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 지방방송에서 얘기한 것 가지고”

포항MBC의 월성 원자력발전소 다량 삼중수소 검출 보도를 두고 공당의 당직자가 한 말이다. 사석에서도 삼가야 할 발언을 다수의 청취자가 듣는 라디오 방송에서 했다니 귀를 의심케 한다. 지역에 대한 비뚤어진 인식은 ‘폄하’에 그치지 않는다. “침소봉대”니 “정치적 가짜 뉴스일 가능성이 높다”느니 모욕적인 표현을 서슴지 않는다. 철저히 지역을 무시하는 서울 중심적 인식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국민의당 서울시당 김윤 위원장은 꿰차고 있는 직함답게 대한민국에는 오로지 서울 밖에 없다고 생각하는가.

김 위원장은 한 술 더 떠 포항MBC의 기사에 대해 ‘청와대의 개입’이니 ‘물 타기’니 하는 막말로 비하했다. 오죽하면 진행자까지 나서 ‘개인적인 의견’이라며 선을 그었겠는가. 자신의 말이 얼마나 저급하고 편견에 사로잡혀 있는지 본인만 깨닫지 못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한때 상대방의 말을 무례하게 일축하려는 의도로 ‘지방방송은 꺼라’라는 말이 세간에 나돌았다. 하지만 지역을 비하하고 무시하는 잘못된 표현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방송과 신문 등 언론매체는 물론이고 영화와 드라마 대사에서조차 퇴출됐다. 정작 정치권에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인물은 세태의 변화를 모른 채 시대에 뒤떨어진 관념을 아직 버리지 못한 것 같아 심히 안타깝고 걱정스럽다.

지역방송의 수난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최근 포스코는 직업병 실태를 고발한 포항MBC의 다큐멘터리 제작자인 기자를 고소했다. 특히 언론사가 아닌 기자 개인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는 명백한 탄압이다. 충실한 취재와 전문가의 검증을 거쳐 제작한 프로그램에 대해 논리적으로 반박하기는커녕, 5천만 원이라는 금전적 배상을 청구한 행태는 개인을 위협하려는 의도가 다분하다.

지역방송은 쉽지 않은 여건에도 지방권력과 토호세력에 대한 감시를 꾸준히 수행해 왔다. 권력의 겁박과 자본의 회유가 더욱 직접적인 환경이지만, 지역방송은 감시의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제 역할을 다하려 정진해왔다. 최근 일련의 사건들은 지역방송의 역할과 책임을 부각시키는 계기일 뿐이며 지역방송인들은 자세를 다잡는 기회로 삼을 것이다. 우리는 앞으로도 왜곡된 편견과 부당한 탄압에 맞서 싸우기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2021. 1.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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