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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기간에 지역감정 부추기기조선일보 대해부 5권 - 2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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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7.29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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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이 대통령에 취임한 지 한 달 보름 남짓 된 1998년 4월 2일 영남 4개 지역에서 국회의원 재보선이 치러지게 되었다. 김대중이 초대 비서실장으로 경북 울진 출신의 김중권을 임명하는 등 영남을 향한 ‘동진(東進)정책’에 힘을 쏟고 있었으므로 정치권과 언론은 재보선에서 그 효과가 나타날는지 주목하고 있었다.


조선일보의 4·2 재보선 보도와 논설

3월 23일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이규택이 현재의 여권은 ‘북한 조선노동당의 2중대’라고 주장하자 그를 지지하는 발언이 쏟아져 나왔고, 많은 의원이 박수로 동조했다.

한나라당 부대변인 이원형은 3월 26일 ‘한민국인가, 호남민국인가’라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국민회의 주요 당직을 동교동 가신들이 차지했고,법무장관, 검찰총장, 청와대 법무비서관 등 검찰요직 감사원장과 감사원 차관급 8명 중 4명, 경찰청장과 치안정감 4명 중 3명,안기부 1·2차장과 기조실장, 국세청차장과 본청·서울청 조사국장,육군참모총장과 기무사령관 등 소위 권부라고 칭하는 부처는 집권 한 달 만에 호남출신으로 물갈이했다”고 호남득세를 비난했다(조선일보 3월 27일자 2면).

4·2 재보선 기간에는 한나라당 총재 조순을 비롯한 주요 간부들이 지역감정에 불을 지르는 발언들을 쏟아냈다. 강준만의 <한국현대사산책-1990년대편 3권> 168쪽에는 그 내용이 아래와 같이 소개되어 있다.

  “김대중 정부의 호남 싹쓸이 인사로 여러분의 후배, 아들이 밀려나고 있다”(조순)
  “ 현 정부는 국가 주요직에서 경상도 사람들을 몰아내고 전라도 사람으로 싹쓸이하고 있다. (···) 김 대통령은 취임 뒤 정치 보복부터 시작했으며 북풍 사건을 일으켜 경상도 출신인 권영해 전 안기부장이 배를 가르는 비극을 낳았다.”(이한동)
  “현 정권이 국가 주요직에서 경상도 사람들의 씨를 말리고 있다.”(김덕룡)
  “한풀이 정치의 피해자는 경상도 사람이 될 것이다. 경상도 기질이 보통 기질이냐. 뭉쳐서 덤벼들자. (···) 정권을 내줬다고 이제 와서 김대중 대통령이 보낸 사람을 당선시키면 대구 시민이 사람 대접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이기택)

조선일보는 재보선 당일인 4월 2일자 5면에 선거 결과에 따라 한나라당과 여권의 세력관계가 어떻게 굳어질 것인지를 예측하는 기사를 실었다. 여권이 의외로 ‘선전’하는 경우에 어떤 일이 벌어질는지를 ‘경고’하는 뜻으로 읽힐 수 있는 내용이다.

오늘 재보선 투표 / 선거 승률 따라 정치권 ‘요동’ / 한나라 2곳 이상 잃으면 탈당 사태 / 국민회의 1석이라도 얻으면 ‘자신감’ / 자민련 전패 아니면 TJ 위상 강화

