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30회 안종필자유언론상 〈본상〉 수상소감

MBC PD수첩 〈큰 스님께 묻습니다〉 제작팀
(강지웅 부장, 박건식 팩트체크 팀장, 한학수 앵커, 강효임 PD, 정재홍 작가 등)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언론 자유는 안종필 선생님을 비롯한 동아자유언론투쟁위원회 등 언론계 선배들의 자유언론을 향한 오랜 희생과 투쟁의 산물입니다. 우리 후배들은 동아투위 등 선배님들에게 큰 빚을 지며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 또 큰 빚을 지게 됐습니다.

‘꺾일지언정 부러지지 않는다’는 신념으로 자유언론실천운동에 헌신하다가  옥중에서 얻은 병으로 세상을 떠나신 동아투위 제2대 위원장 안종필 선생을 기리는 이 영광스런 상을 수상하게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PD수첩〉 구성원들은 영광스러운 마음과 함께 송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과연 〈PD수첩〉이 안종필자유언론상을 받을 자격이 되는지, 또 안종필자유언론상이 부여하는 무게를 견딜 수 있을 지에 대한 고민이 앞섰기 때문이었습니다.

공영방송은 정권의 나팔수로 전락한 지난 6~7년간 〈PD수첩〉 역시 마땅히 알려야 할 보도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암담하고 비굴한 시절을 보냈습니다.
〈PD수첩〉을 다시 일으켜 주신 것은 촛불혁명과 동아투위 선배님들의 꾸짖음과 격려였습니다.

다시 돌아온 〈PD수첩〉은 지난해 말부터 공영방송 MBC와 KBS의 정상화 문제, 포스코와 같은 대기업이 정권에 휘둘림으로써 부실화되는 문제, KTX 승무원, 한국전력 노동자들의 노동문제, 스텔라데이지호의 실종사건을 통한 국가의 책무 문제, 대법원과 검찰 등의 사법 정의 문제, 유명영화감독 등에 의한 미투문제와 2차 가해 문제, 고 장자연 사건을 둘러싼 권력의 문제, 한반도 평화문제, 국정원, 기무사 등의 정치개입 문제 등 민주화되고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이 중에서도 조계종 등 거대 종교권력의 적폐청산 문제는 무엇보다 힘들고, 정신적 고통과 고통을 수반하는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서 종교는 정신적인 위로와 치유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국민들의 삶과 직결돼 있고, 이러한 점에서 거대 종교권력에 대한 적폐청산 문제는 무엇보다 〈PD수첩〉이 심혈을 기울인 분야였습니다.

〈PD수첩〉은 설정 조계종 당시 총무원장의 은처자 의혹, 서울대 학력위조 의혹, 재산 형성 의혹에 대한 치밀한 검증을 통해 조계종 사상 최초로 현직 총무원장이 교체되는 계기를 마련하고, 우리 사회가 조계종 적폐청산을 고민하는 단초를 제공하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PD수첩〉은 앞으로도 동아투위 선배들과 안종필자유언론상의 뜻에 걸맞게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언론인으로서 사명을 거부하지 않고, 진실을 기록하고 증언해 나가겠습니다. 

귀한 상을 주셔서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매서운 추위 속에서도 상식이 통하는 민주주의를 염원하며 촛불을 든 촛불시민들과, 〈PD수첩〉을 사랑하고  시청해주시는 국민 여러분께 이 상을 바칩니다.

감사합니다.

2018년 10월 24일 MBC PD수첩 일동

■ 제30회 안종필자유언론상 〈특별상〉 소상소감

우리는 항상 어설펐습니다
박진수(언론노조 YTN지부 전 위원장)

“왜 이렇게 어설퍼요?” 2008년 어느 시민이 YTN 집회를 보며 한 말입니다.

YTN의 공정방송 사수를 위한 싸움은 그렇게 어설프게 시작됐습니다. 율동이나 노래패는 고사하고 어떻게 조직을 구성하고 집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모른 채 시작됐습니다. 하지만 두렵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상식을 지키려는 싸움에는 노련함이나 기교가 필요할 것 같지 않았고 제일 중요한 동료들과 함께 했기 때문입니다.

