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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수가 나타나지 않은 이유[광주 통신] 임종수 5·18기념문화센터 전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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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6.13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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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짬을 내어 아내와 함께 광주극장에서 '김군'을 봤다. 역시 다큐영화의 힘은 강했다. 상영시간 85분 동안 지루함없이 몰입했다. 지만원이 북한군 '광수1호'로 지목한 김군의 행방을 추적하는 내용이다. 김군의 강렬한 눈빛이 지금도 가슴 아련하게 떠오른다. 그동안 북한군으로 지목된 '광수' 가운데 신원을 밝힌 분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나머지 사람들은 죽지 않았다면 왜 소식이 없을까. 영화는 이런 궁금증을 감동적으로 풀어간다.

다큐영화 '김군' 포스터. 출처 = 영화 '김군' 펀딩 프로젝트 사이트

내가 만난 광수는 영화 ‘김군’과는 또 다른 단서를 보여준다. 작년 5월 23일, 5·18기념문화센터 소장으로 근무하면서 ‘5·18영창특별전’ 때문에 한창 바쁠 때였다. 성당 선배님이 일행과 함께 사무실로 불쑥 찾아왔다. 단정하게 빗어넘긴 백발에 깔끔한 양복차림의 남자가 흥분을 억누르지 못한 채 내뱉었다. “광수가 뭔 뜻이다요?” 나는 차를 내오면서 자초지종 물었다.

어제 딸이 인터넷에서 우연히 아빠 젊었을 때 모습과 똑같은 사람이 북한군으로 광주에 투입된 ‘광수’라는 글을 읽고 전화를 했다고 한다. 이 소식을 듣고 발끈하여 나에게 찾아온 것이다. ‘세상에 38년동안 이런 사실을 까마득히 모르고 지냈다니...’ 나는 뛰는 가슴을 억누르고 이 분을 설득하여 사진을 찍고 젊었을 때 사진 파일을 건네받았다. 그리고 언론사에 보도자료를 긴급 발송하였다. 지만원이 ‘광수73번’ 인민군대장 오극렬로 날조한 지용씨 이야기다.

호남의 최대부호이며 육영사업에 힘썼던 지응현씨의 손자가 5·18당시 38세의 가장으로 총을 들고 도청항쟁에 참여했다는 사실 때문에 언론에 대서특필됐던 인물이다.

경제적으로 여유있게 사는 사람도 자신이 ‘광수’로 조작됐다는 사실을 40여 년 동안 까마득히 모르고 살아왔는데 하물며 생계 때문에 세상과 단절되어 사는 분들은 이런 내용을 전혀 알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광수’가 나타나지 않은 또 다른 이유이다.

관리자  freemediaf@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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