  2일 실시되는 4개 지역 재보선의 결과는 대체로 5가지 형태로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첫째,한나라당이 4곳을 석권하는 경우. 한나라당 정형근 정세분석위원장은 “이는 한나라당의 예상외의 선전으로 받아들여질 것”이라고 말했다.
  탈당 움직임은 급속히 잦아들고 당권파들엔 힘이 실릴 가능성이 높다. 국민회의엔 큰 손실이 없겠지만,영남권 세력 확장이 당면 최대 목표인 자민련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한나라당 3석,자민련 1석의 경우엔 3당 모두가 ‘비겼다’는 평가를 하는 가운데,자민련이 웃을 것 같다. 자민련은 충청권과 영남권을 양축으로 하는 당으로 발전하는 계기를 잡고,한나라당 의원 영입에 박차를 가할 것이다.  한나라당이 자민련 아닌 국민회의에 1석을 내주게 되면 상황이 조금 달라진다. 국민회의 김영환 정세분석위원장은 “국민회의가 대구에 교두보를 마련하면 이는 정치적 대사건”이라며 “국민회의는 정국 운영에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고 보았다.
  한나라당은 자민련에 진 것보다는 타격이 덜하다고 느낄 것이고,자민련의 박탈감은 상대적으로 더 클 것이다.
  한나라당이 2석에 그칠 경우엔 어느 경우든 탈당 러시를 우려해야 하고,당권 갈등이 표면화될 전망이다. 자민련 송업교 정조실장은 “특히 자민련이 2석을 차지하면 한나라당은 뿌리째 흔들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 경우엔 국민회의도 발언권이 커진 자민련을 상대하는 데 부담을 느낄 수 있다.
  한나라당 의원들이 자민련 쪽으로 이끌리면서 정국은 여야 간,여여 간에 복잡한 양태로 전개될 전망이다. 자민련의 선거운동을 이끌어온 박태준 총재의 위상은 상한가를 기록하게 된다. 국민회의와 자민련이 1석씩 승리할 경우엔 여승야패의 분위기 속에서 위축된 한나라당의 진로가 관심의 초점이 될 전망이다.

4·2 재보선 결과는 한나라당의 압승으로 나타나자 조선일보는 4월 3일자 1면 머리에 그 내용을 크게 실었다.

  2일 실시된 영남 4개 지역의 재보선에서 한나라당 후보 4명 전원이 당선됐다.
  부산 서구에서 한나라당 정문화 후보는 전체 유권자의 38.1%를 얻어 20.5%에 그친 무소속의 곽정출 후보를 큰 표 차로 눌렀고, 대구 달성의 한나라당 박근혜 후보도 62.5%를 득표, 2위 국민회의 엄삼탁 후보(37.5%)보다 갑절 가까이 얻어 당선됐다.
  경북 의성에서는 한나라당 정창화 후보와 자민련 김상윤 후보가 개표 중반까지 엎치락뒤치락하면서 선두 다툼을 벌였으나, 개표 완료 결과 정 후보가 41.6%를 득표, 37.3%를 얻은 김 후보를 눌렀다.
  경북 문경·예천에서도 문경 출신의 한나라당 신영국 후보와 예천 출신의 자민련 신국환 후보가 각기 출신지에서 몰표를 얻으며 접전을 벌였으나, 결국 신영국 후보가 45.5%를 얻어 신국환 후보(43.8%)를 누르고 당선됐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은 1백57석에서 1백61석으로 늘어난 반면, 국민회의(79석), 자민련(43석), 국민신당(8석), 무소속(3석) 의석은 변동이 없게 됐다.

영남 지역 재보선 당선자들 가운데 가장 두드러진 인물은 박근혜였다. 그는 아버지 박정희가 중앙정보부장 김재규에게 죽음을 당한 지 18년 5개월 남짓 만에 직업정치인으로 첫 발을 내딛게 되었다.

조선일보는 4월 4일자 3면에 한나라당의 압승을 높이 평가하면서 재보선 결과를 평가하는 사설(「정체성 찾는 계기로 / 기회주의 정지」)을 통해 ‘영남지역의 전통적인 정서’가 승리의 요인이라고 강조했다.

