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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비스트 박수환과 동아일보 사장의 흑거래침묵의 카르텔보다 묵살의 카르텔이 더 무섭다
〈김종철 동아투위 위원장〉
  • 관리자
  • 승인 2019.02.07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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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보도를 전문으로 하는 독립언론 <뉴스타파>가 지난 1월 28일부터 ‘언론과 기업의 부적절한 공생관계’를 심층 취재한 내용을 연재하기 시작했다. 언론과 기업의 연결고리는 홍보대행사 뉴스컴 대표인 박수환이라는 여성이었다. 박수환은 2016년 8월, 당시 조선일보 주필이던 송희영과 대우해양조선이 유착하는 데 중추적 역할을 한 인물이었다. 송희영은 박수환의 ‘중계’로 대우조선해양으로부터 접대골프, 초호화 해외여행 등 향응을 제공받은 혐의로 기소되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는데, 현재 2심이 진행 중이다.

뉴스타파 '로비스트' 박수환 문자 1편 고위 언론인의 채용 청탁 편 방송 화면 중(2019년 1월 28일자. 사진=뉴스타파)

그로부터 2년 반쯤 지난 뒤 뉴스타파가 보도한 ‘박수환 게이트’는 한국사회의 수구언론이 얼마나 부패하고 반윤리적인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뉴스타파가 입수한 방대한 자료는 박수환의 휴대폰 문자 파일인데, 거기에는 2013년 1월부터 2015년 7월까지 저장된 2만9534건의 메시지가 들어 있었다. 뉴스타파는 ‘박수환 문자(1) 고위언론인의 채용 청탁’을 시작으로 ‘박수환 문자(2) 조선일보 기자들이 받은 비행기 티켓, 에르메스 그리고 전별금’(1월 29일자), ‘박수환 문자(3) 동아일보 사주와 박수환’(1월 30일자), “박수환 문자(4) ‘1등 신문’ 조선일보의 기사거래”(2월 1일자)를 잇달아 내보냈다.

‘박수환 문자’ (1), (2), (4)는 뉴스타파에 들어가면 금세 그 내용을 파악할 수 있으므로 이 글에서는 이 시리즈에 등장하는 ‘최고위 언론인’인 동아일보 사주 김재호(동아일보와 채널A 사장)에게 초점을 맞추려고 한다. 곁들여 말하면, 김재호는 1975년 3월 17일 새벽, 박정희 정권과 야합해 자유언론실천운동의 주역(기자, 피디, 아나운서 등) 113명을 폭력으로 추방한 김상만의 장손이다. 그들이 바로 그날 오후 결성한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동아투위)가 지금까지 44년 동안 복직과 명예회복을 끈질기게 요구해 왔는데도 김상만의 사주 자리를 물려받은 장남 김병관과 장손 김재호는 단 한 마디 사과도 하지 않았다. 지난 2013년 봄부터 동아투위 위원장으로 일하고 있는 나는 동아일보의 실체를 여실히 드러내기 위한 목적으로 이 글을 쓰고 있음을 밝혀 둔다.

‘박수환 문자’에 따르면, 김재호는 박수환과 수시로 골프 모임을 갖거나 식사를 함께 하며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고 한다. 가장 충격적인 사실은 김재호가 박수환을 통해 ‘의사 처방 없이는 구입이 불가능한 전문의약품을 제공받았다’는 내용이다. 그 의약품은 한때 박수환의 고객사였던 동아제약이 제조, 판매하는 약품이다. 박수환은 2013년 3월 11일 김재호에게 이런 메시지를 보냈다. “외국에서 오신 연세 많으신 친척 분께 선물로 드릴 거라고 이미 얘기해 두었습니다. 염려 마시와요. 전문의약품이라 처방전 없이는 못 구하거든요. 선수끼리는 confidentiality가 최우선입니다. 오늘 중 비서실에 전달될 겁니다.” 김재호는 바로 그날 이런 답장을 휴대폰으로 보냈다. “강 사장이 보내주셨는데 무지 많이 보내셨네요~^^; 주변에 쫙 뿌려야겠습니다~ 박사장님 혹시 필요하세요?” “주변에 도움이 많이 필요한 남정네들한테 선물 하시와요”(박수환의 응답) 문제의 ‘전문의약품’이 도대체 무엇이기에 두 사람은 제약회사 사장까지 동원해 ‘흑거래’를 했을까?

