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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행정수도 건설’ 헐뜯기조선일보 대해부 5권 - 10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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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10.14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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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의 참여정부는 16대 대선 공약을 실천하기 위해 행정수도를 충남 지역에 건설하는 사업을 진행하려고 했다. 2003년 12월 29일 국회에서 여야 합의(찬성 167, 반대 13, 기권 14)로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이 통과된 뒤, 2004년 1월 16일 특별법 공포에 이어 4월 17일부터 특별법 및 시행령이 발효되었다.


‘신행정수도 건설’을 ‘천도’라고 우긴 조선일보

6월 9일 신행정수도이전추진위원장 김안제는 현재 계획상 신행정수도 이전은 사실상 수도를 옮기는 것이며, 특별법 통과 이전에 국민투표를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했다는 소신을 밝혔다.

  서울대 명예교수인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초·재선의원 모임 ‘푸른정책연구모임’이 주최한 토론회에 참석, “입법부와 사법부까지 옮기면 사실상 천도가 아니냐”는 질문에 “국회와 사법부가 모두 다 옮기면 그것은 수도 이전이라고 볼 수 있다”고 답했다. 그동안 정부는 정치행정 기능만 옮기는 것이기 때문에 수도 이전(천도)은 아니라는 입장을 보였다.
  김 위원장은 “그러나 국민투표는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을 통과시키기 이전에 했어야 했는데 이미 늦었다”고 말했다(조선일보 6월 10일자 4면).

이 기사와 같은 날짜 조선일보 31면에는 「이건 행정수도 이전이 아니라 천도(遷都)다」라는 사설이 나왔다.

  대통령 직속 신행정수도건설추진위원회가 청와대와 정부 부처는 물론, 국회와 사법부, 헌법재판소까지 포함시킨 85개 기관을 이전 대상 국가기관으로 발표했다. 이 발표를 보면서 우선 드는 생각은 이건 정부가 지금까지 말해 온 ‘일부 행정기관의 이전’ 수준이 아니라 국가 중심 기능 거의 전부를 옮기는 ‘천도’라는 것이다.
  행정수도 이전 계획에 대해 ‘사실상의 천도’라는 지적이 있을 때마다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관계자들은 “수도 기능의 극히 일부만 옮기는 것”이라고 말해 왔다. 그랬던 정부가 이제는 신행정수도추진위의 민간위원장조차도 “행정수도 차원을 넘어 수도 이전이라고 볼 수도 있다”고 하듯이 완전히 말을 바꿨다. 이 정권의 모든 사람이 거짓말을 해온 것이다. 사태가 여기에 이르렀다면 수백 가지 대선 공약 중의 하나로 집어넣어 국민 동의를 받은 것처럼 은근슬쩍 넘어갈 일이 아니라 ‘천도’라는 이름에 걸맞은 국민적 합의 절차를 다시 거쳐야 한다.
  더욱이 지난 총선으로 입법부까지 장악했다고 그런지 헌법상 독립된 사법부와 입법부의 견해 한 번 듣지 않고 마음대로 이전 대상기관에 끼워 넣은 것은 이 나라가 삼권분립의 국가가 아니라 행정 만능의 행정독재국가라는 점을 자인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
  대통령은 지난 1월 “구 세력의 뿌리를 떠나서 새 세력이 국가를 지배하기 위해서는 천도가 필요했다”고 발언한 적이 있다. 아닌 게 아니라 46조원이라는 천문학적 돈을 땅 파고 집 짓는 데 쏟아 붓겠다는 이 정부의 무모함을 보면, 이 정권은 국민으로부터 잠시 국정 운영을 위임받았다고 생각하는게 아니라 스스로를 마치 왕조시대 역성혁명(易姓革命)에 성공한 권력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이 사실인 듯하다.

  그날부터 조선일보는 참여정부의 ‘신행정수도 건설’ 사업에 대해 무차별 공격을 퍼부었다. 「천도, 흥분하지 말고 냉철하게 논의하자」(6월 16일자)라는 사설이 신호탄이었다.

