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 문학상을 받은 작가 하인리히 뵐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독일 영화다.

주인공 카타리나 블룸(앙겔라 빙클러)은 스물일곱의 이혼녀. 가정부로 일하며 알뜰살뜰 차와 아파트를 마련한 성실한 시민이다. 파티에서 우연히 만난 남자와 하룻밤을 보낸 뒤 그녀의 인생은 뜻하지 않은 구렁텅이에 빠진다. 그 남자는 군에서 탈영해 은행을 턴 혐의를 받는 용의자였다.

어찌 보면 그저 그런 하룻밤 로맨스에 불과한 해프닝은 일간지 <차이퉁>이 끼어들면서 기이한 사건으로 변질한다. 남자는 체제에 불만을 품은 공산주의자 혹은 무정부주의자로 간주되고, 그와 하룻밤을 보낸 블룸은 불순분자의 창녀이자, 공범으로 몰린다. 경찰은 <차이퉁>과 서로 정보를 주고받으며 블룸의 피의 사실을 흘려주고, 기자는 블룸의 전 남편 등 주변 인물을 취재하며 사건의 본질과 무관한 그녀의 신상을 탈탈 털어낸다.

그 과정에서 교묘하게 자행되는 기자의 곡필이 고약하다. 블룸 주변인들의 증언, 예컨대 “그녀는 매우 영리하고 이성적인 사람입니다”라는 말은 “얼음처럼 차고 계산적인 여자”로 보도된다. 친구와 이웃이 그녀를 멀리하고 음란 전화와 우편물이 끊이지 않는다.

그 와중에 <차이퉁>의 담당 기자 베르터 퇴르게스(디에터 라저)는 심지어 중환자실에 입원 중이어서 면회가 불가능한 블룸의 모친을 찾아가 인터뷰를 강행한다. “왜 그런 일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던 걸까요?”라는 모친의 한탄을 받아 “그런 일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라고 써재낀다.

왜곡 보도의 충격 탓이었을까? 모친이 이튿날 숨진다. 이제 블룸은 독한 결단을 내린다. 원작 소설의 부제는 ‘폭력은 어떻게 발생하고 어떤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가’다. <차이퉁>의 폭력이 가져올 ‘어떤 결과’는 살인이었다. 블룸은 퇴르게스 기자에게 단독 인터뷰를 자청한다. 블룸은 엉망이 된 자신의 아파트에 고요히 앉아 기자를 기다린다. 총알을 가득 잰 총을 품고서.

용의자로 붙잡힌 카타리나의 얼굴을 기자들이 잘 찍을 수 있도록 경찰이 그녀의 머리끄덩이를 잡아채 고개를 들게 한다. 1970년대 독일의 살풍경이다.

이 이야기는 원작자 하인리히 뵐의 체험에서 나온 것이다. 뵐은 우파 언론 <빌트>와 68 학생 운동 시기부터 반목하기 시작해, 1971년 12월 카이저스라우텐이라는 소도시에서 발생한 은행 강도 사건을 계기로 정면충돌한다.

뵐은 <빌트>가 어떠한 확인 절차나 증거도 없이 바더 마인호프 그룹을 강도 사건의 범인으로 단정했다며 <슈피겔>을 통해 <빌트>를 비판했다. <빌트>는 뵐을 “무정부주의적 갱들의 변호사”라고 조롱했다.

뵐은 이 이야기를 소설로 내면서 “이것은 하나의 팸플릿이자 논쟁의 글로 계획했으며 그대로 실행에 옮긴 것이다.”라고 했다.

원작 소설의 첫 문장과 영화의 말미에 올라오는 타이틀이 똑같다.

“이 이야기에 나오는 인물들이나 사건은 자유로이 꾸며 낸 것이다. 저널리즘의 실제 묘사 중에 <빌트>와 유사점이 있다면 그것은 의도한 바도, 우연의 산물도 아닌, 그저 불가피한 일일 뿐이다.”

그밖에

* 폴커 슐렌도르프, 마가레테 폰 트로타 감독은 이 작품을 공동 연출할 당시 부부였다. 두 감독은 빔 벤더스, 라이너 베르너 파스빈더 등과 함께 전후 독일영화의 부흥을 이끈 소위 ‘뉴 저먼 시네마’ 감독으로 평가받는다. 슐렌도르프는 ‘양철북’(1979)을 연출했으며, 배우이자, 각본가였던 트로타 감독은 이 작품이 첫 연출작. 트로타 감독은 이후 ‘독일 자매’(1981)로 베니스 영화제에서 황금곰상을 받았다.

** 카타리나 블룸의 하룻밤 사랑으로 등장한 남성은 잠수함 영화의 최고봉으로 평가받는 ‘특전 유보트’(1981)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함장 역을 맡았던 배우 위르겐 프로흐노.

평점 : IMDB(7.4/10), 로튼토마토(80/100), 왓챠(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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