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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 치료센터' 공약 내건 후보, 우린 어디에 있나?[LGBT 차별을 넘어(31)] 고승우 80년해직언론인협의회 공동대표ㆍ언론사회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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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7.25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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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성소수자 문제 해결은 우리 인권 의식의 전진 … 정치권, 성소수자 문제 해결을 위한 법제화에 적극 나서야


성소수자들이 바라는 것은 정당한 권리와 자긍심을 가지고 자신을 당당히 드러낼 수 있는 세상으로 압축된다.

이는 지난 3월 전주에서 열린 퀴어(Queer)문화축제에서도 강조된 바 있다. 지난 4월 열린 LGBT(레즈비언·게이·양성애자·성전환자) 등 성소수자들의 축제인 전주퀴어문화축제에서는 "성 소수자들이 자신을 빛내고 서로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는 축제를 기획했다"면서 "성 소수자들이 자신을 빛내고 서로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강조됐다. <연합뉴스 2018년 3월 12일>

당시 이한결 전주퀴어문화축제 공동조직위원장은 "사람들은 자신이 잘 알지 못하는 대상을 경계하고 차별한다. 그리고 성 소수자가 일반 시민과 똑같이 살아가길 강요한다"며 "우리는 남들과 똑같이 사랑하고 내 방식대로 삶을 영위할 권리를 가진다. 성 소수자라고 차별받지 않는 사회를 꿈꾼다"라고 말했다.

전주퀴어축제에서 보듯, 우리 현실에서 성소수자들이 넘어야 할 장벽은 아직 높다. 도처에 복병이 숨어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이는 사회적 고정관념이나 무관심 또는 무지에서 비롯된 측면이 있다. 최근 벌어진 부정적인 사례나 그로 인한 갈등 몇 가지를 살펴보자.

정의당은 지난 10일 '성소수자 치유 및 치료센터 설립 지원'을 공약으로 내건 자당 장대범 전남 광양 시의원 후보가 당 강령을 위반했다며 사퇴를 촉구했다. 자칭 진보적 정당의 지방 선거 후보가 성 소수자에 관한 비과학적 공약을 내 건 것은 충격적이다. 성소수자는 선천적으로 태어나며, 성적 취향은 자연적 현상임이 과학자들의 연구 결과 밝혀졌음을 외면한 처사다.

이와 관련, 정의당은 배포 자료에서 "장 후보는 선거 공보물에 '성소수자 치유 및 치료센터 설립 지원'이라는 공약을 기재해 '누구나 존중받는 차별 없는 사회'라는 당 강령을 현저히 위반했다"며 "정의당은 이러한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적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지방 선거에서 김문수 자유한국당 서울시장 후보의 사례도 뺄 수 없다. 그는 지난 달 30일 KBS가 주최한 6·13 지방 선거 서울시장 후보 토론회에서 김종민 정의당 후보가 동반자관계를 증명하는 조례를 제정하겠다고 밝히자 성소수자를 차별하는 발언을 했다.

당시 김문수 후보는 "박원순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동성애 퀴어축제처럼 동성애 인증제도가 되는 것 아니냐"라면서 "동성애가 인정되면 에이즈와 출산 문제는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말했다. 이에 김종민 후보는 "인권을 저버리는 김 후보의 혐오발언이 굉장히 유감스럽다. 에이즈와 동성애는 전혀 상관이 없다는 것이 질병관리본부를 통해 확인됐고 마찬가지로 출산과도 관계가 없다. 존재는 찬반의 문제가 될 수 없으며 인권은 프랑스 혁명 이후 천부인권으로 누구나 존귀하게 지켜져야 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공영방송 KBS가 코미디 프로에서 내시의 신체적 차이를 희화화하고 여성으로 간주해 조롱하기도 했다. 이 방송사의 <개그콘서트>는 지난 4월 22일, 4월 29일, 5월 6일 내시들의 에피소드를 다루는 '내시천하' 코너에서 내시의 신체적 장애를 조롱하거나 희화화함으로써 내시를 일반 남성보다 열등한 존재로 묘사했다. 나아가, 내시를 여성으로 간주해 외모 가꾸기나 돈 쓰기에만 관심을 두는 이미지로 그려냈다. 이 때문에 <개그콘서트>와 이 방송에 나온 한 출연자는 '의견제시' 제재를 받았다.

<한겨레>는 지난 5월 18일 "노인 비하·내시 조롱…개그콘서트는 '혐오 콘서트'인가요?"라는 제목의 '황진미의 TV 톡톡'에서 <개그콘서트>의 해당 코너를 다음과 같이 비판했다.