  정부가 15일 수도 이전 후보지 4곳을 발표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수도 이전 계획은) 정부의 명운을 걸고, 진퇴를 걸고, 반드시 성사시키도록 각별히 부탁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은 또 수도 이전 사업은 “대통령 선거 때 공약을 했고, 국회에서 관련된 입법이 압도적으로 통과됐고, 총선도 치러졌다”는 점을 들어 “국민 평가는 충분히 받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은 그러면서 헌법기관과 공공기관의 이전 범위에 대한 최근의 논란을 “정치적 의도를 갖고 있는 공세”라고 불렀다.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을 듣고 먼저 떠오르는 의문은 천도만이 수도권 집중 예방과 지방의 균형 발전을 위한 유일한 처방이며, 이것을 위해 최소 45조원에서 최대 120조원을 투입해야만 하는가 하는 점이다. 이 돈을 달러로 환산하면 400억 달러에서 1000억 달러다. 지금 세계에 이만한 규모의 토목공사를 벌이는 나라는 없다. (·····)
  대통령은 또 행정수도 계획이 무너지게 되면 수도권과 지방이 서로 발목잡기로 되돌아가 수도권이 금융비즈니스나 첨단산업의 동북아 중심 도시가 되는 것이 불가능해지고, 지방화 전략도 함께 무너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정부가 출범과 함께 내걸었던 ‘동북아 금융허브 구상’이나 ‘동북아 경제 중심 구상’이 유명무실한 구호로만 남은 것은 수도권 인구 집중 때문만이 아니다. 그 근본 원인은 한국이 세계의 기업과 연구소를 끌어들일 만큼 매력 있는 나라로 비치지 못해서라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

더욱이 대통령 선거에서 공약으로 제시됐던 때, 국회에서 관련 법안이 통과됐을 때, 그리고 총선에서도 이 정권은 수도 이전을 일부 행정 기능의 이전이라고 했을 뿐 국가의 행정·입법·사법 기능을 완전히 옮기는 천도라고 밝힌 적이 없다는 점을 정직하게 인정해야 한다. 그 바탕 위에서 지금이라도 천도 문제를 흥분하거나 상대를 매도하거나 음모세력으로 몰아붙이는 방식이 아니라, 냉철하고 합리적으로 국정의 정도(正道)를 밟아가며 이야기해 나가야 한다.


‘수도 이전 국민투표’를 합창한 이명박·손학규와 조선일보

6월 16일 서울시장 이명박이 신행정수도 건설과 관련한 국민투표를 실시하자고 요구했다.

  이 시장은 16일 시 간부회의에서 “수도 이전은 국가 미래와 관련된 사안”이라며 “법에 명시돼 있든 없든 국민에게 의견을 묻는 것이 국정 운영의 기본”이라고 말했다. 이 시장은 “수도 이전 문제는 지역 간 갈등을 일으키는 정치적 문제가 아니라 7000만 민족 전체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일”이라며 “정치 논리나 정권 차원을 떠나 국익 차원에서 판단하자”고 제의했다.
  이에 앞서 손학규 경기지사도 14일 “정부는 막대한 재정 지출과 국론 분열을 초래하는 행정수도 이전을 중지하고 국민의 의견을 묻는 절차를 밟아야 할 것”이라며 국민투표 실시를 요구했다(조선일보 6월 17일자 1면).

  노무현 대통령은 6월 18일 기자간담회에서 “신행정수도특별법이 국회에서 4당 합의로 통과됐으므로 행정수도 이전 여부에 대한 국민투표 공약은 종결된 문제”라고 말했으나, 노 대통령은 신행정수도특별법이 국회에서 통과된 이후인 지난 2월 24일 방송기자클럽 회견에서 “(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큰 찬반의 논란이 있고 싸움이 있으면 (법 통과) 이후라도 국민투표 같은 것으로 확정할 수 있다”고 말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18일 국민투표 공약 종결 선언은 당초 대통령 자신이 밝힌 입장과 배치된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조선일보 6월 19일자 1면).

