이 경성에 / 다수한 선전문을 가지고 왔다고 / 함남에서 경기도에 온 지급전보」(5월 3일자 2면)
·「‘3만명 시위행렬 / 조선노동동맹 외 52단체」 「용정촌에 공산 선전 / 노국 공산당이 5월 1일에」(5월 3일자 2면)
· 「조선의 현상(現狀)으로는 / 민족운동이 먼저 / 레닌 동무가 조선 대표에게 한 말이라고」(5월 8일자 2면)
· 「제2국제공산당이 / 일본에게 비격(飛檄) / 완전한 정치적 자유를 얻으라고」(5월 10일자 2면)
· 「재로(在露) 공산당의 신계획 / 아령(我領) 해삼위에 있는 조선인 공산당들의 신계획 / 독립단들과 협력하여 민족운동을 일으키자고」(5월 12일자 2면)
· 사설 「전 세계 혁명운동」(5월 31일자 1면)
· 「노농 노국(露國) 후원 하에 / 한인공화국 건설 설(說) / 모스크바 노농 노국 수뇌자들이 자진하여 / 한인은 공화국을 세우도록 후원하는 중이다」(6월 29일자 2면)

이상의 목록에서 유난히 눈길을 끄는 것은 4월 23일자 사설 「노농총동맹 결의 중 본사에 대한 것에 대하여」이다. 먼저 그 내용을 보기로 하자.

  조선노농총동맹은 근래에 보기 드문 민중적 대운동이었다. 다만 가맹단체 수와 출석대표 수의 다(多)함으로만 그런 것이 아니요 그 주의정신과 사업계획이 현대 조선 민중의 실생활에 직접한 관계를 가진 것과 또 이것이 다만 연구와 선전을 위사(爲事)하는 것이 아니요 실제 운동단체인 점으로도 그러하다. 그러므로 우리는 최초로부터 이 운동에 대하여 다대한 희망을 촉(囑)하였었고 또 최후의 결의사항에 이르러서도 우리는 최초의 기대에 부(副)한 것을 만족히 여겼다.
  그러나 조선노농총동맹의 결의 중에 본사에 대한 것은 그 논거 되는 사실이 오해가 아니면 허전(虛傳)인 것을 심히 유감으로 안다. 물론 본보도 사람이 경영하는 이상에는 어찌 착오가 없기를 보증하랴. 그러나 본사에 대한 비난의 대부분이 오해가 아니면 허전이다. 종래에도 본보에 대하여 종종(種種)의 유언비어가 있는 모양이었으나 우리는 만천하 독자가 그러한 무근(無根) 맹랑지설에 현혹되지 아니할 것이 확실하기 때문에 또는 그만 것을 순순히 변명하는 것이 도리어 췌사(贅辭)에 불과할 줄을 생각하기 때문에 또 유언비어가 비록 일시는 인심을 현혹하는 일이 있더라도 진리는 최후의 승리자임을 자부하기 때문에 지금토록 일언도 이 문제에 섭(涉)한 일이 없었다.
  그러나 조선노농총동맹은 존경할 만한 대단체다. 이러한 대단체에서 이러한 결의를 하는 것을 보고는 우리는 일언이 없을 수 없음을 자각한다. 만일 본사와 본보가 과연 조선노농총동맹의 조사위원이 보고한 바와 같은 주의 정신과 행위를 가졌다 하면 성토도 비매동맹도 도리어 경한 벌이라 할 것이다. 그러나 본사 또는 본지가 일찍이 일보(一步)도 전 국민에게 공약한 주의 정신에 벗어나는 행동이나 언론을 고의로 한 일이 없음은 우리와 공정한 만천하 독자의 양심이 승인할 것이다. (·····)
  동아일보는 결코 사유물도 아니요 따라서 일 개인의 의사대로 좌우될 것도 아니라 조선 민중 전체의 정의감을 배경으로 하고 기초로 하여 운전되는 공(公)된 기관이요 적어도 정의적 양심에 의하여 언론되고 행동되는 일 단체라 결코 이 기능을 조선노농총동맹의 조사위원이 보고한 바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기가 절대로 불가능할 것을 본사의 창립 동기와 성질상 용이히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주의와 정신은 우리의 지면이 과거와 미래에 영원히 이를 증명할 것이라 구태여 구구한 변명을 불요하거니와 우리는 서로 애호하여야 할 동지 동포 간에 불길한 오해와 의운(疑雲)이 일일이라도 무소(霧消)하기를 바라고 이에 일언하는 바이다.

