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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님 조계종을 살려 주세요’민족종교 적폐청산 요구하는 처절한 외침
〈김종철 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장ㆍ동아투위 위원장〉
  • 관리자
  • 승인 2018.08.27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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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6 자승적폐청산 재가불자 결의대회 모습. 사진= 불교닷컴.

토요일인 지난 26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 안팎에서 두 개의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조계사 일주문 앞 대로변에서 시작된 ‘전국 승려결의대회’에는 3천여명(주최측 추산)의 4부대중(비구, 비구니, 우바이, 우바새)이 모였다. 조계종 적폐청산을 요구하는 전국선원수좌회와 ‘조계종을 걱정하는 스님들의 모임’, 불교개혁행동이 집회를 주관했다. ‘대한불교조계종 총본산’이라는 간판이 붙은 조계사 안에서 비슷한 시각에 시작된 ‘교권 수호 결의대회’에는 승려와 신자 4천여명(일부 언론 보도)이 참석했다고 한다. 전자가 완전히 공개된 상태에서 진행된 데 반해 후자는 ‘비표’로 알려진 패찰을 미리 부여받은 이들만 검색대를 통해 참가한 가운데 열렸다고 한다.

경찰이 철책으로 도로 1차선을 가로막아 준 가운데 열린 승려결의대회에는 스님 2백50여명만이 참여했기 때문에 모임의 주역은 평범한 신자들이었다. 대회의 절정은 설조 스님이 연단에 오른 때였다. 그는 지난 6월 20일 조계종 집행부 사퇴를 요구하며 목숨을 건 단식을 시작해 무려 41일 동안이나 곡기를 끊고 비장한 싸움을 벌인 끝에 그대로는 생명이 위독하다는 의사의 진단에 따라 구급차에 실려 서울 면목동의 녹색병원에 입원했다. 며칠 전 퇴원한 그는 87세 노장답지 않게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열변을 토했다. “조계종단이 협잡 사기 집단이라는 모욕과 3백만 불교도들의 비판, MBC 피디수첩이 방영한 의혹 등에 반응이 없던 종단의 큰 어른들이 오늘 승려대회로 동요하기 시작했습니다. 국내 도박장이 비좁아 국제 원정을 나간 도박사들과 은처승들이 교단을 떠나야 교단이 안정되고 화해와 공존의 기틀이 마련될 수 있습니다. 종단의 고름을 짜내고 병의 원인을 뿌리 뽑을 수 있도록 분발해 주십시오.” 설조 스님의 법어를 비롯한 승려결의대회 참석자들의 발언은 조계사 집회 주최 측이 대로변에 설치한 고성능 스피커에서 울려나오는 독경 소리 등 때문에 청중이 알아듣기 힘들 정도였다.

승려결의대회를 마친 4부대중은 펼침막과 피켓을 들고 행진을 시작했다. 온갖 내용이 담겨 있었는데, 가장 많은 것은 ‘자승 구속’이었다. 이명박·박근혜 정권 시기부터 지난해까지 8년 동안 조계종 총무원장을 지낸 자승 스님을 적폐의 ‘주범’으로 단정한 것이다. 어지럽게 춤추는 구호들 가운데서 특히 가장 강렬하게 다가온 것은 “대통령님 조계종을 살려주세요”라는 호소였다. 한 중년 여성은 그 피켓을 흔들며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도대체 문재인 대통령과 조계종 적폐 청산 투쟁이 무슨 연관이 있다는 말인가? 다음과 같이 상세히 추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지난 5월 1일 밤, MBC의 <피디수첩>은 ‘큰 스님께 묻습니다’라는 제목으로 조계종 집행부 간부와 큰 절 주지 등의 학력 위조, 은처자(隱妻子), 부정축재, 성추행 의혹 등을 상세히 보도했다. 현역 총무원장 설정 스님, 조계종 교육원장 현응 스님(전 해인사 주지) 등이 의혹의 대상이었다. 의혹이라는 전제를 달기는 했지만 피디수첩 취재진은 그것이 사실임을 입증하기에 충분한 증언과 증거를 제시했다. 4주 뒤인 5월 29일에 방영된 ‘큰 스님께 묻습니다’ 2편은 더 충격적이었다. 자승 스님이 총무원장이던 시절에 비밀리에 도박장을 개설하고 전국 본사 주지 등을 모아 도박을 하면서 ‘고리대금업’을 했을 뿐 아니라 해외원정 도박까지 했다는 것이었다. 김천 직지사 주지 법등 스님의 자매 비구니 성폭행 의혹, 수원 용주사 주지 성월 스님의 숨겨둔 처자식 의혹도 전파를 탔다. 앵커를 맡은 한학수 피디는 ‘큰 스님께 묻습니다’ 2편을 이렇게 마무리했다. “조계종 불자 수가 10여년 전보다 3백만명이나 감소했다고 합니다. 한국 불교가 새롭게 태어나기를 바랍니다. 철저한 성찰과 개혁으로 그 길이 앞당겨지기를 기대합니다.” 종교를 관장하는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피디수첩이 방영한 이런 내용을 몰랐을까? 프로그램을 직접 보지 않았다 하더라도 실무자들을 통해서나마 그 내용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주장할 수는 결코 없을 것이다. 청와대 조국 민정수석 역시 마찬가지이다.