  한나라당의 재보선 승리는 영남지역의 전통적인 정서를 다시 한 번 확인케 했다. 국민회의는 영남 교두보 설치에 실패했고 자민련 또한 ‘박정희=김종필’이라는 등식을 인정받는 데 실패했다. 그 대신 한나라당은 대선 패배 이후의 방향감각 상실증에서 한결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 실제로 한나라당은 당의 정체성을 어떻게 설정해야 할지조차 모르는 듯한 정당이었다 . 당을 이끄는 주도세력이 누구인지,당의 지도급 인사들의 생각은 과연 한결같은지,“한 지붕 세 가족인지 네 가족인지” 하는 이질적인 계열들은 어느 계기에 갈라서게 될는지 하는 것들이 모두 안개 속에서 꿈틀거릴 뿐이었다.
  이로 인해 범여권은 인위적인 정계개편을 꾀하지 않더라도 한나라당이 제풀에 지리멸렬해질 수도 있다고 기대했던 것 같다. 그러나 이번 보선 결과는 한나라당에 “역시 뭉쳐야 산다”는 생각을 심어주었을 것으로 보인다 . 당권파와 비당권파의 갈등도 물론 중요한 주제이기는 하지만,집권세력의 동향 앞에서 내홍을 일으킨다는 것은 공멸을 의미한다는 인식도 새삼 생겼을 법하다.
  어차피 민주국가에는 반대당 또는 견제세력이라는 것이 있어야 한다면 한나라당은 이제 혼미와 방황을 끝내고 자체의 정체성을 다잡아 세워야 한다. 각파 의원들이나 당원들도 자신들이 과연 ‘야당 한나라당’의 확실한 구성원인지를 다시 한 번 자문해 보고,그에 대한 확고한 인식 여하에 따라 마음가짐과 거취를 확정해야 한다. 어정쩡하고 헷갈리며 오락가락하는 자세로는 아무리 다수당이라 해도 거품밖엔 안 된다.
  한나라당은 무엇보다도 어떤 사람들이 무엇을 하기 위해 모여 있는 정당이며,집권세력의 어떤 점을 반대하기 위해 야당노릇을 하려는 존재인지부터 확립해야 한다. 민정당 뿌리도 YS 뿌리도 민주당 요소도 그리고 초·재선 그룹도 제각기 따로 움직이는 한 한나라당이라는 정당은 있어도 없는 것이다 . 보선 승리를 계기로 한나라당의 정체성이 확실해지기를 기대한다. 야당인 한나라당의 중진이었던 박세직, 김종호 두 의원의 자민련 입당은 한마디로 철새정치의 본보기다. 특히 YS의 최측근인 인천시장 최기선 씨의 한나라당 탈당은 기회주의 정치의 정수를 보는 것 같다.
  이들은 나름대로 변신의 변을 나열하고 있다. 김·박 두 의원은 한나라당이 “당권 경쟁에 몰두한 나머지 신정부의 출범을 가로막는 당론을 결정하여 이를 강행하고 있는” 것을 비난하고 있고 최 시장은 중요 사업을 추진하는 데 있어 ‘야당 시장으로 한계를 느껴’ 탈당한다고 했다.
  그러나 이 같은 이유는 우리가 당적 변경의 보편타당한 논리로 제시한 “정당성과,수긍할 수 있는 공적 대의명분”(3월 29일자 사설)을 갖추고 있다고 볼 수 없다. 자기가 몇 십 년 속해 있던 정당이 지난 선거에서 반대해온 인물의 총리 인준을 거부했다고 해서 그 당을 떠난다고 하는 것은 명분은 고사하고 이해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런 일로 탈당하고 거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바로 그 총리 인준 대상의 정당에 입당하는 것이 정당화될 수 있다면 우리 정계는 하루에도 수십 명의 정당 이동 사태가 일어날 것이다. 최 시장의 경우,여당이어야 주요 사업을 할 수 있다면 우리나라 지자체장들은 모두 여당이어야 한다. 그가 오래 몸 담았던 ‘야당’은 존재가치가 없는 셈이다. (·····)
  지금 한나라당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지휘탑이 흔들리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재보선에서 모두 승리해서 모처럼 단합과 재기를 다짐하는 날,찬물을 끼얹고 당을 떠난 정치인들의 뒷모습에 환멸을 느낀다. ‘구태의연한 정치싸움’을 비난했지만 그들의 선택 또한 구태의연한 것이었다.

