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관련 영화에 평점을 매길 때 항상 수위를 놓치지 않는 작품이다. <12인의 성난 사람들>로 데뷔한 사회파 영화의 거장 시드니 루멧이 연출하고, 이 작품을 포함, 모두 세 차례 오스카 각본상을 받은 패디 차예프스키가 시나리오를 썼다.

그저 방송국 배경의 무난한 정극을 기대했다가는 ‘이게 도대체 무슨...?’ 하며 고개가 갸우뚱해질 정도로 신랄한 풍자극.

한때 잘 나갔으나 이제는 저조한 시청률로 우울증에 시달리는 앵커 하워드(피터 핀치)가 해고 통보를 받으면서 이야기는 시작한다. 2주 후 잘리게 생긴 앵커, 생방송에서 사고를 친다.

“시청자 여러분! 저, 다음 주 이 자리에서 자살할 겁니다”

방송국은 발칵 뒤집어지고, 앵커는 사과하기로 약속한다. 그러나 정작 뉴스가 시작되자 앵커는 사과 대신 “인생은 쓰레기 같은 것”이라는 폭언을 날린다. 그런데 미치광이 앵커가 일으킨 방송 사고가 시청률을 엄청나게 끌어올린다. PD 다이애나(페이 더너웨이)는 위기를 기회로 반전시킨다. 경영진을 설득해 해고를 철회하고, 그의 독설가 캐릭터를 부각시켜 ‘하워드 빌 쇼’를 신설한다. 쇼는 곧 전미 시청률 1위를 기록한다.

그 사이 앵커 하워드는 정신질환이 심해지지만, 한번 단맛을 본 PD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시청률에 목을 매는 방송국의 풍경을 극단으로 밀어붙여 매스미디어의 부조리한 속살을 드러내는 <네트워크>는 40년 전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유튜브와 SNS가 등장한 오늘의 미디어 환경에도 들어맞는 날카로운 통찰을 보여준다.

여기서 요즘 영화 <굿모닝 에브리원>(2010)과 잠깐 비교해보자.

이 작품의 주인공 역시 시청률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여성 PD. 그러나 그이를 바라보는 영화적 시선은 완연히 다르다. <네트워크>의 PD가 괴물에 가깝게 그려졌다면, <굿모닝 에브리원>의 PD는 고집불통 앵커(해리슨 포드)를 순정으로 감동시키는 천사로 등장한다.

옛날 영화가 시청률을 잡으려다 놓치는 '무언가'에 집중했다면, 요즘 영화는 시청률을 높이는 과정의 우여곡절과 성공담에 집중한다. 영화가 방송판을 들여다보는 시선은 한 세대 만에 이렇게 변했다.

<굿모닝 에브리원>에서 경성(硬性)뉴스만이 진정한 뉴스라고 믿으며 비협조적이던 앵커는 프로를 살리려는 PD의 노력에 감동받아 마침내 앞치마를 두르고 요리를 한다.

그밖에

* 1977년 49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본, 남우 주연, 여우 주연, 여우 조연 등 4개 부분을 수상. 시드니 루멧은 감독상의 유력한 후보였으나, 탈락했다. 오스카에 다섯 차례나 후보에 오르고도 수상을 못했던 그는 2004년에야 공로상을 수상하면서 “감독상 한번 받고 싶었는데 젠장, 진짜 하나 정도는 줄 만하지 않았냐?”고 소감을 토로.
** 영화 <소셜 네트워크>, 드라마 <뉴스 룸>, <웨스트 윙>을 썼던 작가 아론 소킨은 이 작품의 각본가 패디 차예프스키를 가장 큰 영감을 준 인물이라고 꼽으면서 “차예프스키는 조지 오웰보다 더 탁월하게 미래를 예측했다”고 언급.

[평점] IMDB(8.1/10, 로튼 토마토(91/100, 왓챠(3.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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