그 무렵 동아제약은 국세청의 세무조사와 검찰의 의사 리베이트 수사 등 각종 현안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런데 동아일보는 김 사장이 동아제약으로부터 전문의약품을 선물 받은 보름 뒤, 선물을 보낸 동아제약 강정석 사장의 인터뷰 기사를 보도했다. ‘국내 1위에서 글로벌 제약회사가 되겠다’는 내용으로, 사실상 동아제약 홍보기사였다. 하지만 인터뷰의 주인공인 강 사장은 이후 회삿돈을 빼돌리고, 의사들에게 리베이트를 건넨 혐의로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수감됐다.”(뉴스타파 기사)

동아일보가 박수환의 고객사와 기사 거래를 한 것으로 추정되는 메시지도 발견되었다. 2014년 10월 13일부터 동아일보가 4회에 걸쳐 연재한 홍보 기획기사 ‘GE의 혁신노트’가 바로 그것이었다. 기획이 마무리된 뒤인 2014년 12월 19일 박수환과 김재호가 주고받은 문자에서 당시 기사가 1억 원짜리 청탁기사였음이 드러난 것이다. “회장님 안녕하시지요? 저희 클라이언트인 GE와 동아일보 산업부가 작지만 1억짜리 프로젝트였는데 아주 프로페셔널하게 해주셨습니다. GE가 아주 좋아해서 내년에 조금 더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산업부 칭찬 좀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박수환 올림.” “네~ 감사합니다~”(김재호) 동아일보는 이듬해에도 ‘GE의 혁신’을 다룬 기사를 다시 내보냈다.

사장인 김재호가 브로커인 박수환을 매개로 거액의 ‘게재료’를 받고 담당 부장에게 지시해서 GE 홍보기사를 연재하게 했음이 분명히 드러났는데도 김재호는 뉴스타파의 보도에 대해 일절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김재호는 지난 1월 2일 ‘신년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동아일보는 권력을 비판하면서도 펀 가르기가 아닌 공존의 가치를 생각하며 품위 있는 바른 언론의 길을 걸었다. (···) 1919년은 인촌선생과 동아일보 창간에 뜻을 모은 젊은 분들이 오로지 민족을 위한 신문을 만들기 위해 노력과 헌신을 한 시기였다. (···) 새로운 100년을 준비하면서 100년 전 오늘을 떠올려 본다. 20대의 청춘 인촌과 그 동료들은 암흑의 시절에도 민족의 미래를 꿈꾸며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뎠다.”

김재호의 이 말이 왜 새빨간 거짓인지에 대해서는 동아투위가 자유언론실천선언 44주년을 맞은 지난해 10월 24일 발표한 성명서(‘동아·조선일보 폐간운동을 제창합니다’)를 참조하면 좋을 것이다.

“동아일보는 1920년 4월 1일 ‘국민주주’ 형식으로 창간되었는데, ‘창간 사주’를 자칭한 김성수는 동아일보를 교묘한 방법으로 사유화한 뒤 일제강점기 에 ‘천황 폐하’에게 거액의 ‘국방 헌금’을 바치는 등 부일(附日) 매국·매족 행위를 일삼았습니다. 그의 장남 김상만은 박정희에 굴복해 1975년 3월 17일 동아일보사 언론인 113명을 강제 추방한 장본인입니다. 현재 사장 김재호가 이끄는 동아일보와 채널A가 지금 감옥에 갇혀 있는 이명박과 박근혜가 대통령으로 있던 때 얼마나 열심히 부역행위를 했는지는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을 것입니다.”

동아일보는 내년 4월 1일이면 창간 100주년을 맞게 될 것이다. 그러나 한 세기 가까이 민주주의 발전과 민족의 통일에 기여하기는커녕 김성수와 그 후손의 사유물이 되어 치부의 도구로 전락한 동아일보가 성대하게 100돌을 기념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마지막으로 뉴스타파의 박수환 게이트 보도를 보면서 한국 언론에 대해 느낀 바를 간단히 적겠다. 뉴스타파가 4 차례에 걸쳐 내보낸 탐사보도기사는 언론과 기업의 추악한 ‘공생’을 적나라하게 파헤친 획기적 성과였다. 그런데 한겨레 인터넷판과 <미디어오늘>, 그리고 <미디어스>가 뉴스타파의 기사를 간략히 소개한 것을 빼면 거의 모든 매체가 그 보도를 외면했다. ‘침묵의 카르텔’보다 심각한 ‘묵살의 카르텔’로 일관한 것이다.

관리자  freemediaf@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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