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박원순 서울시장 성추행 관련 2차 가해 내용을 담은 칼럼을 써 거취 표명을 요구받았던 곽병찬 서울신문 비상임 논설고문이 사의를 표명했다.

곽 고문은 20일 통화에서 “고광헌 서울신문 사장에게 사의를 밝혔고, 논설실장에도 알렸다. 사장의 통보만 남겨두고 있다”고 말했다. 곽 고문 직책은 비상임으로 사표 제출이나 수리 과정을 요하지 않아 사실상 사임이라 할 수 있다. 곽 고문은 24일 칼럼을 마지막으로 고문을 그만둔다.

곽 고문은 지난 6일 서울신문 지면 칼럼에서 고 박 시장 성추행 피해자 대리인인 김재련 변호사의 발언을 박정희 정권의 긴급조치에 빗대며 ‘기획 미투’ 의혹을 제기하고, 수사기관이 피해자 휴대전화를 포렌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신문 편집국은 칼럼이 실리기 전날과 당일 논설실에 게재 반대 뜻을 전했지만 칼럼은 일부 문장만 수정됐다. 저연차 기자들과 편집국장, 부국장, 부장, 차장 등이 칼럼 게재에 비판 입장을 냈고, 편집국은 해당 칼럼을 온라인에 게시하지 않았다. 논설실은 해당 칼럼을 싣게 된 과정에 대해 표현의 자유상 게재를 금지할 권한은 있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울신문 편집국 구성원이 11일 저녁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 위치한 서울신문 편집국 사무실에서 지난 6일 곽병찬 칼럼 게재 사태를 두고 기자총회를 열었다. 사진=한국기자협회 서울신문지회

한국기자협회 서울신문지회와 전국언론노조 서울신문지부 편집분회는 11일 긴급 기자총회를 연 뒤 발표한 성명을 통해 △곽 고문의 거취 결정 △약자 혐오로 분류되는 칼럼 출고 시 대응할 제도 마련 △젠더데스크 강화 △‘표현의 자유’ 한계에 대한 토론 개최 등을 요구했다.

곽 고문을 임명하고 해당 칼럼 출고를 최종 용인한 고광헌 사장은 11일 입장문을 내 “개인의 사유와 견해까지도 가급적 존중하는 기사 장르가 칼럼”이라며 “출고 책임자인 문소영 논설실장의 의견으로 기울었다”고 게재 결정 배경을 밝혔다. 고 사장은 “(칼럼이) 수정한 곳 말고도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소지가 있고, 성인지감수성 차원에서도 문제가 있다는 편집국 후배들의 지적은 정당하다”면서도 “박원순 사후 한국사회에서 일고 있는 현상이 자칫 진실에 이르기 위해 사실을 드러내는 일에 걸림돌이 돼서는 안 된다는 저널리스트로서 충정이 집필동기였다고 이해한다”며 “회사 차원에서는 성범죄 등 각종 예민한 이슈에 대한 세밀한 취재준칙을 마련하고, 칼럼 등 의견기사를 통합 관리하는 조직 개편 등에 대해 적극 나서겠다”고 했다.

* 이글은 2020년 08월 20일(목) 미디어오늘 김예리 기자의 기사 전문입니다. 기사원문 보기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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