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면 전 지역 확산에 순환 유급휴직·안식월 도입

지역언론계 “언론 관련 불용예산 풀어달라” 호소

‘코로나19’ 확산세가 길어지면서 지역언론이 심각한 매출 급감 위기에 처했다는 호소가 나온다. 광역 지자체 중심의 일간지들은 감면, 단축 근무를 넘어 순환 휴직과 부분 임금삭감까지 논의 중이다. 규모가 영세한 지역 주간지들은 매출이 20%까지 급감하는 등 취약함을 드러냈다.

감면은 대부분 지역에서 시작됐다. 특히 경남·경북은 지난 1~4월 주요 일간지 대부분이 감면했다. 경남도민일보와 경남일보는 20면에서 16면으로, 경남신문은 24면에서 20면으로 지면을 줄였다. 경상일보는 수·목요일 발행되는 지면만 16면으로 4면 감면했다. 부산의 부산일보·국제신문, 대구의 매일신문·영남일보도 4면씩 줄였다. 충북의 충청투데이는 지난 6일부터 4면 감면에 나섰다. 강원 지역에선 강원도민일보가 4면 감면했다.

이미 순환 유급휴직에 돌입한 매체도 있다. 노사 모두 코로나19 장기화를 예상하고 신속하게 대응을 준비한 경남도민일보는 지난 4월 1일부터 8월까지 임직원 78명 중 70명이 돌아가면서 한 달씩 일을 쉬고 평균 임금의 75% 수준인 휴직급여를 받는다. 정부 고용유지지원금을 이용하면 경영진은 휴직급여의 최대 90%를 지원받는다. 매일신문도 5월 유급휴직 시행을 계획하고 희망자를 조사 중이다. 국제신문과 강원일보도 노사가 순환 휴직 도입을 검토 중이라고 알려졌다.

부산일보에선 일시적 임금 삭감 등 강도 높은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사장, 본부장, 각 실·국장 등 임원과 간부 직원이 먼저 상여금을 삭감하고 올해 안에 한 달 유급휴직(휴직 동안 통상임금과 상여금 각 50% 삭감)을 의무로 쓰기로 했다. 이에 언론노조 부산일보지부는 20일 대의원대회에서 △올 한 해 상여금 100%를 분할 삭감하지만 복원 시기는 약속받으며 △단협상 안식월을 활용해도 회사가 강제하거나 불이익을 줄 수 없고 △상황이 호전되면 신입사원 채용 등을 해야 한다는 ‘회사 비상경영안 관련 노조안’을 의결했다. 최종 시행안은 노사 협상을 통해 정한다.

지역언론인들이 대응책을 찾아 나선 이유는 매출 급감 때문이다. 16개 충청·경상·강원 지역언론 취재 결과 지난 1~4월 광고수익이 지난해에 비해 적게는 50%, 많게는 20%까지 급감했다. 지역언론은 수익 대부분을 지자체를 포함한 지역 공공기관 광고와 행사 위탁운영에 의지한다. 그런데 2월 초 코로나19 감염세가 전국으로 퍼지면서 지자체가 주최하는 각종 마라톤·걷기대회나 지역 축제가 모두 취소되거나 연기됐다. 이에 딸린 광고나 홍보물 제작 등 부대사업도 없던 일이 됐다.

코로나19 사태가 3~5월에 겹친 점도 한몫했다. 3~5월은 지역 행사가 집중적으로 열리는 대표적인 ‘성수기’다. 경상지역의 A 기자는 “지역 일간지는 전체 매출의 85~90%가 공공기관 관련 광고와 행사 수익이라고 보면 된다”며 “수익 관점에서 7~8월과 1~2월은 비수기고 3월부터 광고가 늘어난다. 4~6월과 9~11월이 성수기로 이 기간에 바짝 매출을 올려 나머지 비수기를 지내는 게 관행인데 이 매출이 지난해 절반도 미치지 못한다. 답이 없다”고 말했다.

