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연재 영화 속 미디어
[영화 속 미디어 27] 환갑 넘긴 감독의 만화영화〈이용재 시나리오 작가ㆍ재단 기획편집위원〉
  • 관리자
  • 승인 2018.10.29 12:30
  • 댓글 0
[제목] 인크레더블 2 (The Incredibles 2, 2018)
[연출/각본] 브래드 버드

30대에 본 애니메이션의 속편이 지천명을 목전에 두고 나왔다. 다행히 14년의 기다림은 헛되지 않았다.

줄거리는 간단하다. 초능력을 지닌 슈퍼 히어로 가족이 악당을 무찌른다. ‘만화 영화’답게 단순명료하다. 상업 영화의 공식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는 흐름이지만, 지루할 틈 없이 흥미진진하다. 과연 애니메이션의 명가, 픽사(Pixar)의 작품답다.

픽사는 23년 전 〈토이 스토리〉부터 이번 작품까지 모두 20편의 애니메이션을 선보였다. 한 해 한 편 꼴의 높은 생산성을 유지하면서도 만듦새를 포기한 적이 없다. 절반이 넘는 11편이 영화 데이터베이스 IMDB의 관객 평점 8점 이상을 기록, 등재 영화 가운데 상위 0.05% 안에 들었다.

할리우드에서 애니메이션 한 편에 쏟아 붓는 제작비는 2천억 원을 넘나든다. 어린이 관객만 노려서는 본전치기가 힘든 천문학적인 예산인 탓에 이야기는 대개 어른들에게도 호소할 수 있는 설정을 품고 있다.

역시 2천억 달러가 든 〈인크레더블 2〉도 그렇다. 전편보다 어른들의 사정이 더 짙게 배었다. 왁자하게 느껴질 정도로 대사가 많아 어린이들보다는 성인을 겨냥했다는 느낌이 강하다. 어느새 환갑을 넘긴 작가 겸 감독, 브래드 버드가 할 말이 많았던 모양이다.

속편에서는 아내 엘라스티걸(목소리, 홀리 헌터)이 전면에 나선다. 전편에서 세상을 구했던 남편 인크레더블(크레이그 넬슨)은 아내 대신 육아와 가사노동을 맡는다. 우람한 덩치의 남성 슈퍼 히어로가 까칠한 사춘기 딸 앞에서 전전긍긍하며, 초등학생 아들의 수학 문제 때문에 밤을 새우고, 걸음마를 시작한 막내의 좌충우돌을 수습하느라 눈그늘이 턱까지 내려올 지경이다. 괄목할 페미니즘적 감성이라 할 것은 없으나, 성 역할에 대한 사회적 클리셰를 살짝 비틀어 재치 있는 장면들을 만들어냈다.

슈퍼 히어로 활동이 법으로 금지된 근미래. 글로벌 통신 재벌인 윈스턴 데버와 이블린 데버 남매가 엘라스티걸에게 슈퍼 히어로 합법화를 위한 프로젝트를 제안한다.


본란에서 이 ‘만화 영화’에 주목한 까닭은 악당인 스크린슬레이버(캐서린 키너)에 있다. TV 방송을 해킹한 악당은 이렇게 연설한다.

“너희는 대화하는 대신 토크쇼를 본다. 게임을 하는 대신 게임 중계를 본다. 여행, 우정, 모험... 모든 의미 있는 경험은 상품화되어 매체를 통해 전달된다. 그걸 구경만 하는 동안 너희는 수동적이고 게걸스러운 소비자로 전락한다. 소파를 벗어나지 못하는 너희에게 새로운 삶은 없다.”

설득력 있는 지적이다. 악당은 대중에게 “슈퍼 히어로의 활약을 바라보며 대리 만족할 뿐, 직접 행동에 나설 생각은 하지 않는 한심한 존재”라고 일갈한다.

아마도 감독의 생각임에 틀림없는 이 말은 자기 영화에 대한 ‘셀프 디스’에 다름 아니다. 〈인크레더블 2〉 자체가 대중으로 하여금 슈퍼 히어로의 활약을 구경하게 만드는 영화 아니던가. 결국, 자기 비하를 영리하게 상업적으로 활용한 셈이다. 워싱턴 포스트를 인용하자면 〈인크레더블 2〉는 “대중문화적인 눈요깃거리이면서 교묘하게 대중문화를 비판하는” 작품이다.


그밖에

* 2편이 나오기까지 14년 간, 브래드 버드 감독은 그냥 쉰 게 아니었다. 역시 세계적인 성공을 거둔 애니메이션 〈라따뚜이〉를 만들었고 실사 영화에도 도전, 〈미션 임파서블 – 고스트 프로토콜〉 등을 연출했다.

** 이 작품은 9월 현재 전 세계 흥행 11억6천만 달러를 기록하며 겨울왕국(12억7천만 달러)에 이어 역대 애니메이션 흥행 2위를 기록했다. 한국에서도 303만 명의 관객이 들었다.

*** 속편 흥행의 수훈갑, 막내 잭잭의 목소리는 전편에 삽입됐던 엘리 푸실의 목소리를 재사용했다. 엘리는 픽사의 애니메이터 토니 푸실의 아들. 14년 전 당시 두 살이었다.

평점 : IMDB(8.0/10), 로튼토마토(94/100), 왓챠(3.9)

관리자  freemediaf@gmail.com

<저작권자 © 자유언론실천재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