조선일보는 ‘수도 이전’에 대한 국민투표를 두고 노무현이 한 발언들을 비판하는 사설(「 대통령은 두말 말고, 한나라는 사과하라」)을 6월 19일자 31면에 실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수도 이전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에 대해 “여론 추이를 봐가면서 국회에서 논의, 결정할 문제”라고 말했다. 우선 수도 이전은 공약이라고 밀고 나가면서도 공약에 붙어 있던 국민투표 약속은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피하려는 것 같아 당당해 보이지 않는다. 더구나 국민투표 발의권은 대통령에게만 주어져 있는데 그걸 국회에서 정하라는 것도 사리에는 어긋나는 일이다.
  노 대통령은 또 자신이 국민투표 약속을 지키지 않은 데 대해 관련 법안이 4당 합의로 국회에서 통과된 사실을 들어 “이 문제는 종결된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통령은 법안이 통과된 지 두 달 뒤인 지난 2월 24일 방송기자클럽 회견에서도 “큰 찬반의 논란이 있고 싸움이 있으면 이후라도 국민투표 같은 것으로 확정할 수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이 두 말 사이의 거리, 왜 그때와 지금 다른 말을 하는지는 설명해줘야 한다. (·····)
  나라의 수도를 옮기는 일을 놓고 그 흔한 공청회 한번 하지 않은 직무유기를 저지르고서도 그냥 밀고 나가겠다면 국민의 신임을 배신하는 것이다. 이제라도 공신력 있는 기관에 의뢰해 정부 방안의 실효성 여부를 검증하도록 하고 국회에서도 관련 전문가와 이해 당사자들을 불러 공청회나 청문회를 열어서 수도 이전의 득실을 따져봐야 한다. 도대체 이 사업에 얼마나 많은 돈이 드는지, 그 많은 돈을 지금 수도 이전에 쏟아 붓는 것이 국책의 우선순위에서 적합한 것인지, 수도를 한반도의 중심에서 남한의 중심으로 내려보내는 게 통일시대에 부합하는 일인지, 수도권 과밀을 해소하는 더 좋은 방안은 없는지, 점검해야 할 사안이 널려 있는 상황이다.
  국회가 이런 길을 가려면 우선 한나라당부터 입장을 명확히 해야 한다. 한나라당은 대선 전에는 수도 이전에 반대했다가 총선을 앞두고서 찬성으로 돌아서고 총선이 끝나자 다시 신중론을 펴고 있다. 뒤늦게 당직자들이 나서 “선거와 정치논리에 휘둘려 나라 장래가 걸린 중대사를 함부로 다룬 데 대해 사과한다”고 말하고 있지만, 이 정도로 끝낼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지난 해 이 법안을 통과시킬 때 한나라당 지도부가 “나중에 예산을 배정해주지 않으면 수도 이전은 없던 일로 된다”는 말을 공공연하게 했던 사실을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한나라당은 이런 무책임하고 어이없는 행태에 대해 국민 앞에 무릎 꿇고 용서를 빌어야 한다는 것이다.

조선일보는 6월 21일자 1면에 ‘수도 이전 국민투표’를 요구하는 여론이 64.9%나 된다는 기사를 실었다.

  법적, 정치적 논란 여부를 떠나 다수의 국민이 수도 이전과 관련한 국민투표를 원하고 있으나 국민투표 유일 제안권자인 노무현 대통령과 여당은 이를 전면 거부하고 있을 뿐 국민 여론 수렴에 대해선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16일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64.9%가 국민투표가 필요하다고 답하는 등 최근의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민투표에 찬성하는 여론은 64~71%에 달하고 있다. 반면 “국민투표가 필요하지 않다”고 보는 국민은 30.2%(한국갤럽) 안팎에 그쳤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18일 기자간담회에서 “국회가 구속력 있는 의결로 (국민투표를) 결정하라”고 공을 국회로 떠넘겼다. 국회는 국민투표 제안권이 없을뿐더러 설사 이 문제를 논의한다 해도 국민투표를 일축하고 있는 열린우리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있어 의미도 없는 실정이다. (·····)


