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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와 평민당의 대결조선일보 대해부 4권 - 30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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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1.02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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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3월 4일자 조선일보 1면에는 「평민, ‘주간조선’ 기사 돌연 문제화/ 일주일 전 배포된 것… 내용 적시 없이 사과 요구」라는 기사가 3단으로 실렸다. “평민당은 3일 간부회의와 의원총회를 통해, 지난 2월 23일 발매된 주간조선의 김대중 총재 유럽 순방 관련 기사가 ‘허위 왜곡’이라는 주장 아래 조선일보를 규탄하는 한편, 공개사과 및 정정보도를 우선 요구해 왔다”는 것이다.

김대중의 순방을 동행 취재한 조선일보 기자 부지영이 「좌파에도 우파에도 손짓 /수행의원들 추태 만발-김대중 총재 유럽 순방 뒷이야기」라는 제목으로 써서 주간조선에 실은 기사는 김대중이 중도좌파인 국제사회주의연맹과 중도우파인 기독교민주당협회에 동시 가입을 추진하는 것은 “평민당을 새에 비유하자면 좌측 날개와 우측 날개 모두를 사용해 중도로 날아가는 새와 같다”는 그의 ‘날개론’과 관련이 있다고 주장했다. 기사 말미에는 ‘그 성과를 잠식하는 해프닝들’이 있었다고 나와 있다. 일행의 숙소가 최고급이어서 비용이 많이 들었다는 것과 비행기 안에서 맨발로 돌아다닌 의원, 교황을 ‘헤이’라고 부른 의원, 알프스산맥을 내려다보며 로키산맥이라고 한 의원, 외국 귀부인을 희롱한 의원 등 자질이 의심스러운 의원들이 있었다는 내용이다.

기사를 쓴 부지영은 바로 그 날짜 조선일보 ‘기자수첩’에 「필자의 당혹」이라는 칼럼으로 반박했다. 자신이 작성한 문제의 기사는 명백한 사실 보도이며 “주간조선이 발매된 지 1주일이나 지난 지금 문제 제기를 한 것은 교황을 보고 ‘헤이’라고 한 망언 등에 대한 가톨릭 측의 반발에 당황해 모든 책임을 기자와 신문사에 뒤집어씌우겠다는 태도가 혹시라도 있는 게 아닌지”라고 묻고 있다.

3월 5일자 1면에는「평민당, 본보 불매운동 전개 결정 〈본사, 진실 보도로 언론자유 수호」라는 기사가 3단 배꼽에 나란히 배치되었다. 15면에는 「본사 기자 집 “가족 몰살” 협박 / “조직 동원하겠다” 전화… 부인 딸 등 피신 /평민 유럽 기사 관련」이라는 기사가 가로 3단으로 올랐다. 누군가 부지영의 집에 전화를 걸어 협박했다는 내용이다.

조선일보는 3월 7일자에 사설 「신문과 공당」을 내보냈다.

(…) 우리가 이 문제를 다루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이것이 단순히 평민당이 주장하는 바, 평민당과 조선일보의 관계에 국한되고, 한 사안의 진실 여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언론에 가해지는 외부로부터의 부당한 정치적 압력에 맞서 언론의 자유를 확보하는 데 있어 하나의 중요한 갈림길이 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 우리는 주간조선의 기사가 사실에 근거한 것임을 확신한다. 그리고 평민당 소속의 정치인들이 항상 믿어 왔듯이 우리도 진실은 끝내 굴복하지 않는다는 것을 믿고 있다. 때문에 조선일보는 평민당, 또는 그 누구를 위해서도 진실을 굽힐 수 없다는 것도 아울러 믿고 있다. (…) 자기에게 불리한 기사라고 생각하면 덮어놓고 적대로 간주하며 70년의 역사와 2백만 부수를 가진 신문을 그렇게 간단하게 ‘반민주·반민족’으로 매도하는 공당으로서의 평민당의 사려 깊지 못한 행동 때문이다.
(…) 공당이 기사에 불만이 있었다고 해서, 그 신문의 불매운동을 펴는 것은 세계에 전례가 없는 일이다. 불매운동을 아무렇지도 않게 대응수단으로 생각하는 의식  상태를 보면서 우리는 평민당의 압력이 결코 선례로 남아서는 안 되며, 성공적인 선례로 남아서는 더더욱 안 된다는 단호한 생각을 갖기에 이른 것이다.

이 사설은 전날 평민당이 발표한 「주간조선 왜곡 보도의 진상」이라는 보고서와 「언론인 여러분께 드리는 글」에 대한 대응이었다.

