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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칭 진보적 기자의 부끄러움[서촌 칼럼] 원희복 경향신문 선임기자ㆍ재단 기획편집위원
  • 관리자
  • 승인 2018.08.29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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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30년 넘게 기자를 하면서 스스로 진보 기자가 되려고 노력했다. 이제 거의 현업을 마무리하는 시간이지만 얼마나 진보적 기사를 썼는지 자문하고, 질책하기도 한다. 사실 뭐가 진보적이냐는 가치 판단도 천차만별이고 각자 다를 것이다. 그런 만큼 ‘진보 기자’를 칼로 두부 자르듯 재단하기 어렵다.

필자는 나름 기준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나만의 기준이다. 필자는 1994년 <민족일보 사장 조용수 평전>을 쓴 이후, 아니 더 정확하게 1986년 <4·19이후 5·16까지 학생차원의 통일론에 관한 연구>라는 졸업논문을 쓴 이후 <민족일보>에 관심을 가졌다. 1961년 2월 13일 창간돼 5·16쿠데타로 폐간된 <민족일보>는 불과 지령 92호에 불과했던 작은 신문이다. 박정희는 쿠데타로 정권을 잡자마자 <민족일보> 발행인 조용수를 사형에 처했다. 그때 조용수 나이 불과 31세였다.

재판을 받고 있는 조용수 사장과 민족일보 임직원 모습, 맨 왼쪽 첫번째 인물이 조용수 발행인이다. 사진 출처 :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오픈아카이브 (1961.7.29. 경향신문)

1883년 <한성순보> 창간이래 근대 우리 언론사에서 신문사 발행인을 사형에 처한 경우는 이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혹독한 일제 강점기에도 신문사를 정간시킨 적은 있지만 발행인을 죽인 적은 없었다. 미군정기 사회를 혼란케 할 목적으로 위조지폐를 찍었다는 조선정판사 위폐사건의 주인공 <해방일보> 발행인도 무기징역에 처했을 뿐이다.(이 사건도 나중에 날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진보 신문 <민족일보>의 사시는 △민족의 진로를 가르키는 신문 △부정과 부패를 고발하는 신문 △근로대중의 권익을 옹호하는 신문 △양단된 조국의 통일을 절규하는 신문이었다. 부정과 부패를 고발하는 신문이야 언론으로선 기본일 것이고, 민족의 진로를 가르키는 신문이라는 표현 역시 추상적이다.

결국 <민족일보>와 같은 진보언론이 표방한 것은 두 가지다. 노동자를 위한 신문이라는 점과,  평화통일을 추구하는 신문이라는 점이다. 사실 이 두 가지는 분단이후 매우 현실적이면서 고통스럽게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였다. 진보적인 사람들은 이를 위해 웃으며 감옥에 들어가거나 심지어 목숨을 버리기까지 했다. 또 두 가지를 놓고 이것이 먼저냐, 저것이 먼저냐를 놓고 치열한 내부 갈등을 벌이기도 했다.

사회를 반영한 언론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노동자를 위한 신문과 평화통일을 지향하는 언론이라는 과제는 진보언론으로서 가장 중요한 양대 축이다. 그러나 최근 몇 년 동안, 아니 정확히 이명박, 박근혜 9년 동안 이 두 가지 가치는 ‘언론’에 의해 마구 훼손됐다. 신자유주의를 신봉하는 경제구조는 가장 빈부의 격차가 극심한 사회로 만들었다.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한 대기업 노동조합의 요구는 ‘배부른 소리’로 치부됐다.

이런 배경에는 언론의 조력이 컸다. 대기업 광고에 매달린 언론은 생존차원이라고 하더라도, 대기업·유노조 vs 중소기업·무노조라는 노동계 내부 갈등구조를 부각시킨 정권의 의도를 간파하지 못했다. 지금도 상당수 기자들이 민주노총은 ‘귀족노조’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지난 촛불혁명과정에서 민주노총이 내세운 명분은 ‘쉬운 해고와 비정규직 양산 반대’였다. 언론노조도 이런 점을 충분히 홍보하지 못했다.

무엇보다 평화통일 문제에서 우리 언론의 역할은 거의 ‘죄악’ 수준이었다. 특히 방송매체는 거의 매일 화면을 전쟁 분위기로 도배하면서 종북몰이 선도적 역할을 했다. 심지어 어떤 신문 논설위원은 ‘전쟁도 불사해야 한다’는 무서운 주장을 공공연히 했다. ‘북한의 지령을 받아 당대표가 됐다’는 정당해산 법무부 보도자료는 그대로 쓰였다. 그 당대표는 문재인 정부에서 장관급 노사정위원장이 됐다.

결국 우리들은 ‘기레기’라는 소리를 들었다. ‘부패’ ‘어용’라는 소리는 들었어도 ‘쓰레기’라는 노골적 ‘욕’을 듣기는 언론사상 처음일 것이다. 우리는 이 굴욕적인 굴레를 촛불혁명으로 겨우 벗었다고 안주하고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런가. 지금 우리가 자행한 피해자, 종북몰이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얼마나 듣고, 원상복구 요구에 공감하는가. 과거 유명했던 모 **수첩 프로그램은 양승태의 사법농단을 보도하면서 가장 중요한 피해자 사례와 증언은 뺏다.

아직도 박근혜 시절 뿌려진 황당한 보도자료를 그대로 믿는 기자가 있다. 4·27 판문점 정상회담으로 달라진 한반도 통일환경에서도 여전히 미국 측 시각에 머무르고 있는 기자들이 태반이다. 그러면서 통일문제, 한반도 문제 전문기자라는 소리를 듣는다. 그러면서 시청률이 낮으니, 언론환경이 달라졌나를 따지고, 진보 신문이니, 진보 기자임을 자처한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필자부터 그렇다.

관리자  freemediaf@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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