  이 사설은 마치 한나라당 기관지 같은 논조를 펼치면서 그 당을 떠난 사람들을 ‘변절자’라고 몰아붙이고 있다. 1969년 9월 민주공화당이 야당인 신민당 의원 3명을 끌어들여 3선개헌안을 날치기로 통과시키기 직전 조선일보 지면을 돌이켜 보면, 위 사설이 얼마나 ‘황당한 정치적 지조’를 강조하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1969년 9월 7일자 사설(「신민당의 자폭전술」)
신민당은 마침내 당의 해체란 초비상수단을 오늘 소집되는 임시전당대회를 통해 감행할 방침이다. 목적은 순전히 이른바 ‘3 변절의원’이라는 조흥만, 성낙현, 연주흠 세 사람을 국회의사당에서 축출함으로써 개헌안의 국회 표결 전에 단 한 표라도 저지에 유리한 지보(地步)를 확보해 두겠다는 배수작전인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지금과 같은 신민당의 처지를 직시할 때, 이미 가타부타의 거론 단계를 지나, 개헌 저지를 위해서는 수단방법을 가릴 수 없는 막다른 길에서 스스로 그 길밖에 없다고 당론이 정해졌다면 우리로서 굳이 말릴 생각은 없다. 죄가 있다면, 억지 양당정치의 이상만 좇아 무소속 입후보 금지니, 당적이탈 금지니 하는 따위의 한국의 정치풍토에 어울리지도 않는 비현실적인 조항을 삽입해놓은 1962년 당시의 개헌작업 자체가 오늘의 화근을 배태시켰다고도 할 수 있다. 더구나 신민당은 개헌을 추진하는 공화당의 해석과는 근본적으로 차원을 달리하여, 이번 개헌안을 정상적인 정치문제로 인정하질 않고, 민주주의 정신을 뒤엎는 장기집권체제의 강화를 뜻하는 초헌법적인 도전이라고 처음부터 규정하여 당 운명을 건 투쟁을 하고 있는 터이다. 정상적인 상태 하의 헌정 개념을 토대로 한 비판으로서는 말도 안 되는 자폭론이겠지만, 위헌이 아니고 불법이 아닌, 방편적 당 해체라도 감행함으로써 소기의 목적을 이룰 수 있는 희망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그것이 결코 정도는 아닐지라도 무모한 짓이라고 탓할 수는 없다. (···)
(···) 신민당이 3 의원의 의석을 박탈하는 데 성공한다 해도 과연 그로써 개헌안의 국회 통과를 저지시킬 자신이 서 있는가 어떤가. 그러한 자신도 없으면서 당 해체를 서두른다면 결국 다음의 국민투표 과정에서 신민당은 막심한 고통을 겪지 않을 수 없을 것이며, 비록 물샐 틈 없이 짜인 재건 스케줄대로 진행시킨다 해도 당 해체 전과 당 해체 후의 정정이 꼭 일치한다고 낙관할 수만은 없을 줄 안다.


6·4 지방선거와 지역감정 악용

1998년 6월 4일 제2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실시되었다. 국민의 정부가 들어선지 3개월 남짓 만에 치러지는 그 선거는 광역단체장 16명, 기초단체장 232명, 광역의원 616명, 기초의원 3,489명을 뽑는 대규모의 정치적 행사로서, 김대중 정권에 대한 첫 번째 평가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6·4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은 ‘반김대중 정서’와 ‘반호남 정서’를 부추기는 것을 주요한 ‘선거 전략’으로 삼았다. 가장 먼저 그런 ‘전략’을 표면화 한 사람은 한나라당 총재 조순이었다.

그는 5월 23일 부산 동래을 지구당 창당대회에서 “새 정부는 충남 부여에 1,700억 원을 들여 100만 평 규모의 백제문화단지를 조성하고 전남 진도를 국제관광지로 발표하는 등 이 나라를 온통 전라도와 충청도의 잔치판으로 만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5월 25일 춘천 유세에서는 “강원도는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무대접을 받아 냉소의 대상이 돼왔지만 이번에는 강원도의 힘을 보여주자”고 말했다. 그리고 5월 28일 기자회견에서는 “정부와 여당의 부정선거운동이 시중에 나도는 얘기대로 호남 장기집권 50년 계획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한 것인지 정부와 여당은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다.