조선일보의 집요한 노무현 공격

조선일보는 참여정부의 ‘신행정수도 건설’ 계획을 계속 ‘천도’라고 몰아붙이면서 노무현을 집요하게 공격했다. 6월 21일자 사설「대통령이 천도 논의 물꼬를 터주라」)에 그런 의도가 여실히 드러나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수도 이전 문제와 관련해 오는 24일 방송토론회에 직접 출연한다고 한다. 아마도 수도 이전의 당위성에 대해 직접 설득하려는 것  같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한다면 지금은 대통령이 전면에 나서서 자신의 주장을 펴기보다는 한 발 물러서서 여러 찬반의 논리들에 귀 기울일 때다.
  이렇게 판단하는 가장 큰 이유는 대통령이 공약을 내건 이래 국회가 관련 법안을 통과시키고, 정부가 새 수도 후보지를 발표해 실사에 들어가기까지 지난 21개월 동안 천도의 득실을 구체적으로 따져보고 전 국민의 관심 속에 토의해본 일이 없기 때문이다. 설마설마 하던 일이 실제화되면서 비로소 논의다운 논의가 불붙은 게 겨우 이달 들어서였다. 이를 두고 대통령은 이미 “대통령 흔들기의 저의도 감춰져 있다” “승복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정쟁이다” “언론 개혁과 정서적 전선이 일치하는 것 같다”는 등으로 야당과 언론에 불만을 표시해 왔다. 여당에서도 ‘제2의 대선 불복’ ‘제2의 탄핵 시도’란 얘기가 흘러나온다. 그러나 대통령이나 여당이 이런 식으로 나오는 건 스스로 이 문제를 정치적 쟁점으로 끌고 가려는 것임을 고백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600년 수도를 옮기는 일은 특정 정파나 계층, 지역을 넘어 오로지 국가적인 관점에서 득실을 따지고 찬반을 가려야 할 사안이다. 지난해 국회를 통과한 ‘신행정수도의 건설을 위한 특별법’은 “국가는 신행정수도의 건설에 있어 국민 여론을 광범위하게 수렴함으로써 국민 통합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국가 책무 규정을 두고 있다. 이 국가 책무조항은 지켜지지 않았다. 법 통과 이후 정부가 개최한 공청회는 단 한 차례뿐이었다. 일본이 90년 국회 등의 이전을 결의한 이후 146회의 위원회를 개최했던 사실을 들지 않더라도 이런 식으로 서두르는 건 너무 졸속이다. 그간의 사정이 이렇다면 이제라도 논의의 물꼬를 터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대통령이 천도강행론의 사령탑마냥 전면에 나서서 수도 이전의 문제점을 제대로 따져 보자는 데 대해 무슨 음모라도 있는 것처럼 정치적으로 몰아쳐서 말문을    막으려 들어서는 이 문제는 더욱 꼬여갈 수밖에 없다.

조선일보는 ‘신행정수도 건설’에 반대하기 위해 거의 모든 정치적 쟁점에서 ‘우군’이었던 한나라당까지 비판하고 나섰다. 6월 22일자 사설(「수도 이전 문제에 우물쭈물하는 한나라당」)이 바로 그랬다.