상식을 외치는 지극히 당연한 외침의 싸움이 10년 동안 계속될 줄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10년의 시간 속에 우리는 두려움에 직면하기도 했습니다. 노련함이나 기교의 필요성을 뒤늦게 깨달아서가 아니라 ‘왜 상식이 통하지 않을까?’라는 의문 때문이었습니다. ‘왜 상식적이지 않을까?’라는 물음은 10년 내내 계속되었습니다.

“MB칭송 합의파기 최남수는 사퇴하라” “시작도 YTN 끝도 YTN" ”적폐청산 완수 투쟁“
차가운 로비에 앉은 조합원들은 끝까지 상식을 외치며 간절한 눈빛으로 구호를 외칩니다. 우리는 최남수 씨의 사퇴를 외쳤던 것이 아니라 더 이상 YTN이 망가져서는 안된다는 이제 제발 제대로 방송하고 싶다는 절규였던 것 같습니다.

저는 두려웠습니다. 우리가 상식을 외치고, 상식의 편에 서있음에도 상식적이지 않는 결과에 대한 두려움이었습니다. 비상식적인 결과는 수많은 조합원들과 후배들에게 자괴감을 넘어 YTN이 좌초되리라 판단했습니다. 상식의 편에 서있음에도 행여 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 상식의 편에 서있다는 이유로 고립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 우리가 믿었던 상식이 실상은 상식이 아니었던 게 아닐까 하는 우려는 파업 내내 아니 10년 내내 계속되었던 것 같습니다.

‘꺾일지언정 부러지지 않는다’ 동아투위 선배들께서 투쟁하던 그 참혹한 야만의 시대에는 탄압과 절망만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그 참혹한 야만의 시대에도 ‘상식의 요구’는 희망의 끈이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40년이 지난 우리가 가늠하지 못하는 시대를 다시금 새겨야 하는 이유인지도 모릅니다. 권력과 자본의 불합리에 맞서 자유 언론을 외쳤던 안종필 선생님의 고뇌를 새겨봅니다.

‘YTN의 싸움은 아직 진행형입니다. 상식을 지키려는 싸움이 얼마나 지난한 지 선배들로부터 배웁니다. 역사의 흐름 속에서 보지 않으면 결코 승리와 패배를 규정할 수 없는 싸움임을 잊지 않겠습니다. 이겨도 승리를 선포하지 않을 것이며 져도 패배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말로 안종필상 수상 소감을 대신합니다.‘

정확히 10년 전 오늘, 2008년 10월 24일 안종필 자유언론상 특별상을 수상한 YTN노동조합의 수상소감입니다. 이 수상 소감을 수정하고자 합니다.

‘YTN의 승리를, 상식의 승리를 선포합니다. 상식을 지키려는 싸움이 얼마나 지난한 지 선배들로부터 배웠고 느꼈습니다. YTN의 승리는 민주 시민과 백만 촛불의 승리이며, 1만 3천 언론 노동자들의 승리이며 이 땅에 상식을 요구하는 수많은 연대의 승리라고 수상 소감을 대신하고자 합니다.’

YTN노동조합은 어설펐으나 명분 있는 싸움을 하였고 그 명분이 상식이었음을 확인했습니다. 우리가 외롭고, 두려움에 떨고 있을 때 견딜 수 있고 나아갈 수 있었던 것은 연대해 주었던 언론자유를 갈망하는 시민사회, 수많은 언론동지 그리고 소외받는 투쟁 사업장 등 너무너무 고맙고 머리 숙여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2018년 10월 24일

제30회 안종필자유언론상 심사평

지난 10월 17일(수) 진행된 제30회 안종필자유언론상 심사는 이명박ㆍ박근혜 정권의 철저한 언론장악ㆍ언론통제 9년 암흑기를 거쳐 촛불혁명을 통해 새로운 민주정부가 탄생하고, 공영방송을 포함한 언론이 독립성과 제 자리를 찾아가려는 본격적인 노력을 기울인 사실상의 첫 해에 이뤄진 보도들을 대상으로 했다는 점에서 지난해 심사와 내용과 양상이 달랐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지난 해(29회) 안종필자유언론상 수상자와 추천 후보들이 주로 이명박근혜 정권의 언론통제에 처절하게 맞서 싸운 언론노동자들의 조직과 활동가들이었다면, 올해는 그러한 투쟁의 결과로 방송과 언론이 독립성을 쟁취한 새로운 환경에서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몰고 온 탐사보도물들이 이번 심사 과정에서 눈에 띄었다는 점을 보고 드립니다.

