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더러운 손 치워!”

(1)

스코틀랜드에 거주하는 그 괴물은 거두(巨頭)다. 머리가 보통사람보다 3배쯤 더 크다. 직경 1미터에 가깝다. 거물답게 힘도 세다. 모습은 ‘사람+말’이다. 고로 보는 사람들은 거두가 사람인지 짐승인지 헷갈린다. 내면도 인성과 수성이 되섞인 해괴한 존재일까.

괴물은 팔이 길다. 말 몸뚱아리에 붙어있는데도 ‘뻗으면 땅바닥에 닿을 정도’다. 팔이 기니 멀리 있는 것도, 잡을 수 있고 끌어당길 수 있다. 팔은 더러운 욕망을 억제하지 못해 먹잇감을 찾아 나선다.

한국의 그 거두는 욕망을 이기지 못해 팔을 뻗어 ‘젊은 여자만 보면 만지’기를 반복했다. ‘어느 출판사 망년회에서 옆에 앉은 유부녀 편집자를 주무’르셨다. 언젠가는 그 시인이 ‘동생에게 빌린 실크 정장 상의가 구겨’질 뻔하기도 했다. 또한 거두의 입은 ‘문학이란 이름으로 입냄새 술냄새 담배 쩔은내 풍기는 역겨운 입들’ 가운데 하나였다.

거두는 살껍데기가 없다. 하여 힘줄과 핏줄, 피묻은 뼈다귀를 날것 그대로 보여준다. 한국의 그 거두는 안마를 빙자해 빤쓰 속 날것을 스스로 폭로했다. ‘날것의 미학’을 추구했느냐. 날것의 나를 폭로함으로써 철면피(鐵面皮)가 됐다. 드러내어 철면피가 되다니 모순이다. ‘예술과 창작은 모순에서 태어난다’는 말이 있긴 하다. 허나, 헐! 모순은 무슨. 오줌 지린 빤쓰의 모순?

거두의 들숨과 날숨은 세상과 주변을 고통스럽게 한다. 숨을 내쉬니 생명이 시들어 죽는다. 가축과 농작물이 시름시름 앓다 죽는다. 특히 어리고 젊은 것들, 싱싱한 것들이 싹을 틔우기도 전 고사한다. 또한 거두는 숨을 내뿜어 세상에 전염병과 냉기를 퍼뜨린다. 왕방울만한 눈은 욕망으로 불탄다. 그 눈을 흔히 탐욕의 눈, 악의 눈이라 한다. 입도 아주 크다. 목격자들은 돼지입, 고래입만큼 크다고 한다.

전통적으로, 스코틀랜드 사람들은 거두를 두려워하여 이름조차 입에 올리지 않는다. 전통적으로, 쉬쉬하며 그의 존재와 악행에 대해 외면한다. 그의 이름을 입에 올리다니, 위험한 짓이다. So dangerous that, traditionally, its name was hardly ever spoken.

거두는 바다 출신이지만 끝없이 육지를 욕망한다. 뭍으로 오르려 욕망한다. 그 욕망을 단죄하는 존재는 여성이다. 그녀, 바다어미가 거두를 제압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다. 하지만 바다어미의 힘은 한시적이다. 여름 한철에만 거두를 바다바닥에 가둬둘 수 있을 뿐이다.

“자네도 얼렁 드르와!”

“맑은물로 유인!”

그렇다면 부산 앞바다, 군산 앞바다에서 뭍으로 올라온 한국의 괴물들, ‘어떻게 괴물을 잡아야 하나.’ 괴물들은 깊은 바닥까지 투명하게 드러내는 담수 앞에서 경기를 일으킨다. 그 담수로 이끄는 사람들, 미투 운동가들이다.  노추한 당신들....  일흔, 잔치는 끝났다. 아흔, 잔치는 끝났다.

"미투! 미투! 미투! 미투! 미투! 미투! "

“봄이 옵니다. 바다어미들의 춘투가 시작됐습니다”

저 캄캄한 대낮 과녁이 달려온다.
이윽고 과녁이 피 뿜으며 쓰러질 때
단 한 번
우리 모두 화살로 피를 흘리자.
아아, 시바

(부록)

괴물
스코틀랜드 북부 제도에 사는 인간+말 괴물. 악마. “괴물의 머리가 두 개였다”는 목격자도 있음. 개성이 강하고, 독창적이며, 유일하며, 고독한 존재다. 그에 관한 자료에도 으레 “A unique and solitary creature”라는 표현 나옴. 이름 nuckelavee(발음 nʌklɑːviː).

“잔치는 이렇게 끝나는겨?”

바다어미
바다에 거하는 여름의 정령. 파워 여신. 3월 중순에 나타나 겨울의 세력과 전쟁을 치름. 이 싸움을 ‘춘투, 春鬪, 봄의 싸움, Vore tullye’이라 함. 늘 이기는데, 이기면 겨울이 올 때까지 바다가 평화로워짐. 어부들의 수호신. 사람 눈엔 보이지 않음. 현지인들은 ‘Sea Mither’, ‘Mither of the Sea’라고 부름. 미더=mother의 현지 사투리.

인용 부분
글 가운데 따옴표 부분은 시인 최영미의 ‘괴물’과 ‘돼지들에게’에서 인용. ‘입냄새 술냄새 담배 쩔은내’ 부분은 트위터 ‘문단_내_성폭력 아카이브’에서 인용. 또한 전체글 끝부분은 시인 고은의 ‘화살’에서 부분인용. ‘아아, 시바’는 시인 류근의 고은 관련글 끝부분 인용.

(괴물 그림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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