  조선노농총동맹 조사위원이 임시대회에 보고한 사실을 근거로 참석자들이 ‘결의’한 내용에 대해 동아일보가 사설을 통해 ‘유언비어’ 또는 ‘허전’이라고 주장한 까닭은 무엇이었을까? 4월 22일자 조선일보 3면 머리기사(「노농총동맹 임시대회」) 밑에 실린 「반동단체와 방해자는 / 박멸하고 매장하기로」라는 기사에 그 ‘결의’ 내용이 자세히 나와 있다.

  (···) 반동단체와 방해자에 관한 건이라는 조목에 이르러 미리부터 김종범 씨 외 모모 씨가 소위 각파유지연맹과 동아일보에 대한 문제를 조사한 일이 있는데 그것을 회석(會席)에 제의하겠다 한즉 몇몇 분자의 반대가 맹렬하여 한참 동안은 큰 분요(紛擾)를 일으키었으나 결국 가부(可否) 취합한 결과 거의 전수로 제의하라는 것이 결의되어 김종범 씨가 단에 올라 소위 각파유지연맹의 강령과 그의 행동을 볼 때에 우리 조선 사람으로는 조금이라도 양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도저히 용서를 할 수가 없는 일인즉 우리들은 그들을 박멸할 일을 시각이라도 늦게 못할 것이라 하고 그 다음에는 동아일보에 대하여 작년 4월에 청년당 대회가 개최되었을 때에 비매동맹을 한 일도 있거니와 상해와 동경에 특파되었던 기자들이 우리 민족에게 구타당하고 쫓겨 온 것을 보면 동아일보 내막이 어떠한 것을 가히 짐작할 것인데 동아일보에서는 그래도 후회함이 없이 작년 12월 24일에는 사장 송진우, 김성수 양 씨가 시내 모모들과 함께 명월관에서 모여 소위 연정회라는 것을 조직하기로 하고 그 비용으로 2만 원가량을 수합하고자 비밀히 동아일보의 지분국(支分)局)을 이용하여 수금계획에 노력하는 동시에 마루야마 경무국장 외 모모 고관 두 사람을 방문하고 상호 협조할 일의 양해까지 얻어가지고 그 뜻을 선전하기 위하여 금년 1월 3일 사설에 총독정치가 허락하는 범위 안에서 정치적 단결을 하여 정치운동에 힘쓸 일을 굉장히 선전하였으며 그 다음에는 이광수 씨를 중국에 있는 안창호 씨에게 보내어 양해가 입(入)할 일을 간구한 일도 있으며 설태희 씨를 만주지방으로 보내어 조선독립단들에게 그러한 말을 비치어 보다가 구축(驅逐)이나 다름없는 일을 당하고 돌아온 일이 있는데 이에 의하면 그 신문 자체가 민원식이가 경영하는 시사신문에 조금도 다를 것이 없으니 동아일보를 박멸키 위하여 현재 그 신문의 중요 간부와 그 옹호파를 이 사회에서 매장할 일과 비매동맹을 여행(勵行)할 일과 오는 4월 28일에 조선 안 각지에서 성토강연을 일제히 할 일 등을 만장일치로 가결하는 동시에 전기 각파연맹도 성토하기를 가결하였더라.

이 책의 5장 ‘독립과 해방을 부정한 사설 민족적 경륜’과 6장 ‘박춘금 협박 사건과 동아 기자들의 개혁운동’을 다시 읽어보면 동아일보의 4월 23일자 사설(「노농총동맹 결의 중 본사에 대한 것에 대하여」)이 ‘유언비어’나 ‘허전’이라고 주장하는 일들이 실제로는 거의 모두 사실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동아일보는 “우리의 주의와 정신은 우리의 지면이 과거와 미래에 영원히 이를 증명할 것”이라고 허세를 부렸다. 이런 주장이 완전한 거짓임은 이 총서의 뒷부분에서 확실히 입증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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