  한나라당은 어제 의원총회에서 수도 이전 문제에 대해 5시간이 넘는 토론을 벌였고, 이 자리에서 박근혜 대표는 지난해 국회에서 관련 법안을 졸속 처리한 데 대해 사과했다. 타당성에 대한 철저한 검토 없이 그리고 국민들의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한 가운데 법안을 처리한 사실을 시인하고 “당시 다수당으로서의 한나라당 책임이 더 크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 차원에서 결정된 후속 조치는 뚜렷한 게 없다. 앞으로 시간을 갖고 신중하게 논의하자는 게 고작이다. 한나라당이 또 다시 누구 눈치를 보는 것인지 알 수 없으나 이 문제가 이런 식으로 어물쩍 넘어갈 수 없다는 건 그들도 모르지 않을 것이다. 한나라당은 그동안 이 문제에 시종일관 눈치 보기와 얼렁뚱땅하는 태도를 보여왔다. 법안을 통과시키면서 나중엔 없던 일이 될 것이란 어이없는 장담을 하는가 하면, 그러고도 지난 총선에서 또다시 이 법안의 차질 없는 이행을 다짐했었다.
  한나라당이 계속 그런 식으로 나갈 경우 한나라당은 앞으로 다른 어떤 결정을 내리더라도 ‘또 뒤집을 텐데’라는 국민의 불신과 맞닥뜨릴 수밖에 없다. 만약 한나라당이 이번에 수도 이전에 관해 입장을 바꾸겠다면 당 대표만이 아니라 의원 전원 이름의 사죄가 필요하고 수도권 과밀 해소와 지방 균형 발전에 대한 책임 있는 대안을 함께 내놓아야 한다.


“수도 이전은 위헌” 헌법소원 제기

조선일보는 7월 13일자 1면에 보수적 인사들이 제기한 ‘수도 이전’ 관련 헌법소원의 내용을 보도했다.

  ‘신행정수도 건설을 위한 특별조치법’에 대한 헌법소원이 제기되자 정부가 이를 반박하는 기자회견을 여는 등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서울시의회 의원, 교수, 기업인 등 전국 169명 등으로 구성된 ‘수도 이전 위헌 헌법소원 대리인단’(간사 이석연 변호사)은 12일 오전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 서류와 함께 신행정수도 건설추진위원회 활동을 중지시켜 달라는 가처분신청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헌법소원 청구서에서 “수도 이전이 헌법상 국민투표에 부쳐야 할 중대한 사안인데도 국민들의 동의 없이 강행돼 참정권을 침해당했으며, 재정투자의 우선순위를 무시해 납세자의 권리를 침해당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최재덕 건설교통부 차관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특별법은 대통령의 법안 제출과 국회의 의결을 거쳐 입법화됐으며, 고도의 정치적 성격을 띤 행정행위이기 때문에 사법적 심사 대상이 되기에는 부적합하다”며 “헌법소원은 각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행정수도 건설에 대한 헌법소원이 제기된 뒤 정치권에서 논란이 일어나자 되자 조선일보는 7월 21일자에 「귀 막고 하는 공청회 다음은 내각 총출연」)이라는 사설을 내보냈다.

  이해찬 국무총리와 이헌재 부총리를 비롯한 주요 부처 장관들이 수도 이전의 타당성을 주장하는 라디오 광고가 지난 19일부터 시작돼 앞으로 한달 동안 이어진다고 한다. 이 총리와 이 부총리가 각기 하루 세 차례씩 6개라디오방송에 나선 데 이어 건설교통부·산업자원부·통일부·기획예산처 등의 장관들도 줄줄이 출연할 예정이고 8월엔 TV 광고도 내보낼 것이라고 한다.
  정부가 전국을 돌며 열고 있는 ‘신행정수도 공청회’만 해도 일방적 홍보와 찬성론 일색인 ‘정부 홍보회’로 전락해버린 지 오래다. 여섯 차례 공청회에 나선 토론자 50명 가운데 수도 이전을 반대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니 그걸 공청회라고 부를 수 있겠는가. 수도 이전 방송광고는 이런 귀 막고 하는 공청회 수법의 연장으로, 수도 이전에 대해 국민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진지하게 들어볼 자세가 돼 있지 않다는 증거다. 국민더러 잔말 말고 따라오라는 얘기나 다름없다.
  광고 내용도 그 수준이다. 지난주 국무회의에서 내각 광고 출연을 제의했던 이 총리는 40초짜리 광고에서 “중국의 수도는 베이징이지만 상하이가 중국 경제를 이끌어간다. 서울이 상하이를 이기려면 수도권이 세계적 경제 중심지로 경쟁력을 가져야 한다”며 지역 균형발전과 지방경제를 위해서도 수도 이전을 미룰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 말이 맞는지도 점검이 필요하겠지만 국력을 기울여 100조원을 쏟아 붓는 국가사업의 타당성 검토를 40초짜리 광고로 대신하겠다는 그 발상이 더 놀랍다. 라디오 광고 한 차례 값이 200만원이고 15초짜리 TV 광고비가 많게는 1000만원이라는데 거기에 들일 세금도 수도 이전 경비에 포함시킬 것인지 궁금하다.


