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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MBC의 정당한 프로그램을 매도하지 말라12월 18일자 한국PD연합회 성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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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12.21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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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포항 MBC가 방송한 다큐 <그 쇳물을 쓰지 마라>가 지역사회의 논란에 휩싸였다. 이 다큐멘터리는 △포항제철소에서 장기간 일한 노동자 여러 명이 암, 백혈병, 루게릭병, 악성 중피종 등에 걸려 목숨을 잃었거나 위독한 상태임을 알리고, △포항제철소의 배기가스로 인한 대기오염 때문에 주민들이 고통 받고 있다는 점을 고발하고, △포항제철소와 노동자들, 그리고 지역 주민들이 안전하게 상생할 수 있는 대안 마련을 촉구했다.

우리는 포항 MBC가 이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 공영방송의 임무를 충실히 수행한 것을 높이 평가하며, 장성훈 기자 등 취재진의 용기와 노고에 격려와 위로를 보낸다. 아울러, 근거 없는 비방과 모욕적인 언사로 이 프로그램을 매도한 분들에게 유감을 표하며 12월 21일 오후 5시로 예정된 전국방송이 아무 차질 없이 이뤄지길 바란다.

포스코 측은 취재를 거부하며 “발암물질은 사실무근”이라는 서면답변만 보내 왔다고 한다. 노동자들이 목숨을 잃은 건 작업장의 발암물질 때문이란 점이 과학적으로 입증됐고 지역 주민 35명이 암에 걸린 게 대기오염 때문이란 건 환경부 조사에서도 밝혀진 사실이다. 하지만 노동자들은 회사 보복이 두려워서 말을 꺼낼 수 없는 분위기였다고 한다. 심지어 문제제기한 사람이 창고에 끌려가서 구타를 당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그런데도 포스코 측이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모르쇠로 일관하는 것은 무책임한 태도라 아니할 수 없다. 포스코 측은 지난 11일 하청업체 노동자 사망사건 진상조사단을 동행 취재하던 포항 MBC 기자를 완력으로 붙잡아서 취재를 막으며 이 다큐에 대한 불만을 쏟아냈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포스코는 합리적인 의사소통을 할 줄 모르는 기업인가? 아직도 1970년대 식 병영문화에 갇혀 있는 후진 기업임을 스스로 증명하겠다는 건가?

이 과정에서 한국노총 산하 포스코 노동조합이 보여준 태도는 우리를 아연케 한다. 그들은 정당한 취재를 물리력으로 저지했을 뿐 아니라 방송 후에는 ‘악마의 편집’, ‘이간질’ 등 극렬한 언어로 담당 기자와 포항 MBC를 매도했다. 그들은 한 술 더 떠서 “계획 중인 사업의 전면 보류, 지역투자 · 공헌활동 · 소비활동의 전면 중단”으로 지역 경제에 타격을 주겠다며 “직원과 자녀 주소를 타지역으로 옮겨서 포항을 인구 50만 이하의 도시로 만들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이런 상식 이하의 언사로 “언론의 엄중한 사회적 책임을 묻겠다”니 포스코 노동조합은 제 정신인가? 지역사회에서 자신들이 누려 온 기득권을 무기로 시민들을 협박하는 이들의 안하무인 행태에 포항시장은 뭐라고 응답할지 궁금하다.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앞장서서 옹호해야 할 노동조합이 사측의 대변인이 되어 양심을 저버린 행태는 어떤 말로도 합리화할 수 없다.

포항시민연대라는 단체가 이 프로그램과 포항 MBC를 비난한 것도 적절치 않아 보인다. 포항이 2017년 지진과 철강산업 침체로 오랜 기간 고통을 겪어왔다는 점을 알고 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일부 시민단체가 우려를 소리를 낸 심정은 이해할 만 하다. 하지만 더 좋은 포항을 만들자는 프로그램의 취지를 외면한 채 기자와 언론사를 비난하는 것은 번짓수가 틀린 게 아닐까? 엄연히 존재하는 문제를 외면한다고 그 문제가 사라지는가? “포스코의 광고를 받아 온 포항 MBC가 포스코를 비판하는 건 위선”이라는 식의 주장은 포스코를 위해서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일부 시민단체는 달을 가리키는데 손가락만 쳐다보는 어리석음에서 벗어나기 바란다.

포스코의 문제는 지역 문제가 아니라 이 나라 전체의 문제다. 포스코는 포항만의 기업이 아니라 한국의 대표 기업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포항 경제가 포스코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다는 이유로 포스코를 비판의 성역으로 간주하는 건 온당치 않다.

연임이 확실시되는 최정우 회장은 “포스코는 사회와 함께 가야 한다”는 기본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그렇다면 최 회장은 ‘세계 1류 기업 포스코’의 명성에 걸맞게 획기적인 대책을 마련하여 노동자들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하는 일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 생산량은 세계 수준인데 노동자의 인권은 1960년대 수준이라면 어떻게 세계 무대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겠는가. 공해 배출 기업의 오명을 떼지 못한 채 어떻게 21세기 글로벌 기업의 명성을 이어갈 수 있겠는가. 최 회장은 포스코를 선진국 수준의 안전장치를 갖춘 1류 기업으로 만든 명예로운 회장으로 역사에 이름을 남기기 바란다.

유해한 작업환경 때문에 노동자가 죽어 나가고, 공해 배출로 지역사회가 살기 어려워졌다면 힘과 지혜를 모아 이를 개선해야 한다. 산재와 직업병이 없는 일터를 만드는 것은 누구도 거역할 수 없는 시대의 과제다. 국회에서 막 논의가 시작된 중대재해기업 처벌법을 압도적인 다수의 국민이 지지하고 있지 않은가. 제발 좀 함께 살자.



2020년 12월 18일
한국PD연합회

관리자  freemediaf@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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