10월 16일 마감일까지 심사위원회에 제출된 후보는 ‘장충기 문자 대공개’(연속보도)와 다큐멘터리 ‘장충기 문자와 삼성의 그물망’을 취재보도한 〈뉴스타파〉 탐사1팀(한상진, 최윤원, 강민수, 조현미, 박경현, 홍여진, 정형민, 김남범 기자), ‘원희복의 인물탐구’를 연재하고 ‘촛불민중혁명사’를 저술한 경향신문의 원희복 기자, 대한불교조계종 지도부의 불법과 비리를 파헤친 ‘큰 스님에게 묻습니다’(2부작)를 취재보도한 MBC 〈PD수첩〉팀(강지웅, 박건식, 한학수, 강효임 PD, 정채홍 작가), 삼성의 여론장악 실태를 고발하는 ‘세월호 모욕 단체에 삼성이 돈 댔다’와 ‘“그들” 뒤에 삼성이 있었다’를 단독보도한 MBC 〈스트레이트〉 팀 소속 삼성여론장악 취재팀(나세웅, 권희진 기자), 박진수 전 언론노조 YTN 지부장 등이었습니다.

심사위원들은 각 후보들에 대해 돌아가며 의견을 개진한 뒤, 후보작(프로그램)의 완결성, ‘제보’ 단독보도와 ‘발굴’ 단독보도의 차이, 의미와 파장 및 결과 등을 중심으로 심도 있게 논의하였으나 만장일치에 도달하지 못하여, 무기명 비밀투표를 실시한 결과, MBC 〈PD수첩〉팀이 MBC 〈스트레이트〉팀보다 한 표를 많이 받아 안종필자유언론상 수상자로 결정되었습니다.

세월호 유족들과 봉사자들을 모욕한 단체에 삼성그룹이 뒷돈을 댔다는 MBC 〈스트레이트〉팀의 연속보도는 취재과정에서 삼성으로부터 위협과 협박에도 굴하지 않은 모범적인 ‘발굴단독보도’로 높은 평가를 받았고, MBC 〈PD수첩〉 팀의 조계종 지도부 불법비리 폭로 보도는 조계종 총무원 역사상 처음으로 현직 총무원장이 교체되는 계기를 제공했고, 우리 사회의 성역처럼 군림해 온 종교계 적폐와 실상을 적나라하게 보도함으로써 엄청난 사회적 관심과 파장을 불러온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안종필자유언론상 본상과 별도로, 심사위원들은 방송독립과 YTN을 위한 투쟁의 선두에 서서 몸과 마음을 바쳤던 박진수 전 지부장을 안종필자유언론상 특별상 수상자로 만장일치로 결정하였습니다. 자유언론과 방송의 독립을 위한 수많은 언론노동자들과 활동가들이 시민들과 어우러져 투쟁한 결과, 오늘의 방송독립을 쟁취했다는 점에서 안종필자유언론상 특별상 수상자로 선정된 박진수 전 지부장에게 다시 한 번 뜨거운 박수를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뉴스타파〉 탐사1팀의 ‘장충기 문자와 삼성의 그물망’ 등의 보도는 앞서 다른 언론매체에 의해 ‘장충기 문자’ 존재에 관한 보도가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가운데, ‘장충기 문자’에 등장한 언론인들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의 저명인사들도 연루된 사실을 새롭게 추적하여 꼼꼼하게 확인 보도한 것이 높은 평가를 받았고, 경향신문 원희복 기자의 ‘인물탐구’와 ‘촛불민중혁명사’ 저술 등의 작업도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내년에는 보다 많은 언론사와 언론인들이 다양하고 깊이 있는 보도를 통해 우리나라 언론을 바로 세우고, 안종필자유언론상에 많이 응모해 주실 것을 기대합니다. 고맙습니다.

2018년 10월 24일(수)
제30회 안종필자유언론상 심사위원회

위원장  신학림 (전 미디어오늘 대표이사)
위  원    김동현 (동아투위 위원)
위  원    이명순 (동아투위 위원)
위  원    이영록 (동아투위 위원)
위  원    김언경 (민언련 사무처장)
위  원    안형준 (방송기자연합회 회장)
위  원    오정훈 (언론노조 수석부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