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벼룩의 간을 빼먹어라!”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김관영이 환하게 웃으며 똥줄 빠지게 달아난 철새의원 이학재를 향해 방구를 날렸다. 이학재가 정보위원장직을 반납하지 않고 자한당으로 토낀 걸 두고 날린 방구다. 이학재는 “내가 김관영보다 선밴디....  인격모독인디.....”라는 맞방구를 날렸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김관영이 틀렸다. 벼룩은 간이 없다. 애초에 빼먹을 간이 없다. 간은 등뼈 가진 척추동물에게나 있는 장기다. 벼룩이나 빈대, 벌레는 간이 없다. 그러니까 바른당 김관영의 말은 바른말이 아닌 것이다.

(2)

벼룩이나 여타 벌레들은 간 없는 삶을 수긍하고 살아간다. 그런데 16세기 일본에 간을 탐하는 벌레들이 나타났다. 그것도 사람의 간을 탐했다. 간땡이 부은 벌레들이었다.

이 간땡이 벌레들이 발견된 사연은 이렇다. 멀쩡하던 사람들이 어느날 갑자기 화를 내며 꽥꽥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뚜껑 열리지도 않았는데 뜨거운 스팀을 뿜어냈다. 기름진 음식은 걷어차고 신 음식만 찾았다.

환자의 몸을 열어 보고서야 원인을 찾을 수 없었다. 웬 벌레가 환자의 간을 괴롭히고 있었던 것이다. 벌레의 낯짝을 보니 뭔가에 잔뜩 화가 나있는 표정이었다.

(3)

이건 뭐 말도 안되는 양자택일이지만, 이 벌레한테 김관영과 이학재의 간 가운데 양자택일 해보라 하면 어느쪽을 택할까. 나는 이학재의 간을 택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름 근거와 이유가 있다. 이 벌레는 사람 간에 붙어 간 주인을 열받게 하는 게 미션이다. 그러므로 이미 열받아 있는 김관영한테는 덤벼봐야 재미도 없고 보람도 없다. 하지만 환하게 웃으며 똥줄 빠지게 달아난 이학재를 보라. 벌레 입장에서는 그 환한 웃음을 부숴버리고싶지 않겠느냐 말이다.

(4)

김관영의 선택에 대해서도 한마디 드린다. “벼룩의 간을 빼먹어라!”는 패배자나 약자의 설움을 분노로 표출한 것일텐데, 나라면 이학재에게 이런 방구를 날리겠다. “벼룩도 낯짝이 있는 겨.....” “뛰어봤자 벼룩이여.....”

(부록)

간땡이 부은 벌레
肝積. Kanshaku. This tiny malevolent creature was believed to have caused human illness during the 16th century in Japan.

간에서 발견
Kanshaku is described as a bug found in the liver.

낯짝도 있다
an angry-faced.

기록
written in Harikikigaki, a book of medical knowledge written in 1568 by an unknown resident of Osaka.

증세
놈한테 간을 공격당한 사람은 버럭버럭 소리 지르며 개지랄. Infected people tend to shout with rage. 말 그대로 열받아 스팀 발사. engage in activities to blow off steam. 식성이 바뀌어 신 음식을 찾고, 기름진 음식을 피한다. crave acidic food and avoid eating oily food.

(관련기사)

‘벼룩의 간’ 발언에 이학재 “내가 김관영보다 선배…인격모독”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19일 탈당한 이학재 의원이 국회 정보위원장직을 유지한 채 자유한국당에 복당한 것과 관련해 “벼룩의 간을 빼먹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도가 지나치다”고 맞받았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과거 소수당에서 거대정당으로 (당적을) 옮기면서 상임위원장직을 가져간 것은 한 번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이 바른미래당(19일 기준 29석)에서 한국당(113석)으로 가면서 정보위원장직을 유지하는 건 “정치 도의상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게 김 원내대표 설명이다.

“웃지마.... 큰일나.....”

이에 이 의원은 이날 의원총회 도중 기자들과 만나 “나이를 봐도 선수를 봐도 내가 선배이기도 하고 같은 당에 있기도 했는데 ‘벼룩의 간’ 같은 인격 모독성 발언을 해가면서 본인의 의사를 관철하려는 것은 매우 유감”이라고 말했다.

다만 원래 정보위원장을 유지하겠다며 완강한 모습을 보이던 이 의원은 이전보다는 유연한 모습을 보였다. 이 의원은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가 각 당 대표들과 (위원장직 유지한 채 당적 변경하는 문제 등을) 다 종합 (논의)해서 향후 룰을 만들겠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며 “룰이 만들어지면 제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소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17일 바른미래당에서 받은 정보위원장직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탈당하는 이 의원을 겨냥해 “절이 싫으니 중이 떠나는 것이지만 절에서 덮으라고 준 이부자리까지 들고 가져가라는 법은 없다”고 불쾌감을 내비친 바 있다. (중앙일보 채혜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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