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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대 대통령 김대중 취임과 조선일보조선일보 대해부 5권 - 1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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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7.22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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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2월 25일은 김대중이 제15대 대통령으로 취임하는 날이었다. 조선일보는 그 날짜 3면에 「‘통합’과 ‘경제’ 두 축을」이라는 제목으로 사설을 실었다.

  ‘국민의 정부’로 명명된 김대중 대통령의 정부가 25일 출범한다. 김대중 정부는 경제 발전과 민주주의 발전을 동시에 추구하는 정부임을 자임했다. 한마디로 개발 위주의 지난 근대화 과정이 접어두었던 정당성의 가치를 경제와 똑같은 비중으로 다루겠다는 뜻이라 할 수 있겠다. 그리고 이 정당성의 가치는 개혁 또는 정상화를 의미하는 것으로 이미 설명된바 있다.
  문제는 이 개혁을 지난 5년과는 달리 어떻게 시행착오 없이 순탄하게 추진하느냐 하는 것이다. 개혁이나 정상화가 성공하려면 김대중 대통령의 통치 방식을 “참으로 노련하게 잘 한다”고 평하는 사람들의 숫자가 그 반대쪽보다 많아야 한다. 노련미야말로 새 정부가 가장 역점을 두어야 할 덕목이라고 우리는 확신한다. 노련미는 다름 아닌 정치력이며,똑같은 개혁이라도 원숙한 정치력 없이 할 경우엔 쓸데없는 시행착오가 일어난다.
  대통령이 폭넓은 이해력을 가지고서 우리 사회의 여러 상충하는 이해관계를 참을성 있게 조정하고 타협시켜 나간다면 국민은 그 치우침 없는 통합 노선에 안도와 신뢰를 표시할 것이다. ‘통합능력’이야말로 정치력의 관건으로서 새 정부의 가장 기조적인 통치철학이 됐으면 한다. 우리는 김대중 대통령이 국론을 하나의 보편성 있는 국가발전 전략으로 담아낸 ‘통합’과 ‘화합’의 지도자였다고 후세에 기록되기를 바란다. 왜냐하면 미래지향적인 국민통합 없이는 우리가 오늘의 경제난국을 극복할 수 없기 때문이며,경제난국 극복 없이는 백 가지 다른 계획과 의욕들이 모두 수포로 돌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김대중 대통령의 개혁방식은 하나의 목적을 위해 다른 하나를 묵살해버리던 지난날의 방식과는 달라야 한다. 그 대신 각자가 시대의 불가피성에 부응해서 조금씩 동시에 손해 보기로 합의할 경우엔 모두가 함께 잘 살 수 있다는 ‘윈 윈’ 방식을 제시했으면 한다. 김영삼 대통령의 개혁이 숱한 우여곡절에 직면했던 이유의 하나도 그가 ‘개혁’을 국민적 컨센서스 아닌 정치 갈등으로 격하시킨 것처럼 되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경제가 휘청거리는 이때에 또다시 정치 과잉과 정치 갈등이 우리의 발목을 잡을 경우엔 우리 경제는 문자 그대로 절망적인 상황에 빠질 것이다.  우리는 한 나라의 정치가 대통령 개인의 ‘마음 먹기’ 여하에 따라 얼마나 다르게 전개되는가 하는 것을 여러 번 목격했다. 이 점에서 김대중 대통령은 멀리 보고 깊이 생각하면서 막다른 ‘골목길’을 멀리하고 ‘대로’의 광활함을 추구하는 열린 정치,뚫린 정치,트인 정치를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이 사설은 조선일보가 종전의 대통령들(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의 취임식 당일 아침에 내보낸 사설들에 비하면 특별한 ‘축하’의 말도 없고 길이도 아주 짧다. 지난 시절 대통령들의 취임식 날에는 ‘통단사설’을 올리는 것이 관례였는데, 위의 사설 밑에는 「중동전은 피했지만」이라는 또 한 편의 사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취임식 이튿날부터 김대중을 비판

김대중은 2월 25일 오전 10시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광장에서 취임식을 가졌다. 그는「국난 극복과 재도약의 새 시대를 엽시다」라는 제목의 취임사에서 “지금 이 나라는 모든 분야에서 좌절과 위기에 처해 있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총체적인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대중은 새 정부를 ‘국민의 정부’로 명명하고 정치개혁,개혁을 통한 경제난 극복,인간 존중의 정신혁명,교육개혁,냉전적 남북관계 청산 등을 다짐했다.