"(...) 더욱 지독한 혐오는 성소수자를 향한다. 코미디에서 내시를 조롱해온 역사는 깊다. 그동안의 조롱은 주로 남성 성기와 남성성의 ‘없음’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 ‘내시천하’는 여기서 더 나아간다. 내시들이 여성 속옷을 입고 운동하는 동료에게 "너 그러다 남자 되겠다"고 말한다. 심지어 세자를 유혹해 중전이 되는 상상을 한다. 내시를 거세된 남성이 아닌, '트랜스젠더 여성'이나 '게이'로 재현하는 것이다. 즉 트랜스젠더 여성과 게이의 범주를 뒤섞으며 '남성을 유혹하려는 음험한 존재'로 정체화한다. 이는 이성애자 남성들이 성소수자들에게 품는 '호모포비아'의 핵심이다. 또한 남성 성기의 결여를 트랜스젠더 여성이나 게이로 간주하는 것은 '이성애자 남성'을 우주의 중심에 두고, 여성, 트랜스젠더, 동성애자 등을 모두 '남성이 아닌 그 밖의 존재'로 주변화하는 남근적인 사고이다."

성소주자와 관련해 6.13 지방 선거를 앞둔 일부 정당 후보들의 태도나 공영방송 일부 프로가 비과학적, 비상식적인 데는 우리나라가 아직 차별금지법이나 동성애 결혼 합법화와 같은 제도를 도입하지 않은데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인권 후진국의 부끄러운 작태가 그대로 드러난 것이라 하겠다. 우리의 이런 모습을 반성하고 개선하기 위한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그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은 영국 정부의 전향적 자세다. 영국 정부는 내년부터 초등학교와 중학교 수업시간에 성전환 및 성소수자 관련 내용을 정식으로 다룰 방침을 정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영국 교육부는 오는 2019년 9월부터 '관계와 성 교육(RSE)' 수업에서 성소수자(LGBT) 등의 내용을 다루기로 하고 8주간에 걸쳐 공식 의견수렴 과정을 거치기로 했다. 이 기간 교육부는 교사와 학부모, 학생들로부터 수업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이 다뤄져야 할지에 대한 의견을 구한 뒤, 이를 교육 과정에 반영할 예정이다.

영국은 지난해부터 '관계와 성 교육' 수업을 영국 내 모든 학교에서 의무 교육 대상에 포함시켰는데, 그 과정에서 성 소수자 권리 단체 등을 중심으로 성전환이나 성 소수자 관련 내용이 수업내용에서 제외돼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제기돼 왔다.

영국 교육부는 소셜 미디어 등에서의 집단 따돌림 현상을 뜻하는 '사이버-불링(cyber-bullying)', 문자메시지나 소셜 미디어 등으로 성적으로 문란한 내용을 보내는 '섹스팅(Sexting)' 등의 문제들도 다룰 수 있도록 관련 교과 가이드라인을 계속 수정하고 있다. 교육부는 "젊은이들이 자신의 성 정체성이 무엇이든 간에 '관계와 성' 교육이 자신과 관련된 내용이며 자신들의 필요에 세심하게 다가선다는 점을 알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교육 취지를 설명했다.

지난 달 결혼한 영국 해리(33) 왕자와 할리우드 여배우 메건 마클(36)은 "성적소수자(LGBT) 는 성적 취향이 아니라 기본적인 인권에 대한 문제"라며 LGBT 인권 보장을 위해 앞장서겠다고 다짐했다. 해리 왕자 커플은 그간 동성애자 권리 옹호에 대해 말해왔지만 이번에는 아예 확실하게 관련 활동을 약속했다고 <더타임스>는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도 이날 "영국은 영연방 내 동성애자 권리와 관련해 사람들의 감정과 생각을 바꾸도록 도울 특별한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최근 국내에서 미투 운동이 거세게 불면서 내로라하는 정치인들도 타격을 받고 있다. 미투 운동은 사회적 소수자, 약자들의 권익이 보장되고 인권이 보호되어야 한다는 의식이 고양된 정치 개혁 운동의 하나로 풀이된다. 과거 정치 개혁 운동의 대상이 독재 타도, 권력 남용과 악용 등의 거대 영역에 집중되었다면, 오늘날은 양지속의 그늘과 같은 사회적 소수자 문제가 그 대상이 되고 있다.

이는 사회 전체의 민주화 과정 속에서 여전히 고통 받으면서 일방적 침묵 강요가 살아있던 분야에서 각성과 청산, 개혁의 목소리가 분출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제도 정치권이 이런 현상을 주목해서 성소수자, 미투 운동 등을 보장할 법규제정 등을 통해 호응해야 할 것인데, 아직 그 수준까지 의식이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이는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막지 못하는 우를 범하는 것으로, 기존 정치권이 청산되어야 할 적폐임을 스스로 드러내는 것과 같다.

우리 사회는 촛불 혁명에 이어 다시 거대한 용틀임을 시작했다. 성소수자 인권을 더 적극적으로 보장하는 사회로 나아가느냐 마느냐는, 촛불 혁명 이후 우리 사회가 얼마나 진전하느냐 마느냐를 보여주는 잣대가 될 것이다. 정치권이 한시라도 빨리 성소수자 인권을 보호하는 방향의 법제화에 나서야 할 이유다.


* 이글은 프레시안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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