조선일보는 한나라당과는 다른 방식으로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보도를 했다. 지방선거 후보자 등록이 끝난 뒤인 5월 21일자 6면 기사(「기초단체장 수도권 출마자 / 여, 호남·충청 출신 많아 / 관료 출신 비중도 크게 높아져」)가 전형적인 것이었다.

  6·4 지방선거의 기초단체장 후보 등록 결과 수도권 지역의 경우 출마자 출신 지역, 직업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새로운 양상이 나타났다.
  출신 지역별로는 95년 당시 여당이었던 민자당이 해당 지역 출신들을 주로 공천했다면, 98년의 신여권은 자신들의 텃밭인 호남·충청 지역 후보들을 상당수 공천했다.
  국민회의와 자민련이 각각 공천하거나, 연합공천한 전체 후보 76명 중 호남 출신은 12명(본적지 기준), 충청권 출신은 6명(〃)이었다. 국민회의는 서울지역에 호남 출신을 많이 공천했으나, 경기·인천지역에는 이 지역 토박이를 중심으로 공천했다.
  원적지 기준으로 할 경우, 수도권 지역 호남·충청 출신 비율은 이의 두 배 가깝게 올라간다. 전체 선거구가 25개인 서울만 보아도 국민회의가 공천한 22명중 13명이 호남 출신이다.
  95년 민자당의 경우 일부 지역에 영남 출신을 공천했으나, 대부분 수도권 지역 출신들을 내세웠었다.
  자민련의 경우 대구·경북 출신 3명을 서울 노원, 서초 강동 등에 구청장후보로 공천, 박태준 총재 등 당내 TK 출신 당직자들의 입장을 일부 반영했다.
  또 국민회의·자민련의 수도권 후보들의 직업구성을 보면 관료 출신의 비중이 95년 당시 여당인 민자당 당적 후보보다 크게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대신 정당인 출신 공천비중은 낮아졌다.
  여권이 이 지역에서 공천한 후보 76명 중 구청장, 시장, 내무부 고위공직자 등 관료 출신은 33명으로 전체 공천자의 43.2%를 차지했다.
  정권교체를 계기로 구여권 출신 공직자들을 적극 영입한데다, 호남 출신 공직자들이 적극적으로 정치적 입문을 시도한 결과로 보인다.

이 기사와 같은 날짜 7면에 나온 기사(「수도권 구여 출신 ‘간판 바꾸기’ / 호남·충청 한나라 7명만 출전 / 영남권 무소속 크게 줄어 / 국민신당, 수도권서 21명 / 국민회의, 영남 32명 공천」) 역시 지역 구도를 중심으로 선거 판세를 분석하고 있다.

  6·4 지방선거 기초단체장 후보 등록을 마감한 결과 95년 6월 선거에 비해 권역별 특징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수도권 지역에서는 구여권 출신 후보가 신여권으로 이동하는 현상이 두드러졌다.
  호남, 충청 등 신여권의 기반 지역에서는 1당 지배의 현상이 더 심화되는 면이 나타났고, 영남권에서는 무소속 후보가 크게 감소하면서 한나라당의 분위기를 띠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수도권
  95년 민자당 간판을 달고 출마했던 후보들 중 상당수가 이번에는 국민회의나 자민련 간판으로 바꿔달고 출마했다.
  95년 당시 민자당 당적의 출마자 중 이번에 다시 출마하면서, 국민회의나 자민련으로 당적을 옮겨 출마한 후보는 18명, 또 무소속으로 입후보했다가, 국민회의와 자민련 간판을 단 후보는 각각 18명으로 모두 36명이나 된다.
  또 내용 면에서 보면 신 여권의 후보들은 95년에 비해 지명도가 크게 높아져 이 지역에서의 신여권 득세가 예상된다. 전국적으로 후보를 많이 내지 못한 국민신당은 경기·인천 등 수도권 지역에서 21명을 공천해 체면을 유지했다.