  그는 먼저 “지도자들이 정경유착과 관치금융에 물들지 않았던들,대기업들  이 경쟁력 없는 기업들을 문어발처럼 거느리지 않았던들,불행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기업의 자기개혁 노력을 엄격히 요구할 것”이라고 말해, 재벌개혁 의지를 거듭 밝혔다.
  김 대통령은 또 “오늘의 난국은 야당의 협력 없이는 결코 극복할 수 없다”며 “모든 것을 야당과 같이 상의하겠으니 나라가 벼랑 끝에 서 있는 금년 1년만이라도 도와달라”고 야당에 호소했다. 그는 “국민의 정부는 어떠한 정치보복도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 측에 남북기본합의서 이행을 위한 특사 교환을 제의하고 북한이 원한다면 정상회담에도 응할 용의가 있다고 천명했다.
  김 대통령은 또 “대학입시 제도를 획기적으로 개혁하고 능력 위주의 사회를 만들겠다”면서 “교육개혁은 만난을 무릅쓰고라도 반드시 성취하겠다”고 말했다(조선일보 2월 26일자 1면).

조선일보는 새 대통령의 ‘취임사’보다는 한나라당의 ‘총리 인준 거부’에 초점을 맞추어 김대중을 비판하는 내용의 사설(「국정 공백 빨리 메워야 / 여러 마리 토끼를」)을 2월 26일자 3면에 올렸다.

  김대중 정부는 첫 과제인 정부의 구성에서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야당인 한나라당이 김 대통령이 총리로 지명한 김종필 씨의 인준을 거부하는 전략으로 국회에 불참해 국회를 자동 유회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의 태도가 과연 옳은 것이냐 아니냐의 판단은 사람마다 관점에 따라 다를 수 있으며 여기서 그것의 당·부당을 논할 생각은 없다. 문제는 한나라당이 인준 거부를 당론으로 정한 이상,내각의 구성이 지연될 때 어떤 상황이 생길 수 있으며 이의 타개를 위해 김 대통령이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이냐다.  하나는 김종필 씨의 지명을 철회하거나 김 씨 스스로 사퇴해 다른 사람을 새로 지명하는 경우다. 그럴 경우 문제는 쉽게 풀리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아직 엿보이지 않는다. 그럴 경우 김종필 씨의 정치생명은 치명적 타격을 입게 되기 때문이다. 둘째 총리를 서리체제로 갖고 가는 방안이 있는데 서리체제와 서리의 국무위원 제청권을 둘러싸고 헌법학자들 사이에 뚜렷한 양론이 있어 위헌론에 휩싸일 가능성이 크다. 셋째는 청와대 측이 거론한 것처럼 제청 절차가 필요 없는 차관을 미리 임명해 차관체제로 국정의 공백을 메운다는 것인데 전례가 없어 그 현실성 여부는 불투명하다.
  그 중 어느 경우로 타결이 되건 상관없이 김 대통령은 야당의 총리 인준 거부 그 자체로 출발점에서부터 커다란 정치적 타격을 입게 됐다. 그러나 이런 정국의 경색을 풀어갈 수 있는 사람은 김 대통령 자신이다. 한나라당 의원들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김 대통령은 작게는 총리 인준 차원에서, 크게는 과반수를 차지한 야당을 무마하는 차원에서 어떤 적극적인 정치적 아량이나 제스처를 보였어야 했다.
  96년 말 당시 야당의 반대로 노동법 개정이 무산되면서 심각한 정치적 타격을 입은 한나라당에 대해 오늘의 관점에서 그가 무언가 언급을 해 야당의 상처를 달래주는 제스처를 보였더라면 상황은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또 이번 총리 인준과 관련해 야당의 간부들을 직접 설득하는 정도의 배려를 했던들 사태가 이렇게까지 발전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기는 커녕 검찰이 한나라당의 명예총재이며 대선 경쟁자였던 이회창 씨를 소환하고 인신공격까지 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은 야당을 완전히 무시하는 처사로 야당의 반발을 사는 데 기여했을 뿐이다. 야당을 비난하는 성명을 내거나 대국민 호소로 우회작전을 쓰는 것은 더 이상 효험이 없는 것 같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다. 김 대통령이 야당을 직접 설득하고 야당과 화합하는 정치력을 보인다면 한나라당이 오히려 궁지에 몰릴 것이다. 지금의 상황은 심각하다. 대통령은 있는데 총리와 내각이 없고 따라서 행정이 공백상태다. 이것은 대단히 위험한 상황이다. 김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야당을 무마하고 포용하는 대도의 정치력이 요구되며 한나라당 역시 대도로 화합하기 바란다.

