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칼럼 칼럼 고승우 칼럼
‘조국 사태와 검찰개혁’ 속 유권자 선택은?[칼럼] 고승우 80년해직언론인협의회 공동대표ㆍ언론사회학 박사
  • 관리자
  • 승인 2020.01.30 10:40
  • 댓글 0

청와대와 법무부는 28일 현재, 검찰 인사로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심각한 타격을 가한 뒤 윤 총장에 대한 감찰을 거론하고 있다. 윤 총장에 대한 감찰 방침을 법무장관이 직접 언급한 것은 윤 총장을 전 방위적으로 압박하는 것으로 비춰진다. 이에 대해 한국당 등 일부 야권은 ‘청와대의 유재수 감찰 무마, 울산시장 선거부정, 우리들병원 대출비리 의혹을 덮으려는 셀프 면죄부용 인사폭거’, ‘문 정권 보신용 칼춤’이라고 비판하면서 검찰 응원의 목소리를 높인다. 이런 모습은 4월 총선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조국 사태와 검찰개혁’ 가운데 조국 부부에 대해서는 기소, 재판의 단계로 가 있고 청와대 전 현직 비서관 수 명이 수사선상에 올라 있는 사태로 진전되었다. 이 과정에서 검찰권 행사나 검찰에 대한 인사의 적합성 여부가 쟁점이 되고 있다. 검찰은 정부의 한 조직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청와대, 법무부와 힘겨루기를 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정부 직제법상 검찰의 조국 사태에 대한 태도는 분명 양날의 칼이라는 측면이 존재했다. 고위 공직자의 검증 수위를 높인다는 표면적인 명분과 함께 현 정권의 검찰개혁에 대한 저항이라는 성격도 내재해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검찰이 내부 비리에 눈을 감고 선택적 수사 또는 기소를 하는 폐단에 비교하면 조국 일가에 대한 수사는 무리한 점이 있었다. 그러나 검찰에게 양날의 칼이 행사될 수 있는 여건을 제시한 청와대의 책임 또한 가벼울 수 없다. 현 정권이 수십 년 묶은 검찰의 고질적 적폐를 청산하려 했다면 철저히 준비해서 반격의 빌미를 주지 않았어야 했다. 윤석열 검찰이 산 권력에게 칼을 겨눈 것을 검찰개혁에 대한 저항이라고만 몰아치면 반론이 커질 수밖에 없는 특성이 있었고 이는 사전에 치밀하게 대비해야 했다. 이런 점에서 이번 사태에 대한 부담은 집권세력이 회피할 수 없고, 그런 면에서 명쾌한 해법이 늦었더라도 제시되어야 한다.

법무부는 8일 검찰인사위원회를 열고 대검검사급(검사장) 간부 32명의 승진·전보 인사를 오는 13일자로 단행했다. 사진은 지난 2일 윤석열 검찰총장(왼쪽부터), 강남일 차장검사, 한동훈 반부패·강력부장을 비롯한 검찰 관계자들이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방문해 참배를 위해 현충탑으로 향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조국 사태를 거치면서 한국당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의 충격에서 벗어나는 에너지를 확보한 모양새지만 정치 철학과 방법론상에서의 헛발질이 계속되면서 신뢰감이 확산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비해 민주당 지지세력 일부에서 갈등과 파열음은 자못 심각하다. 조국 사태에 대해 검찰의 무리한 먼지털기 수사라는 비판을 앞세우는 쪽은 ‘그렇게 안 한 사람 누가 있나. 누가 그에게 돌을 던질 것인가’라는 논리를 앞세운다.

조국 사태를 거치면서, 국내 정치 세력은 이른바 보수, 진보할 것 없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권력 욕구를 충족시켜왔거나 기득권 세습을 당연시하는 체질을 지니게 되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수구 보수의 도덕적 결함을 비판하던 진보가 닮은꼴이 되었다는 것이다. 미워하면서 닮아간다는 옛말이 현실에서 확인되고 있다는 평가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의 DNA가 그래서 원래부터 이랬을까, 아니면 교육이나 학습이 잘못되어서 그랬을까. 법원의 최종 판결이 나오기도 전에, 언론의 주목을 받는 뉴스메이커들이 벌이는 파워게임은 정치집단의 특권이라는 측면도 있다. 하지만 그 최종적 판정은 유권자들의 몫이다.

조국 사태는 우리 사회에 잠재해 있던 문제가 표면화된 측면이 있다. 언젠가 터질 수밖에 없었던 시한폭탄이 돌출했고 집권층이 그것에 합리적으로 대처할 태세를 갖추지 못했다. 어찌 보면 이쯤 해서 터진 것이 사회적 의식화나 수준 향상을 위해 다행일 수도 있다. 조국 사태의 연장선상에서 청와대와 검찰의 대치 상태가 지속되면서 4월 총선에 대한 영향 등이 거론되고 있다. 그러면 총선의 결과는 어떻게 될 것인가. 그것은 예측하기 쉽지 않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미 상원 탄핵 심리 속에 팽팽하게 전개되는 미국 여야의 힘겨루기, 유권자의 여론 등은 참조할 만하다.