· 호남·충청권
  한나라당이 호남권에 1명, 충청권에 6명 등 극소수의 후보만을 냄으로써, 국민회의와 자민련의 1당 지배의 현상이 심화될 전망이다.
  반면 무소속후보가 이전 선거에 비해 대거 출마, 영남권 지역에서 나타났던 여·무소속 대결 양상이 조금 나타났다. 무소속 후보는 호남권에서 43명, 충청권에서 35명이 입후보했다. 자민련이 호남권에, 국민회의가 충청권에 후보를 내는 ‘교체공천’도 일부 이루어졌다.

· 영남권
  95년 민자당 간판을 단 후보(46명)보다 한나라당 간판을 단 후보(63명)의 수가 더 많아졌다. 무소속후보는 85명으로 이전 1백43명에 비해 크게 떨어졌다. 
  95년 이 지역에서 나타났던 여·무소속 대결 양상은 약화되고, 대신 국민회의가 이 지역에 32명의 후보를 공천, 형식적으로 여야 대결 양상이 됐다. 그러나 신여권의 후보는 한나라당 후보에 비해 지명도가 떨어져, 당선 가능성은 타 지역에 비해 낮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조선일보는 5월 18일자 6면에 「여론조사 설문 요지」라는 기사를 실었다.

  1) 새 시·도지사가 제일 먼저 해결해야 할 당면과제는 무엇입니까.
  2) 어느 후보가 당선되는 것이 조금이라도 더 좋다고 생각합니까.
  3) 어느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생각합니까.
  4) 시·도지사와 대통령이 같은 정당 소속인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까, 아니면 정당이 달라도 상관없습니까.
  5) 유권자들이 지역 연고에 따른 투표를 얼마나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까.
  6) (지역 연고에 따라 투표할 것이라고 답한 경우) 지역 연고에 따른 투표는 지난 대선 때와 비교할 때 더 심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까, 아니면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합니까.
  7) 작년에 여당이었던 한나라당이 경제위기에 대한 책임이 얼마나 있다고 생각합니까.
  8) 국민회의와 자민련 등 당시 야당은 경제위기에 대한 책임이 얼마나 있다고 생각합니까.
  9) 경제위기와 관련해 김영삼 전 대통령은 어떤 식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합니까.
  ①재판 등 사법처리를 받아야 한다 ②청문회에 나서야 한다 ③잘못을 시인했으므로 더 이상의 추궁은 없어야 한다.
  10) 김대중 대통령이 IMF 경제위기를 잘 극복해 나가고 있다고 봅니까, 아니면 잘 극복해 나가고 있지 못하다고 봅니까.
  11) 현 정부가 지역별로 고르게 인재를 기용하고 있다고 봅니까, 아니면 특정지역 출신자들을 더 많이 기용하고 있다고 봅니까.
  12) 한나라당, 국민회의, 자민련, 국민신당 등에서 어느 정당을 지지합니까.

조선일보의 ‘여론조사 설문 요지’는 12개 문항 가운데 대부분이 투표 성향과 지역성을 연관시키고 있다. 김대중의 정책, 각 당의 경제위기 책임론과 지지정당에 관한 질문은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정책 경쟁에 관한 질문은 새 시·도지사의 역할에 대한 1번 문항뿐이다. 지방선거 후보자들의 공약이나 당면 쟁점 등은 소홀히 하고 국민의 여론을 지역성에 맞추어 조사하고 있는 것이다.

6·4 지방선거는 연합집권세력인 국민회의와 자민련의 압승으로 끝났다. 광역단체장은 국민회의가 6명, 자민련이 4명, 한나라당이 6명이었는다. 서울 고건(국민회의), 인천 최기선(자민련), 광주 고재유(국민회의), 대전 홍선기(자민련), 경기 임창열(국민회의), 충북 이원종(자민련), 충남 유종근(국민회의), 전남 허경만(국민회의), 제주 우근민(국민회의)이 당선됨으로써 ‘DJP 연합’이 지방정부에서는 실질적으로 우월한 세력을 확보하게 되었다.