헌재, ‘신행정수도 특별법 위헌’ 결정

  조선일보 10월 22일자 1면 머리에는 「헌재 ‘수도이전법’ 위헌 결정」이라는 기사가 올랐다. ‘신행정수도의 건설을 위한 특별조치법’이 공식 명칭인데 기사 제목에는 ‘수도이전법’이라고 되어 있다.

  정부가 추진 중인 ‘수도 이전’의 법적 근거인 ‘신행정수도의 건설을 위한 특별조치법’이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21일 나왔다. 이에 따라 ‘신행정수도 건설추진위원회’의 활동 등 수도 이전과 관련된 모든 절차가 전면 중단되고, 정권 차원에서 사업을 추진해 왔던 노무현 정부도 심각한 정치적 타격을 입게 됐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주심 이상경)는 이날 ‘신행정수도 특별법’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에서 “수도 이전은 헌법 개정 사항이거나 외교·통일 및 국가 안위에 관한 중대한 사안인데 국민투표를 통하지 않았다”며 재판관 8대1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7명의 다수 의견으로 “수도 이전은 수도가 서울이라는 불문(不文)의 관습헌법상 헌법 개정 사항인데도 이를 법률로 변경한 것은 국민의 헌법 개정 국민투표권(헌법 130조)을 침해한 것”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수도를 이전하려면 헌법에 예컨대 충청권의 특정지역이 우리나라의 수도라는 조항을 개설한 뒤 헌법 개정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밝혔다. (······)
  노무현 대통령은 헌재 결정 내용 중 서울이 수도라는 사실이 ‘관습 헌법’적이라는 데 대해 “처음 들어보는 이론”이라면서 “충분한 시간을 갖고 대처하겠다”고 말했다고, 김종민 대변인이 전했다. (·····)
  정부 대변인인 정순균 국정홍보처장은 정부 성명을 발표, “헌재의 결정에 따라 정부는 신행정수도 건설추진위 등의 법률적 효력이 미치는 행위를 중단키로 했다”고 밝혔다.

조선일보는 10월 22일자 지면을 ‘헌재 수도이전법 위헌 결정’ 관련 기사로 도배하다시피 했다. 그 제목들은 아래와 같다.

· 1면: 「“위헌 결정 잘했다” 63% “잘못했다” 28%; MBC·코리아리서치 조사」
· 2면: 「국력 낭비·국론 분열… 이 엄청난 피해 누가 책임지나」「막대한 ‘사회적 비용’; 751일 소모적 논란 일단락」「관습헌법이란; 국민 기본권 관련 누구나 인정하는 관행·관례
· 3면: 「향후 정국은 어디로; 위기의 노 대통령, ‘또 다른 승부수’ 준비하나」「청와대 진퇴양난; 대안은 없고 개헌은 부담」「청와대·정부·여당 “결정 수용” 안 밝혀」
· 4면: 「위헌 결정 파장; 수도 이전 추진위 활동 ‘올 스톱’」「향후 대책은; “행정타운·기업도시… 충청권 개발 계속해야」「사진: 추진단 직원들 “우린 어쩌나…”」
· 5면: 「충청권 부동산시장 ‘패닉 상태’」「충청권 대출 최소 49조원 지역 금융기관 부실 우려」「사진: 연기군 일대」
· 「헌재 결정문 분석; ‘수도 서울’ 조항 없지만 성문헌법 효력」「헌재 스케치; “중대 사안”… 윤 소장, 결정 요지 혼자 낭독」「헌소 청구 이석연 변호사; “용비어천가 식 헌법 해석에 종지부”」「정부 측 대리인단, 대부분 재판 불참」
· 「여론 무시한 국책사업 추진에 제동」「결정 내리기까지; 3개월 만에 신속한 결정 이례적」「이상경 주심재판관 “법대로 했다”」「재판관 9명 중 6명 찬성해야 위헌 결정」
· 「열린우리당; 여 “웬 관습헌법… 꼭 따를 필요없어” 반발」 「한나라; 박 대표, 오늘 ‘법 통과’ 사과할 듯 / 환영 분위기속 충청 민심 걱정」「민노당 “열린우리·한나라 특별법 통과 사과를” 민주 “정부·여당은 국민 앞에 석고대죄 해야”」「위헌 결정; DJ “헌재 결정 따라야”」
· 12면: 「이 서울시장· 손 경기지사; “역사적인 날… 기쁜 마음이다”」「충청권 반응; “우리만 들쑤셔 놓고… 이게 뭐여?”」「충청 광역단체장 “정부 특별대책 세워야”」「사진: “허탈하네…”」「사진: “잘됐지 뭐!”」
· 13면: 「시민 반응;“너무 무리하게 밀어붙이더니…”」「관가(官街)에선… ; “공무원 생활 십수 년 만에 처음 피부로 겪는 충격”」「친노 단체 “헌재를 탄핵하라” 비난」「수도 이전 위헌 헌재 결정문 요지」
· 35면 :사설(「헌재가 마무리 지은 수도 이전 논란」)