그동안 조선일보의 집요하고도 잔인한 비수에 수없이 상처를 입고 가슴 아파해 왔으면서도 묵묵히 참아 왔던 (…) 우리는 국민을 대신하여 조선일보에 당당하고 의연하게 맞서 싸우고자 한다. 누가 광주 시민을 일컬어 난동분자라 했으며 누가 전두환 씨를 일컬어 조국의 위대한 영도자라 칭했던가. 구름이 한때 태양을 가릴 수 있으나 영원히 가릴 수 없듯이 역사의 진실은 묵은 신문의 행간을 지키며 살아 숨 쉬고 있다는 것이 우리의 확신이다(「언론인 여러분께 드리는 글」에서).

조선일보는 3월 8일자에도 정치부 차장대우 변용식이 쓴 ‘기자수첩’(「기자의 출입금지령」〉을 통해 평민당 공격을 계속했다. 부지영이 협박전화 때문에 이산가족이 됐다면서 “주간조선 시비 사건의 가장 씁쓸하고도 우울하게 하는 한 가지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민주화의 길목에 아직도 버티고 서 있는 폭력 요소들이다”라고 주장했다. 변용식은 이어 평민당 국장단이 조선일보 기자들의 당사 출입을 사절한다는 공고문을 써 붙인 사실을 들며 “평민당이 2백만 부수를 갖고 70년의 전통을 가진 동족 신문에 대해 출입금지 조치를 내렸다. (…) 그것은 5공의 청와대가 대통령에게 불리한 기사를 썼다고 하여 출입기자의 출입증을 빼앗아 출입금지를 시킨 것과 무엇이 다른가”라고 물었다.

평민당은 3월 7일 부지영을 포함하여 조선일보 발행인, 편집국장, 주간조선 발행인과 편집인 등 5명을 출판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고 9일과 10일 ‘국민 여러분! 조선일보의 횡포를 더 이상 참을 수 없습니다’라는 광고를 일간지에 냈다.

조선일보는 마치 자신들이 억울한 피해자인 것처럼 강변하고 있으나, 일말의 죄의식조차 느끼지 않고 휘두른 펜대의 폭력에 의해 우리 당은 치명적인 상처를 입어야 했습니다. 5공 시절 ‘독재의 나팔수’ 역할을 적극적으로 담당했다고 비판받고 있는 조선일보가 일관된 태도로 김대중 총재와 우리 당을 음해한 기사를 이루 헤아릴 수 없으나, 인내와 관용을 가지고 우리는 묵묵히 참아 왔습니다. (…)
우리는 단순한 방어본능에 의해 조선일보를 규탄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동안 조선일보는 소외되고 고통 받는 사람들보다는 기회주의적인 일부 기득권층에 봉사하는 자세를 취해 왔으며, 독재세력과 유사한 논리를 끊임없이 창출해내고 있기 때문에, 조선일보의 대중조작과 언론폭력을 엄청난 피해를 감수하면서까지 고발하는 것입니다.

조선일보는 3월 10일자 신문에서 즉각 반격에 나섰다. 3면 자체를 털어 아예 특집으로 꾸몄다. 「“총재님, 1등석이 준비 됐습니다” / 평민 일행 동석 승객 4인의 증언」머리에 올리고 “금연석 줄담배… 주의 받고도 흡연” “구두 벗고 큰 소리 잡담” “보다 못해 일행 불러서 항의했다”는 등 유럽행 비행기 안에서 벌어졌다는 정경을 또 한 번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그옆에는「평민당은 언론탄압 말라」는 ‘조선일보사 사원 일동’의 성명서가 큼지막하게 실렸고 「또 하나의 진실 ‘마닐라 방문’ / 평민의 본보 비방 광고를 보고」라는 상자기사를 통해 오래 전 김대중의 필리핀 방문 때 있었던 일까지 다시 들춰냈다.

같은 날짜 독자란에는 “7일에 이어 8일에도 평민당의 언론탄압을 비판하는 독자들의 편지가 쏟아졌습니다. 이 날 접수된 총 75통의 편지 중 35통이 평민당의 언론탄압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그중 평민당의 처사를 비판한 것이 32통, 조선일보를 비판한 것이 3통이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끊임없는 성원에 감사드리며 지면  계로 보내주신 편지를 다 실어 드리지 못함을 송구하게 생각합니다”라 기사가 실렸다.

