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문] 검찰은 KBS 고대영 사장을 철저히 수사하고 엄벌에 처하라.

‘적폐청산’은 촛불시민의 명령이자 시대정신이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9년의 묵은 때를 벗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새 정부와 입법부･사법부의 결연한 의지가 필요한 것은 당연한 일이고, ‘적폐 세력’ 스스로도 과오를 인정하고 기득권을 내려놓고자 하는 용단을 내려야 한다

하지만 ‘물러나겠다’는 결정을 내리게 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한 사람들이 있다. 특히 지난 정부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린 국가정보원과 그들 주변에서 부역하며 언론･문화계 등을 농단한 사람들이 그렇다.

고대영 KBS 사장은 국정원으로부터 돈 200만원을 받고 뉴스를 팔아 넘겼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지난달 23일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는 보도자료를 통해 “국정원 KBS담당 정보관은 2009년 5월7일치 <조선일보>의 ‘국정원 수사개입 의혹’ 기사에 대해 보도하지 말 것을 한국방송에 요청했다”며 “이 과정에서 당시 보도국장 고대영을 상대로 현금 200만원을 집행했다”고 밝혔다.

돈을 건넸다는 국정원 정보관은 국정원 내부조사에서 “월 1~2회 고대영 보도국장을 만났고, 급한 일이 있으면 전화도 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당시 국정원 대변인이자 고대영의 고등학교 동창인 이 모 씨의 주선으로 고대영 국장과 가까워졌다는 구체적인 진술을 하기도 했다.

고대영 당시 보도국장은 200만원의 대가로 ‘국정 운영 긍정적 분위기 조성’과 ‘안보 관련 KBS 기자 취재 분위기 파악’ 등도 수행했다고 알려졌다. 이에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이 쯤 되면 고대영 사장이 KBS 임직원이 아니라 국정원의 정보원, 이른바 프락치가 아니냐는 의심마저 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꼬집었다.

KBS 안팎이 국정원-고대영 커넥션의 폭로로 들끓는 와중에 고대영 사장은 중국행을 택했다. 아시아태평양방송연합(ABU) 총회에 참석한다는 명목으로 지난달 30일에 출국해 1주일 가량을 현지에서 머무른다고 한다. 의도가 뻔히 보이는 행보다. 자신과 국정원이 언론 장악을 위해 저지른 추악한 짓이 하루가 다르게 드러나고 있는 이 때, 대중의 관심이 멀어질 때까지 도피해보겠다는 심산일 것이다.

KBS의 적폐, 고대영 사장은 이제 사장직에서 ‘물러나는 것’만으로는 사태에 대한 책임을 다할 수 없게 됐다. 그는 ‘적폐세력’이라는 말보다 금품 수수와 수뢰 혐의의 피의자로 불려야 한다. 국정원 직원의 구체적인 증언과 현재까지 공개된 증거자료의 내용으로 볼 때, 그가 국정원의 검은 돈을 받은 것이 한 번에 그쳤으리라 생각하기도 어렵다. 당장 법에 의해 조사 받고 합당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

이제 검찰이 나서야 할 때다. 공영방송 정상화를 위해 뭉친 213개 시민사회단체의 연합체 KBS･MBC정상화시민행동은 검찰에 다음과 같이 촉구한다.

하나. 고대영을 귀국 즉시 소환해해 ‘국정원 200만원 수뢰 혐의’를 철저히 수사하라.

하나. 고대영이 KBS 내부정보를 국정원에 제공하며 저지른 언론장악 부역행위의 전말을 밝히라.

하나. 재수사 중인 ‘민주당 도청 의혹 사건’의 진상을 낱낱이 밝히고, 고대영을 비롯한 관련자들을 엄벌하라.

2017년 11월 1일
KBS･MBC 정상화 시민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