지난 1일 SBS는 ‘8시 뉴스’를 통해 2,500억원의 국민 혈세가 투입된 사찰 방재(防災)사업의 비리 의혹을 대대적으로 전했다. 뉴스 세 꼭지에 걸쳐 ‘사찰 방재사업, 업체가 공사비 대납···검찰 수사 착수’, “기술·사업비 ‘뻥튀기’···실시간 사찰 방재 시스템도 ‘먹통’”, “MB 정권의 불교계 달래기···‘2,500억 책정도 주먹구구식’을 탐사보도 한 것이었다. 문체부장관은 이 의혹 역시 인지했을 것이다. 고위 공직자들을 정밀하게 내사해야 하는 책임을 진 청와대 민정수석도 물론이다. 이명박 정권 시기에 저질러진 일이라 하더라도 공소시효가 살아 있는 한, 조계종 집행부와 관련 공직자들이 실정법상 면책의 대상이 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자승 체제 8년 동안 조계종단 집행부는 ‘범죄집단’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집행부 자체는 물론이고 대다수의 본사 주지들이 재정을 사금고처럼 운영하는 바람에 조계종은 갈수록 나락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1700년 역사의 민족종교 조계종에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르던 승려와 재가불자들이 ‘무간지옥’ 같은 조계종단의 실상에 분노하고 개혁을 외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자승 스님은 그의 ‘아바타’로 불리는 설정 스님에게 총무원장 자리를 넘긴 뒤 실질적 종단 실권자로 막후에서 온갖 권력을 행사했다는 것이 개혁세력의 주장이다. 피디수첩 방영을 계기로 자승 스님이 ‘조계종 적폐의 주범’이라는 비판이 쏟아지자 이번에는 설정 스님이 희생양이 되는 진기한 사태가 벌어졌다. 지난 16일 조계종 중앙종회 재적의원 75명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찬성 56표, 반대 14표로 설정 총무원장 불신임 결의안을 가결한 것이다. 조계종 최고 의결기구인 원로회의가 지난 22일 종회의 불신임안을 인준함으로써 설정 스님은 불명예 퇴임을 할 수밖에 없었다. 조계종의 종헌종법에 따라 후임 총무원장 선거를 60일 이내에 치러야 하는데, 현재 추세라면 ‘자승의 제2 아바타’가 당선되리라는 사실은 불문가지라, 개혁세력은 계속 ‘자승 구속과 멸빈(滅擯)’을 외치고 있는 것이다.

조계종이 이런 수렁에 빠지기까지 주무 부처인 문체부의 장관은 수수방관으로 일관했다. 종무실장을 현장에 보내 실태를 파악해 보고하도록 하지 않았고, 불교 담당 종무관조차 파견하지 않았다. 도종환 장관이 설조 스님 단식장을 방문해 대화를 나눈 것이 전부였다. 문체부 자체 조사가 아니더라도 조계종 전·현 집행부의 부정과 비리 의혹에 대해 감사원에 감사 의뢰를 해야 마땅했는데 그 일조차 하지 않았다. 명확한 직무유기에 해당하는 사건이다. 문체부 장관도 민정수석도 움직이지 않으니, 조계종의 애끓는 신자들이 “대통령님 조계종을 살려주세요”라고 외칠 수밖에 없지 않은가? 조계종 적폐청산 투쟁은 문재인 정부의 모태인 ‘촛불혁명’의 연장선상에 있다. 사회적 약자와 소외된 사람들의 편에 서서 정의를 구현하고, 악업을 일삼는 종교인들을 사회법으로 엄정하게 다스리는 것은 문재인 정부의 과제이자 의무이다.

* 이글은 <오마이뉴스>와 <불교닷컴>에 함께 실립니다.

관리자  freemediaf@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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