조선일보는 이밖에도 3월 12일자에 「비겁한 전화 테러」라는 사설, 15일자에 「언론과 압력단체」라는 사설을 실어 평민당에 대한 공격을 계속했다. 17일자 1면에는 「본사, 김대중 총재 고소 / 출판물 의한 명예훼손 / 부지영 기자도」라는 제목의 5단 기사와 함께 「독자에게 드리는 말씀 / 김대중 평민당 총재를 고소하면서」라는 광고를 게재했다. 주요 내용은 “우리는 문제 확대를 원치 않습니다” “조선일보 존재 자체를 매도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이제는 법절차에 맡겨야 합니다” “평민당은 민주 공당으로 복귀해야 합니다”였다.

1989년 3월의 조선일보는 마치 대한민국 언론자유의 수호자처럼 행세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남들의 평가는 그리 우호적이지 않았다. 오히려 지극히 냉소적이었다. ‘조선투위(조선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는 14일 「조선일보는 국민 앞에 사죄하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 요지는 아래와 같다.

싸움은 발전하여 조선일보는 급기야 ‘언론자유수호선언’을 하기에 이르렀다. (…) 민족이 외세의 발굽 아래 신음하던 시절에, 민주주의가 질식당하고 인권이 유린되던 시절에 조선일보는 무엇을 썼고 어떻게 말했는가. 우리는 묻고 싶다. 언론자유수호선언은 언론사의 사적 이익을 위해 편리할 때 편리한 방법으로 하는 그런 액세서리가 아니다. 써야 할 때 써야 할 진실은 1단 기사로도 쓰지 못하던 신문이 자사의 이익을 위해서는 사회의 공기인 신문지면을 더럽게 먹칠하면서 이것을 언론자유 수호라고 말한다면 국민의 지탄을 면치 못할 것이다. (…) 거짓 언론자 수호선언을 하기 앞서 참 언론자유의 수호를 위해 투쟁하다 해직된 32명 기자들을 먼저 제자리로 되돌려 놓아야 할 것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연맹 기관지 언론노보도 3월 15일자 신문에서 “조선일보는 다시 태어나야 한다”며 다음과 같이 비판했다.

(…) 언론의 특정 정당에 대한 비판은 정책 차원의 정당한 비판이어야 하며, 정치인에 대한 비판 역시 정치인으로서의 신념과 자질에 관한 것이어야 하지, 교묘한 방법으로 마치 특정 정당에만 저질 국회의원들이 많이 있고 그래서 특정 정당은 저질일 수밖에 없다는 연상을 일으킬 우려가 있는 기사는 분명 올바른 언론이 취급할 기사가 아닐 것이다.
(…) 우리는 주간조선의 기사가 꼭 기자 개인의 보도 의욕에만 전적으로 의거한 것이냐에 대해 강한 의구를 제기한다. (…) 여기에서 우리는 언론사주에게 불쾌한 감정을 갖게 했다고 신경질적인 대응을 줄기차게 계속하는 자세가 최고의 정론지임을 주장하는 조선일보의 윤리감각인가를 우선 묻지 않을 수 없다. (…) 특히 최대 발행부수라는 영향력을 내세우는 조선일보는 정치사회 변화의 결정적 시기마다 권력집단의 이해와 야합하는 쪽으로 표변해 왔으며 동시에 반민중적 보도 태도를 보여 왔음을 지적한다.
(…) 때문에 우리는 비록 조선일보가 우리 노동 동지들이 몸 담고 있는 회사라 할지라도 이번 싸움을 자유언론수호투쟁으로 성급히 규정, 평민당의 법정 투쟁, 불매운동 등을 언론탄압으로 매도하는 자세에 섣불리 동조하지 않는다.

김대중의 유럽 순방 길에 과연 무슨 일이 있었는가. 주간조선 보도는 진실인가, 왜곡인가. 그런 가십성 기사를 꼭 써야만 할 가치가 있었는가. 다른 당 총재의 외국 나들이 때는 그런 일이 없었는가. 다른 당 행사 때 그런 일이 발생했어도 조선일보는 기사를 썼을 것인가.

이런 모든 의문부호와는 상관없이 조선일보가 그 사태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지면을 과도하게 사유화했다는 비난은 면하기 어려워 보였다. 그것은 조선일보가 3월 17일자 1면 광고에서 “(평민당의 여러 압박에도 불구) 우리 조선일보는 우리가 가진 유일한 수단인 지면을 통해 구체적 사실의 뒷받침과 아울러 사원 일동의 이름으로, 그리고 한두 칼럼으로 외부의 압력으로부터 언론의 자유를 지키겠다는 원칙론만을 강조해 왔을 뿐입니다”라는 식으로 변명해도 벗어나기 어려운 혐의였다.

관리자  freemediaf@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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