조선일보가 특정 사건 보도에 사설을 포함해 8개 면을 동원한 것은 1960년의 4월 혁명과 1961년의 5·16 군사쿠데타 이래 보기 드문 일이었다. 조선일보는 무엇 때문에 ‘신행정수도 특별법 위헌 결정’을 보고 그렇게 흥분했을까?
<간추린 조선일보 90년사>는 그 배경을 아래와 같이 기록하고 있다.

  ‘수도 이전’은 노무현 대통령이 2002년 대선 당시 공약으로 내세워 당선 후 스스로 “재미를 좀 봤다”고 밝힌 공약이었으나 2004년 내내 이를 놓고 국가적 논란이 이어졌다. 4·15 총선에서 압승한 정부·여당은 8월 11일 행정수도 입지로 충남 연기·공주를 확정, 발표하고 수도 이전을 바로 밀어붙였다. 이에 대해 서울·경기도 등 지방자치단체와 시민단체 등이 ‘국가의 명운을 건 도박’이라며 반발했고, 곳곳에서 수도 이전 반대 시위가 터져 나왔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은 엉뚱하게도 화살을 신문사로 돌렸다. 노 대통령은 7월 8일 행정수도 이전 반대를 “대통령에 대한 불신임 운동 내지 퇴진 운동으로 느끼고 있다”며 “지금 행정수도 반대 여론이 모아지는 데 앞장서서 주도하고 있는 기관은 서울 한복판, 종합청사 딱 앞에 거대 빌딩을 가진 신문사 아니냐”고 말했다. 신문사가 서울의 ‘빌딩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정치적 목적을 갖고 대통령을 몰아내기 위해, ‘수도 이전’ 관련 보도를 하고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이어 ‘청와대 브리핑(7월 9일자)’은 “조선·동아는 저주의 굿판을 당장 걷어치워라” “당보(黨報)인지 신문인지 태도를 분명히 하라”는 양정철 홍보비서관의 글을 싣고 조선·동아일보의 수도 이전 관련 보도를 헐뜯었다. 열린우리당 대변인 김갑수는 “조선일보는 자사 보유 부동산 가격의 폭락이 그렇게 두려운가?”라고 묻고, 마치 조선일보가 자신들의 부동산 값 하락을 우려해 수도 이전을 반대하고 있는 것처럼 억지 여론 몰이에 총공세를 펼쳤다(419~421쪽).