미국 역대 대통령 가운데 세 번째로 탄핵 대상이 된 트럼프 대통령의 경우, 야당인 미 민주당 쪽의 주장을 들어보면 트럼프 대통령이 대통령 지위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은 국가에 위험이라며 당장 대통령 자리에서 물러나야 마땅한 것이란 논리로 기운다<뉴시스. 1월 24일>. 그리고 대통령이 미국 실정법을 어긴 것에 대한 더 많은 증거와 증인을 상원의 심리대에 올리는 것이 당연해 보인다. 그러나 미 공화당의 견해는 정반대다. 민주당이 현직 대통령에 대해 결정적이고, 확실한 증거도 없이 말도 되지 않는 주장을 편다는 것이고, 하원에서 충분히 검토했으니 이제 그만 표결로 끝내자는 것이다. 상원은 공화당이 다수를 점하고 있어 표결만 하면 부결은 따 놓은 당상이라는 태도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EPA=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의 탄핵 발의가 마녀사냥이라는 둥 가능한 가장 격렬하고 신랄한 단어를 골라가면서 트윗을 날린다. 하루에 트윗 폭풍이 1백 건을 넘어간 적도 있다. 트럼프는 상원에서 탄핵심리가 부결되면 11월 대선 승리는 확실하다는 계산을 하고 있는 듯하다. 미 민주당은 추가 증인과 증거자료 신청 필요성의 목소리를 높이면서 여론과 유권자들에게 호소하는 태도다. 그러면 미국 유권자들은 어떤 상태일까.

미국의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 공화당지지 유권자 가운데 3명 중 1명은 트럼프 대통령이 임기 중 불법을 저지른 것으로 보는데 대통령직에서 물러나야 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비율은 10% 정도로 나타났다<CNN. 1월 24일>. 이는 자기편의 잘못에 관대한 인간의 심리가 드러나는 부분이다. 현실 정치에 대한 유권자들의 이런 심리 상태와 투표 태도를 한국 정치권도 십분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여야 모두 오는 4월 총선에서 이길 것이라는 태도로 ‘조국 사태와 검찰개혁’에 대처하고 있다. 거대 여야 양당은 확연히 갈라진 각 당의 지지 세력들이 결코 등을 돌릴 수 없을 것이란 확신을 하고 있는 듯 보인다.

미국이나 한국이나 법체계는 다 갖춰져 있다. 그런데 법을 해석하고 집행하는 데서 의견이나 행동이 엇갈린다. 두 나라 정치권을 볼 때 공통된 것은 갈라진 두 진영이 확증편향, 즉 자기들이 보고 싶은 것, 듣고 싶은 것만 챙기고 기억하고 주장한다는 점이다. 손가락이 달을 가리키지만 달은 보지 않고 손가락만 탓하는 것으로 비유할 수도 있다. 법 위에서, 또는 법과 법 사이의 미세한 빈틈과 어수룩한 점을 찾아내 경쟁적으로 다투는 것을 보면 인간의 지적 능력이 너무 탁월하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즉 아무리 정교한 법이나 제도를 만들어도 항상 부족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정치집단은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가능한 최상의 노력을 다하거나 집권하는 것을 최고의 가치이며 목표로 삼고 있다. 미국의 대통령 탄핵 국면과 검찰개혁과 조국 사태로 양분된 한국 정치권의 모습에서 권력 장악에 대한 정치권의 적나라한 욕망의 실상이 드러나고 있다. 전투적인 정치 논리가 보편적인 사회적 규범이나 도덕, 윤리를 무색하게 만든다. 이기지 않으면 당한다는 엄청난 분노와 공포가 정치권을 지배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 도래한 것에 대해서도 집권층은 겸허히 그 책임을 져야 한다. 격한 감정만으로는 합당한 정치가 불가능하다. 이성을 되찾아야 한다. 혼란스러울수록 냉정해야 한다. 원칙이 중요하다.

선거는 국민이 주인공인 최대의 정치 행사다. 그것은 축제 속에 치러져야 한다. 선거는 사회가 탁한 것을 털어내고 좀 더 향상되는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정치권도 이쯤 해서는 한국 민중의 의식 수준을 의식해야 한다. 근현대사를 보면 민중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우리 1980년대 이후 역대 선거에서 그렇듯이 유권자들은 신묘하다 할 정도의 선거 결과를 만들어내는 일을 하고 있다. 오는 4월 총선도 그런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적지 않다.

정치는 궁극적으로 국민에 대한 정치 서비스가 그 존재 이유다. 최상의, 최적의, 최선의 정치를 약속하는 대리 정치인들을 뽑기 위해 유권자는 눈을 부릅떠야 한다. 최선이 아니면 차선, 그것도 아니면 차차선을 선택해야 하는 것이 유권자들의 몫이면서 현실적 한계이기도 하다. 정치권의 현주소는 유권자들의 책임이라는 측면도 분명 존재한다. 더 나은 정치 전문가를 국민의 권력 대리인으로 채우느냐 여부도 최종적으로 유권자가 결정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정치 현실을 직시하고 정확히 판단해서 오는 4월에 신성한 주권을 행사해야 한다.

관리자  freemediaf@gmail.com

<저작권자 © 자유언론실천재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