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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단의 열매" 잡순 사모님[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259)] 이승호 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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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5.14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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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담과 이브가 먹었다는 금단의 열매는 사과다. 하지만 사과가 아닐 수도 있다. 명확치 않다. 사과가 아니라 포도 석류 무화과 배 마르멜로일 수도 있다는 이설이 있다. 시트론 캐럽 심지어 버섯 혹은 밀일 것이라는 추정도 있다. 이중 어떤 건 듣보잡이다. 나만 그런가?

한데 어쩌다 오늘날 금단의 열매는 사과로 최종 정리됐을까. 라틴어의 사과(malus)와 죄악(malum)의 철자가 비슷해 그렇게 됐다는 설이 있다.


중세의 성직자들은 사과라고 단정하고 구라를 풀기 시작했다. “유혹적인 사과의 빛깔..... 그것은 악의 색깔이여” “신맛, 단맛이 함께 있으니 양면성의 나쁜 과일이여” “가로로 자르면 가운데 별 모양이 보이는디, 그것이 금단의 열매임을 나타내는 표식이여” 마침내 이런 구라까지 나왔다. “가운데 생김새를 봐. 꼭 모양이 여자의 거시기.....”

사과가 됐건 뭐가 됐건, 하여간 따먹으면 안될 열매를 따먹은 최초의 남녀는 벌을 받는다. 벌거벗은 걸 깨닫고 수치심을 알게 됐다. 나체로 에덴동산에서 쫓겨났다. 이 쫓겨남은 ‘영원한 생명으로부터 추방’을 의미한다. 오늘날, 금단의 열매는 죄의 상징이다.

“혼자만 먹을 껴?”

(2)

14일 밤 엠비시의 ‘스트레이트 - 대한항공 사모님의 특명 : 제철과일을 찾아라!’를 봤다. 사모님이 잡쉈다는 맛있는 열매들이 소개됐다. 이중 비파라는 열매는 듣보잡이다. 나만 그런가?

근데 사모님과 가족이 잡순 것들은 금단의 열매다. 검역신고도 거치지 않고 밀수방식으로 들여왔다고 하니 당연 금단의 열매다. 어떤 건 아예 나라 안으로 들여오면 안되는, 금지품목 과일이라고 하니 더군다나 금단의 열매가 아일 수 없다.

금단의 열매를 즐겨먹은 대한항공 일가족, 대단하다. 그렇게 벌거벗겨지고 있는 와중에 일말의 수치심도 없는 모양이다. 뭐, 부끄러움이야 당신들의 사생활이며 내면세계이니 상관 없다. 그러나 벌은 받으셔야지. 법을 어겼으니 법의 심판을 받으셔야지. 또한 추방돼야 혀. 그동안 당신들의 에덴동산이었던 그곳에서 추방돼야 혀. 그것도 영원히. 사모님, 아시겄슈? 사모님이 잡순 열매는 죄의 상징이유.


(부록)

엠비시 ‘스트레이트’ 내용

2014년 4월부터 7월 사이, 대한항공 비서실과 터키 이스탄불 지점장 사이에 긴박한 이메일이 오갑니다.
4월 28일 새벽 2시15분 비서실: "6월-7월이 최적기겠지만 다시 한 번 확인 부탁드립니다."
같은 날 현지 시각 아침8시40분 이스탄불 지점장: "이상 기온으로 상황이 변하고 있으니 이번 건 관련 지속적으로 확인해 최적의 시기를 맞추겠습니다."
"업무 인수인계시 전달하여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지구 온난화와 관련된 문제일까.. 최적의 타이밍에 대한 고민은 계속됩니다.
6월 5일 새벽 6시10분 비서실: "지난 4월 문의 드린 바 있습니다. 다시 한 번 적기가 언제쯤일지 확인 부탁드립니다."
현지 시각 새벽3시47분 이스탄불 지점장: "요즘 이상 기후인지 이스탄불에 일주일 내내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이렇게 비가 내리면 늦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디데이를 언제로 할지 치열한 논의 끝에 마침내 작전은 성공합니다.

7월 1일 낮 12시17분 비서실:
"내일 오전 중으로 조사하여 보내주시면 보고 드리겠습니다.“
7월 7일 새벽 3시53분(6일 밤 9시53분) 이스탄불 지점장: "KE956편으로 7일 오후 1시 20분 도착하는 비행편에 송부했습니다. 가방 번호는 KE 676538입니다."
지점장이 지구 온난화를 걱정하며 최적기를 놓치지 않으려고 현지 상황을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후임자에게 차질 없이 인수인계해주며, 비서실과 지점 사이 007작전이 무색할 석달 간의 긴밀한 공조 끝에 대한항공 국제선을 이용해 들여온 이 물건.
바로 살구입니다.
이메일 제목은 모두 "사모님 지시사항 : 살구".
"사모님께서 터키 살구가 언제가 철인지 알아보라고 지시하셨습니다",
"가장 맛이 좋을 시기를 확인 부탁드립니다",
"살구 당도가 아주 좋다고 하니 내일 청과물 시장 방문하겠습니다",
"지난주 날씨가 좋아 살구 당도가 아주 좋다고 합니다."
"최고 상품이 없으면 (시장에) 재방문하겠습니다."
해외 지점장이 본사에 보고하는 내용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지만, 회장 부인에게 보낼 살구를 사러 시장에 다니는 건 이스탄불 지점장의 중요 업무였습니다.

“여사님두 우리처럼 과일 되게 좋아하시나벼.....”

관리자  freemediaf@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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