노무현 자신과 그의 홍보비서관, 그리고 열린우리당 부대변인이  조선일보가 ‘빌딩 기득권 지키기’ 때문에 ‘신행정수도 건설’을 반대했다고 주장하는 논리가 부당하기 때문에 조선일보는 노무현 정부를 향해 총공세를 가했던 것인가? 그리고 마침내 헌재가 “신행정수도 특별법은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리자 조선일보의 총공세가 승리를 거두었음을 자축하면서 ‘감격을 억누르지 못한’ 지면을 제작한 것인가?
‘신행정수도 건설’을 둘러싼 노무현과 보수언론의 대립은 ‘빌딩 기득권’ 같은 단순한 이유만으로 벌어진 것은 아니었다.
김성재·김상철 지음 <야만의 언론-노무현의 선택>(책보세, 2010)에는 그 대립의 원인과 과정이 다음과 같이 적혀 있다.

  1977년 당시 박정희 대통령이 서울시 연두 업무보고에서 행정수도 구상을 밝혔을 때 “영도자로서 심모원려(深謀遠慮)에 의한 구상”(조선일보 2월 12일자)이라고 평가하고, “인구 소산(疏散)과 안보에 중점을 둔 ‘최후의 비상 수단’”(동아일보 2월 11일자)으로 해설했다는 점은 접어두자. 조선일보가 1991년 9월 25일 「수도를 옮겨라」 칼럼에서 “수도권 문제를 해결할 발상의 일대 전환”으로 수도 이전을 제안했고, 동아일보는 1990년 8월 26일자 사설에서 “서울은 이미 도시화의 한계를 넘었다” “서울은 지옥”이라며 수도권 집중을 심각하게 우려했다는 사실도 내버려 두자. (···) 그럼에도 ‘천도론’을 앞세워 논란을 주도한 수구기득언론의 행태는 정책 발목 잡기에 다름 아니다. 이들 신문이 내세운 천도론의 근거는 당초 정부 설명과 달리 입법부와 사법부까지 모두 이전 대상에 포함됐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행정수도 수준이 아니라 수도를 옮기는 천도이고, 정부가 국민을 속인 ‘대국민 사기극’ ‘행정독재’라고 비난했다. (·····)
  조선일보가 ‘행정독재국가’ 운운한 것처럼 이들 신문은 「천도, 흥분하지 말고 냉철하게 논의하자」(조선일보), 「행정수도 이전 밀어붙이기 안 된다」(중앙일보), 「천도, 이렇게 강행해도 되나」(동아일보) 등을 통해 정부가 충분한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행정수도 이전을 강행하는 것으로 내몰았다. (···) 당연히 충분한 여론 수렴이나 토론도 가능했다. 그러나 이들 신문은 밀어붙이기니, 전면 재검토니, 국민투표니 하면서 정상적인 정책 토론을 가로막았다. 2004년 갑작스레 복잡한 쟁점으로 떠오른 행정수도 이전 문제의 실상은 사실 이처럼 명쾌하게 정리된 것이다. (·····)
  이 가운데 눈길을 끄는 시기는 2004년 헌재의 위헌 판결 직후다. 행정수도 이전을 앞서서 반대했던 조선일보가 위헌 판결 이후 「신행정수도 그 후-현장의 목소리를 듣는다」는 기획을 시작한 것이다. 조선일보는 이 기획에 11월 16일자 심대평 충남도지사 인터뷰를 시작으로 염홍철 대전시장, 이원종 충북도지사, 오영희 공주시장 등 충청지역 자치단체장 인터뷰를 연달아 게재했다. 11월 22일에는 <독자와 대화>라는 사외보(社外報)를 충청 지역에 배포하기도 했다. 사외보에는 지역 인사들이 조선일보를 비판한 「충청도민의 말말말-조선일보에 바란다」를 비롯해 시장·군수 인터뷰 등이 실렸다. 위헌 판결 이후 충청지역의 조·중·동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고 절독(絶讀) 운동으로까지 번지자 서둘러 ‘달래기’에 나선 것이다 (185~189쪽).

조선일보를 비롯한 수구보수언론의 ‘신행정수도 건설 결사 반대’는 그 첫 번째 목적이 노무현의 참여정부 뒤흔들기이고, 두 번째가 ‘부동산 기득권 지키기’라고 볼 수 있다.

관리자  freemediaf@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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