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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강사들을 따듯하게 대우하자대학 경영진의 ‘새 강사법 반동’ 엄중히 응징해야
〈김종철 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장ㆍ동아투위 위원장〉
  • 관리자
  • 승인 2018.12.03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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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에서는 전임(정규직)과 비전임(비정규직)의 임금·대우 격차가 유난히 크다. 모든 부문에서 그렇지만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스승들’ 사이에서 특히 그렇다. 조교수, 부교수, 정교수가 되면 65세까지 정년이 보장되고 학교에서나 사회에서나 상당한 대우를 받지만, 비정규직인 시간강사들은 열악한 노동조건 속에서 ‘보따리 장사’, 심지어는 ‘불가촉천민’이라고 자조하고 있다.

박정희 정권은 5·16 쿠데타 이듬해인 1962년, 대학에 시간강사 제도를 도입했다가 1977년에 그것을 없애버렸다. 많은 강사들이 유신독재체제에 저항적인 성향을 보였기 때문이다. 한국비정규교수노조의 임순광 위원장(경북대)은 2013년 7월 24일자 <레디앙>에 이렇게 썼다. “대학을 우후죽순처럼 설립하면서 정규교수를 제대로 뽑지 않아도 책임을 방기한 건 전두환·노태우·김영삼 정권이다. 시간강사를 전임강사와 비전임강사로 나누어 비전임강사의 강의료를 반 토막 낸 건 김대중 정부이고, 비정년트랙 교수제도를 본격 도입하면서 시간강사 강의료까지 내내 동결한 것은 노무현 정부이며, 희대의 악법인 시간강사법을 통과시킨 건 이명박 정부이다.”

1990년 법외노조로 출범한 전국대학강사노동조합은 1994년에 합법성을 인정받은 데 이어 2002년에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한교조)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그러나 한교조의 조직적 처우 개선 운동에도 정부와 국회가 반응을 보이지 않자 강사 출신인 김영곤·김동애 부부는 2007년 9월 7일부터 여의도 국회의사당 정문 건너편에 천막을 치고 ‘대학강사 교원지위 회복’을 위한 농성투쟁을 시작했다. 2010년 5월 25일, 광주 조선대 영어영문학과 강사 서정민 박사(당시 45세)의 자살은 전국의 언론에 크게 보도되었다. 그는 이런 내용의 유서를 남겼다. “교수 한 마리(자리)가 1억5천만 원, 3억 원이라는군요. 저는 두 번 제의받았습니다. 조 아무개 교수가 쓴 모든 논문은 제가 쓴 논문으로 (조 교수는) 이름만 들어갔습니다. 저는 스트레스성 자살입니다.” 김영곤·김동애 부부는 칠순이 되기까지 10여년이나 천막농성을 계속했지만 정부와 대학 경영진은 무반응이었다.

사진 = 인하프레스 2010년 8월 8일자

서정민 강사의 죽음을 계기로 2011년에 ‘강사법’이 제정되었지만 대학과 강사 측의 반대로 4 차례나 시행이 연기되었다. 올해 3월에야 대학, 강사, 국회가 각각 4명의 전문위원을 추천해 모두 12명으로 구성된 대학강사제도개선협의회가 꾸려졌다. 협의회는 6개월 동안 18 차례 회의를 한 끝에 지난 9월 3일 기자회견을 통해 ‘대학강사제도 개선안’을 발표했다. 국회는 11월 29일 본회의를 열고 ‘개선안’을 바탕으로 한 강사법(고등교육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재석 221명 중 찬성 183명, 반대 6명, 기권 32명). 시간강사에게도 법적으로 교원 지위를 부여하고, 임용할 때에는 대학이 공개채용 절차를 거쳐야 하며, 1년 이상 임용(현재는 6개월)과 매주 6시간 이하 강의를 원칙으로 하도록 했다. 방학 중의 임금과 퇴직금 지급, 직장건강보험 가입도 명시했다. 언론은 강사들이 ‘41년 만에 교원 지위를 되찾았다’고 보도했다.