▲ ‘코로나19’ 이후 지역언론이 시행하고 있는 경영 위기 대응 사례. 지자체 광고수주, 행사 위탁 운영 등의 매출이 지난해에 비해 20~50%로 줄면서 위기가 가속화됐다. 정리=손가영 안혜나 기자

일간지보다 영세한 지역주간지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지역주간지는 대부분 기초 지자체의 광고·행사와 지역민 동창회나 결혼식, 상가 개업 광고에 수익을 의존한다. 주간함양신문 관계자는 “이런 행사들이 ‘올스톱’되면서 매출이 전년 대비 20%대로 떨어진 달도 있었다”며 “빈 광고란을 기사로 메꾸면서 처음으로 16면을 12면으로 발행해 봤다”고 전했다.

원래 경영난을 겪다가 코로나19로 경영 위기가 극심해진 언론사도 있다. 특히 코로나19 감염세가 심각했던 대구 인근 지역은 타격이 더 컸다는 말이 나온다. 경산신문 관계자는 “이미 올해 초 인력을 줄였는데 코로나 때문에 상황이 더 어려워졌다. 기자 2명의 주 40시간 근무를 20시간으로 줄였고 격주 발행도 검토 중이다. 정부 소상공인 대출까지 신청했지만 어차피 갚아야 할 돈이고, 성수기 때 수익을 올리지 못해 심각한 위기를 느낀다”고 밝혔다. “적지 않은 지역언론이 비슷한 상황일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코로나19 위기감 명분삼아 일방적 비상경영 안된다”

지역과 매체에 따라 위기감은 상이하다는 분석도 있다. 전북지역 B 기자는 “전북 일간지 중에선 심각한 위기를 겪는다거나 휴직, 감면 등을 논의하는 곳은 아직 없다”고 전했다. 같은 지역 C 기자도 “일부 지역주간지도 광고보다 구독·후원 비중이 높은 곳은 코로나19 전후가 다르지 않다. 코로나19 감염자가 없는 곳은 더 안정적”이라고 말했다.

전남의 D 기자는 “매체 수가 인구수 대비 많은 편인 전북, 전남 지역은 이미 예전부터 경영난에 처한 매체들이 많다. 코로나19 때문에 특별하게 더 어려워진 상황이 아니라는 의미”라며 “비유하자면 큰 일간지도 이미 몇 년 전부터 20면으로 감면했는데, 여기서 더 감면하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지역언론인 사이에선 정부와 지자체가 불용 예산을 지원금으로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역언론 연대체인 사단법인 ‘바른지역언론연대’는 지난달 26일 문화체육관광부와 지역신문발전위원회에 각각 여유자금을 지역 언론에 긴급하게 지원해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지역신문발전기금 등을 정부공익광고와 우편료로 지원해달라는 요구다.

주간함양신문 관계자도 “경남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중 선정자가 적은 인턴사원 지원 명목 예산은 공익광고로 운용할 수 있고, 지역신문발전위원회 NIE(신문활용교육) 사업도 등교가 연기되면서 중단됐는데 이 예산을 긴급 지원 수단으로 돌릴 수 있다”고 방안을 제시했다.

경영진이 위기를 빌미로 일방적 구조조정 등을 강요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거 경영진과 사주의 경영상 책임을 덮기 위해 코로나19 위기를 악용할 수 있다는 걱정도 있다. 언론노조와 산하 지역신문노조협의회는 지난 6일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지역신문 노동자 결의문’을 지역언론 양대 사용자 단체에 보냈다. “노조도 언론사 사정에 맞는 대책 마련을 위해 대화에 적극 나서겠으니 경영진이 일방적으로 임금삭감·무급휴직·권고사직을 강요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감면과 판갈이(개판) 중단이 불가피할 때도 편집권 훼손을 최소화하고 노조와 협의해야 한다”고도 밝혔다.

* 이글은 2020년 04월 22일(수) 미디어오늘 손가영 기자의 기사 전문입니다. 기사원문 보기 클릭

관리자  freemediaf@gmail.com

<저작권자 © 자유언론실천재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