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는 말이 있다. 싸워야 친해진다는 말도 있다. 신화에서는 길가메시와 엔키두, 두 친구가 딱 이랬다. 박 터지게 싸우다 절친이 된 사나이들이다.

길가메시는 힘세고 머리좋은 폭군이었다. 남자들은 두들겨 패고, 여자들은 주물럭거렸다. “양아치 왕을 벌주셔요!” 참다못한 백성들이 하늘신에게 빌었다. 하늘신은 다른 신들과 의논해 길가메시에 대적할 엔키두를 만들었다. 신들은 엔키두를 훈련시키기 위해 괴수, 괴물들이 있는 들판에 풀어놓았다. 엔키두는 괴수, 괴물들과 뒹굴며 힘을 키웠다. 하기사 놈도 반인반수 괴수라 할만했다.

한손으로는 채찍질, 다른 한손으로는 주물럭질하는 길씨.

길가메시는 엔키두에 관한 소문을 듣게 됐다. “신들이 나를 조지려고 꾸민 일이로구먼. 그렇다면.....” 머리좋은 길가메시는 직접 나서지 않았다. 대신 이슈타르 신전의 무녀 샴하트를 보내 엔키두를 유혹하도록 했다.

“어어, 이뻐, 아름다워....으으......” 태어나 괴물, 괴수만 보고 살던 엔키두는 샴하트를 보곤 순식간에 반했다. 남녀는 막바로 성관계에 돌입했다. 그걸 지켜보던 신들은 “몇번 하다가 기운 빠지면 멈추겠지” 어쩌구 하며 한가롭게 시계만 봤다.

하지만 남녀는 떨어질 생각을 안했다.

“그만 떨어져! 정말 해도해도 너무 많이 하네!” 마침내 신들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알았슈, 알았슈.....” 엔키두도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얼러리, 벌써 일주일이란 시간이 흘러가 있었다. 엔키두는 성관계 이후 체력이 급격히 떨어졌지만 정신을 차려 길가메시를 찾아 나섰다.

“너여?” “나여!” 길가메시와 엔키두, 두 숙적이 마침내 만났다. 둘은 막바로 치고받기 시작했다. 치열한 싸움이었다.

(헉헉, 길어서 중간얘기 생략하고.....) 둘은 쌈박질을 한 뒤 절친이 됐다. 엎치락뒤치락 박 터지게 싸우다 절친이 됐다. “헉헉, 싸워야 친해진다는 한국말이 있다는디, 우리가 그렇게 되었구먼.”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는 한국말도 있디야.....” “이 친구야, 여긴 메소포타미아 사막이여!” “그런가? 흐흐”

하여간 이 싸움을 계기로 길가메시는 선군이 되었고, 둘은 힘을 합해 괴물을 무찌르는 등 권선징악의 화신이 되었다. 이 친구들의 영웅담 가운데 하나가 ‘훔바바 퇴치’인데 ‘귀씻소’ 281회에 흥미진진하게 소개해드린 바 있다.

(2)

그 여의도 친구들은 한시절 박터지게 싸웠다. 한지붕 아래 살면서도 친박-진박-비박-양박(양박=양아치 친박. 홍준표 주), 탈당파-잔류파-복당파 등 온갖 오명의 깃발을 들고 싸웠다. 싸우고나서 친구되는 경우는 절대 없었다. 아예 짐 싸서 나가는 친구들도 있었다.

오늘도 사분오열 싸우고 있다. 집 나갔던 친구들도 빌빌거리며 슬슬 기웃거리고 있다. 관전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우리 얘기 곽경택한테 팔까?” “친구3?”

(부록)

길가메시

Gilgamesh. 고대 메소포타미아 수메르 왕조 초기의 전설상 왕. 대개 영웅으로 묘사되지만 초반에는 개양아치였음. 예, 초야권 행사. 2/3=신, 1/3=인간. 괴력. 총명.

엔키두

Enkidu. 하늘신 아누의 명 받은 창조여신 아루루가 점토로 제작. 처음엔 털투성이 장발 괴물 모습. 하지만 그 일주일간의 교접 후 몸에서 털이 많이 떨어져 나가 웬만큼 사람꼴 됨. 지혜도 생김. 꼴이 바뀌자 함께 놀던 괴물, 괴수들이 슬슬 피하기 시작.

“친구3 찍자고 하더니... 으흐흑” The death of Enkidu.

(19금 케릭터) 샴하트

Shamhat 혹은 Šamhat. 이슈타르 신전의 무녀. 이른바 ‘신전 매춘부’ 캐릭터 가운데 하나. 길가메시가 보냈다는 얘기도 있고, 신들이 보냈다는 얘기도 있음.

일주일.....

엔키두가 쎈놈이라는 방증 가운데 하나. 샴하트도 대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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