한교조는 강사법 제정을 환영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지난 수십 년간 너무나 많은 안타까운 일이 있었고 피해자들이 속출했음에도 우리나라의 교육 당국과 정치권은 정말 무책임했고 잘못 만든 2011년 강사법과 전임교원강의담당비율지표 때문에 수만 명의 시간강사가 정든 대학을 떠났다. 늦었지만 개정 강사법 시행은 새로운 대학사회를 여는 출발점이 되어야 할 것이다.” 11월 23일 국회 교육위 예산소위는 개정 강사법 관련 예산을 550억 원(방학 중 임금 450억 원, 강사 강의역량 지원사업 100억 원)으로 결정했고, 교육위 전체회의는 그 안을 의결했다. 강사들에 대한 처우 개선을 국민의 세금으로 추진하겠다는 뜻이다. 그런데 정규직이 중심인 대학사회 일부에서는 경영진이 극한적 ‘반동’을 일으켰다. 강사법 시행을 앞두고 강사 대량 해고 등 구조조정을 당장 시작하거나 앞으로 신속히 하겠다는 대학들이 줄을 이은 것이다. 중앙대, 서울과기대, 대구대, 연세대, 경희대, 고려대, 건국대, 한양대, 배재대 등이 그렇다.

‘기득권층’이라고 불리는 한양대 교수 53명이 지난 11월 28일 발표한 성명(‘시간강사 대량해고 즉각 중단하라’)은 위의 대학들이 내세운 구조조정의 허점과 불합리성을 날카롭게 지적했다. “새로운 법을 적용하여 방학 중 임금과 퇴직금을 지급하려면, 실질적으로 20억~30억 원의 재정이 더 필요하다. 전체 사립대학의 누적적립금이 8조 원에 달하는 상황에서(한양대 2017년 누적적립금 1천185억 원), 1년 예산에서 0.01% 정도 더 소요되는 것을 빌미로 사립대학들이 강사의 해고와 교육 개악을 자행하는 것은 스스로 교육기관이기를 부정하는 것이다.” 같은 날, ‘대학 공공성 강화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도 국회 앞에서, 강사와 교수, 학생 등 1738명이 서명한 선언문을 발표하며 “강사법이 취지대로 시행될 수 있도록 정부와 정치권이 철저히 감시해 달라”고 촉구했다.

대학이 ‘상아탑’이라는 고상한 말은 그 역사가 아주 오래다. 이승만 정권 시기에는 “대학은 우골탑(牛骨塔)”이라는 말이 생겨났다. 농민들이 생명 같은 소를 팔아 자녀를 대학에 보낸다는 뜻이다. 지금의 대학은 어떤가? 부유하거나 권력을 가진 부모들 가운데 다수는 이른바 ‘SKY(서울대, 고려대, 연세대)’에 아들딸을 진학 시키려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수도권에 있는 대학에 입학시키는 데도 온갖 공력을 들여야 한다. 학벌이 젊은이들의 미래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조건이기 때문이다. 시간강사라고 불리는 ‘스승들’ 중에는 어린 시절부터 ‘사육’되다시피 한 대학생들에게 열과 성을 다해 진정한 교육을 하려고 애쓰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정신적·육체적으로 갖은 고통을 겪는 그들이 새 강사법 제정으로 이제 얼마쯤 희망을 갖게 되자 대학사회의 기득권자들은 잽싸게 어깃장을 놓으려 들고 있다. ‘교육은 백년대계’라고 주장하려면 대학을 경영하는 주체들이 강사들을 따듯하게 대우하는 작업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제라도 늦지 않다. 새 강사법을 무용지물로 만들려는 구조조정 따위의 얄팍한 술수에 대해서는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강력히 제동을 걸고 관련자들에 대한 책임을 엄중히 물어야 할 것이다.

관리자  freemediaf@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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