‘총리 인준 거부’를 둘러싼 정치권의 논란에 대해 조선일보는 한나라당의 주장을 옹호하는 사설(「한나라당의 선택」)을 2월 28일자 신문에 실었다.

  김종필 씨의 총리 인준을 거부하는 한나라당의 당론은 충분히 일리가 있다. 우선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3김 청산’을 커다란 명제로 내걸었던 한나라당으로서는 국민이 선택한 김대중 대통령은 어쩔 수 없지만 자기들 손으로 또 하나의 김을 인준한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일이다.
  여권은 김 대통령의 당선은 곧 ‘김종필 총리’를 국민이 승인한 것이라는 논리를 내세우는데 특정인의 불출마 대가가 선거법에 위배되기 때문에 국민회의 측에서도 총리는 자민련 측이 맡는다고 했지 JP를 거명하지는 않았다는 것을 분명히 해둘 필요가 있다. 또 DJ를 선택했다고 해서 그의 모든 인사와 정책을 무조건적으로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국회나 청문회 절차가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한나라당이 정부 구성을 방해하고 있다는 비난은 구체성이 없다. 한나라당은 JP에 반대하는 것이며 JP가 아닌 다른 사람을 지명하면 당장 인준에 응하겠다고 했다. 따라서 정치논리로 볼 때 정부 구성을 못하고 있는 책임은 과반수를 차지한 야당이 반대하겠다고 대내외에 천명한 사람을 기어코 총리에 앉히겠다고 하는 쪽에도 있다.
  지금 뚜렷한 지휘탑을 확보하지 못한 채 분열의 위기로 몰리고 있는 한나라당은 확고한 ‘DJ+JP’ 체제가 오는 지자체 선거는 물론 다음 국회의원 선거에서까지 자기 당에 확실한 패배를 안겨줄 것이라는 불안감에 싸여 있다. 따라서 그들로서는 자신들의 정치적 생명을 걸고 DJ+JP 체제,다시 말해 국민회의와 자민련의 ‘사실상 합당체제’를 막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다른 말로 바꾸면 한나라당의 JP 인준 거부는 한나라당으로는 방어적 전략이지 결코 공격적 전략이 아니라는 것이다.


한나라당이 2월 20일, 김종필을 총리로 인준하지 않겠다고 결정한 주요 이유는 그의 ‘도덕성’과 ‘5·16 가담 전력’이었다. 김종필은 ‘도덕성’에 관한 한 비판을 받아야 마땅했다. 그러나 역대 대통령선거는 물론이고 총선에서도 금권·관권 선거 때문에 비난을 받아온 한나라당(그 ‘원조’는 민주공화당)이 과거의 ‘동지’인 김종필의 도덕성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설득력을 얻기 어려운 일이었다. 게다가 5·16 군사쿠데타로 장면 정권을 뒤엎고 권력을 빼앗은 박정희 일파나 그 ‘후예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한나라당이 김종필에게만 ‘5·16 가담 전력’을 따지는 것도 논리적으로 앞뒤가 맞지 않았다.

그런데도 조선일보 사설은 “김종필 씨의 총리 인준을 거부하는 한나라당의 논리는 충분히 일리가 있다”고 옹호하고 있다.

결국 김종필은 반년 가까이나 ‘총리서리’라는 직함으로 직책을 수행하다가 8월 17일에야 국회에서 인준을 받았다. 그 동안 김대중 정부가 정치적으로 큰 타격을 받았음은 물론이다.

관리자  freemediaf@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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