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B청주방송이 고 이재학 PD 사망 사건을 둘러싸고 타결한 사회적 합의를 4개월 넘게 이행하지 않고 있다. 이 와중에 청주방송 등기이사는 이재학 PD 사망 책임을 비롯해 진상조사 결과까지 공식 부인했다. 배후로 대주주인 이두영 두진건설 회장(CJB이사회 의장)이 지배하는 이사회 압력이 지목된다.

지난 7월22일 청주방송·언론노조·유족·시민사회(이하 4자)가 이재학 PD 명예회복 등을 위해 타결한 합의안은 지금까지 이행되지 않았다. 합의 핵심 사안인 항소심 마무리가 대표적이다. 이재학 PD가 자신의 노동자성을 확인하고 다른 방송사 ‘위장’ 프리랜서들에게 선례를 남기려고 제기했던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이다.

4자는 법원 강제조정으로 항소심을 종결키로 했으나 지금껏 석연찮은 사유로 3차례 연기됐다. 조정결정문은 청주방송이 “고 이재학의 근로자 지위와 청주방송으로부터 부당해고된 사실을 인정하며, 이재학 사망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유족에게 사과를 표한다”고 합의된 터였다.

법원 조정 절차만 거치면 됐지만 사측은 9월23일 이의신청을 하며 합의안을 거부했다. 이후 10월22일까지 회사 최종 입장을 내기로 했으나 어겼다. 다시 11월15일까지 최종 해결하기로 약속했으나 지난 16일 ‘논의 중’이란 입장만 내고 지금까지 어떤 입장도 내지 않고 있다.

▲청주방송 고 이재학 PD 대책위는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더불어민주당 윤미향·홍정민 의원실과 공동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청주방송에 합의 준수를 촉구했다. 사진=손가영 기자.

청주방송 측은 지난 9월엔 조정문 중 ‘사망 책임 통감’ 삭제만 요구했지만 최근엔 ‘부당해고’ 삭제까지 요구했다. 회사 사외이사인 유재풍 변호사는 최근 회사 관련 소송에서 이재학 PD 사망 책임을 인정할 수 없다는 의견서를 법원에 냈다. 그의 사망 진상을 규명한 보고서 결과조차 부인했다. 이 PD처럼 노동자성을 확인하려고 민사 소송을 낸 한 용역업체 MD(Master Director) 직원 사건에서다. 유 변호사는 이 사건을 대리하는 사측 대리인이기도 하다.

책임자 징계도 지지부진하다. 이재학 PD가 숨진 지 10개월째다. 애초 징계 시한은 합의 후 1달 이내인 지난 8월22일이었다. 30일 기준 책임자 5명 중 1명의 징계만 끝났다. 나머지 2명 징계는 현재 진행 중이며, 또 다른 2명의 징계는 아직 시작하지 않았다. 인사위에 회부된 윤아무개 국장 경우 5차례 인사위가 열렸고, 현재 징계 수위를 검토 중이다. 윤 국장은 이 PD 소송을 도운 직원을 회유·협박한 인물 중 하나다.

‘고 이재학 PD 대책위’는 지난 26일 온라인 서명운동까지 나섰다. 1000명 서명을 목표로 청주방송 대주주 이두영 회장 책임을 규탄하는 움직임이다. 이 회장은 조정문의 ‘사망 책임’ 문구 삭제를 강요했다고 알려진 인물이다. 최근 ‘부당해고’ 문구 삭제도 이 회장이 요구했다고 전해졌다.

이 회장은 사태 초기부터 ‘경영에 관여하지 않는다’고 밝혔지만 내막은 다르다. 이 회장은 이재학 PD 사망 이후에도 월 1300~1600만원 회장 급여를 꾸준히 받았다. 차량 지원도 받았다. 4자 합의 과정에서도 이 회장은 합의문 조항을 일일이 유선으로 듣고 확인을 했다고 전해졌다.

회사가 합의를 지키지 않으면 항소심은 그대로 진행된다. 4자 합의에 따르면 강제 조정 결정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청주방송은 유족이 항소심 판결을 받는데 협조한다.

▲지난 1월17일 청주방송 뉴스 리포트에 실린 이두영 이사회 의장.

청주방송 관계자는 “항소심 부분은 잘 풀어가려고 하고 있다”며 “징계는 계속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이두영 회장의 외압에 대해선 ”전혀 사실 무근“이라고 밝혔다. 30일 전화·문자 등으로 이 회장에게 질의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유족 측은 30일 통화에서 “회사는 7월에 이미 다 확정한 것을 대체 누구와 어떻게 더 협의한다는 것이냐. 누구 때문인지는 뻔히 다 보인다”며 “합의 이행에 대한 의지도 없고 책임 지지도 못한 경영진은 책임지고 물러나야 한다”고 밝혔다. 이 PD 진상조사보고서를 부정한 사외이사 유 변호사엔 “개탄을 금치 못하겠다. 회사가 잘 운영되게 감시하라는 자리인데 회사에 딱 달라붙어 소송대리인까지 하는 건 도덕적으로 비판받을 행동”이라고 말했다.

대책위는 오는 4일 이두영 회장이 소유한 청주 두진건설 사옥 앞에서 규탄 집회를 열 예정이다. 대책위는 지난 26일 온라인 서명운동을 시작하며 “합의서가 휴지 조각이 되는 이유는 청주방송을 실질 좌지우지하는 사람은 따로 있기 때문”이라며 “대주주 이두영 회장이 조속히 합의를 이행하도록 함께 촉구해달라”고 호소했다.

* 이글은 2020년 12월 01일(화) 미디어오늘 손가영 기자의 기사 전문입니다. 기사원문 보기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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