전국 232 곳의 기초단체장 가운데 국민회의가 84명, 한나라당이 74명, 자민련이 29명, 무소속이 44명으로 역시 집권세력이 우세했다. 특히 서울시 구청장 25명 가운데 국민회의가 19명을 차지해서 ‘야도(野都) 서울’을 ‘여도(與都)’로 바꾸어버렸다.

이런 선거 결과는 한나라당과 보수언론에게는 분명히 불만족스러웠을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조선일보는 지방선거가 끝난 이튿날인 6월 5일자 5면에 「누가 누군지 모른 선거」라는 부정적 제목으로 사설을 내보냈다.

이번 지방선거는 3년 전의 ‘6·27 선거’ 때에 비해 공정성, 공명성의 측면에서 볼 때 다소 나아진 것이 사실이다. 무엇보다 과열, 혼탁, 금품 살포 등 을 둘러싼 말썽이 두드러지게 줄어들었다. 그러나 선거의 질은 저급했다.
  여·야 각 당이 공천한 후보들부터가 그랬다. 그나마 시·도 광역단체장 후보는 자질과 능력, 경륜 그리고 인기도 등을 감안해 가며 공천하려 한 흔적이 엿보이지만, 시·군·구 기초단체장과 광역의회 의원 후보들은 현지 여론과 관계없이 하향식으로 낙점되는 등 공천과정에서부터 무리가 따르는 경우가 많았다. IMF 사태로 대부분의 국민이 심각한 경제적 고통을 겪고 있는 가운데 맞게 된 선거여서 그렇지 않아도 별 관심을 끌지 못한 터에 여·야가 내세운 후보자들마저도 그렇고 그런 사람들이었으니 투표율은 당연히 낮을 수밖에 없다.
  그런 가운데서도 일부 후보들의 구태는 여전했다. 어떤 후보는 상대 후보가 다른 지역 출신임을 애써 부각시켜 지역감정을 유도함으로써 득표에 연결하려 했고, 어떤 후보는 저질성 인신공격과 흑색선전을 일삼아 유권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그 같은 전근대적 방식이 표를 얻는 데 별 도움이 안 됐거나 오히려 역효과가 났으니, 유권자들이 그들보다 한수 위였던 셈이다. 광역단체장 후보를 제외하고는 요즘 유행하는 TV 공개토론이나 정견 발표의 기회도 거의 기대할 수 없다. 그렇다고 후보들이 골목길을 누비며 ‘한 표’를 호소해봐야 주민들로부터 “시끄럽다”는 핀잔을 듣기 일쑤였다. 대부분의 지역에서 기초단체장 후보와 광역 및 기초의회 의원 후보들은 유권자들에게 자신을 알릴 수단이 마땅치 않았던 셈이다.
  유권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자기 지역에 누구누구가 출마했는지 알지 못하고 있다가 막상 투표날을 맞아 선관위에서 보낸 선거공보를 보고 인물 됨됨이를 살피려 했지만, 후보들의 홍보물이라는 것이 부실하기 짝이 없었다. 후보들마다 대부분 실현이 불가능해 보이는 각종 공약을 나열하며 한 표를 호소하면서도 정작 유권자들이 궁금해 하는 약력은 아예 생략했거나 적당히 얼버무린 경우가 흔했다. 나이는 몇 살이나 됐는지, 군대는 갔다 왔는지 여부를 언급하지 않은 후보도 많았다. 투표하러 나온 많은 유권자들이 “도무지 누가 누군지 모르니 누구를 찍어야 하느냐”며 푸념한 것을 선관위는 귀감 삼아 차후에는 그런 맹점을 시정해야 할 것이다.

조선일보는 이 사설에서 특정 후보들의 지역감정 부추기기를 비판하는데, 그 신문이 선거운동 기간에 그런 행태를 보인 점에 관해서는 전혀 반성하지 않고 있다.

관리자  freemediaf@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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