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도처유(言論到處有)기레기의 시대다.

모든 언론 뉴스가 사실로 받아들여지던 시절이 있었다. 동료들 사이에서 의견 충돌이 일어났을 때 “그거 신문에 났어.” 하면 논쟁이 해결되었다.

인터넷과 sns의 발달로 누구나 기자가 될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언론이라는 전문 조직을 통하지 않아도, 그 조직에서 전문 직업인으로 활동하지 않아도 기자 노릇을 할 수 있는 시대다. 시민들은 더 이상 전문 기자의 눈으로만 세상을 들여다보지 않는다.

언론 환경의 변화에 따라 시민들은 기자들이 그 동안 부렸던 횡포를 깨달았다. 기득권에 속해 세상의 기득권을 유지하려고 했고, 가진 자와 힘 있는 자의 편에서 세상을 바라보았다.

‘기레기’의 탄생이다.

〈뉴스타파〉가 2014년 12월 24일 보도한 〈민언련 창립 30주년 특집 - 언론실태보고 ‘기레기’〉 방송화면 중 세월호 유가족 발언 모습

언론이라는 전문 조직을 거친 뉴스와 시민 기자의 인터넷, sns 뉴스의 차이는 게이트키핑이다. 전문 기자는 오랜 훈련을 통해 형성된 내적 게이트키핑 시스템을 거쳐 기사를 작성한다. 전문 기자가 작성한 기사는 전문 조직에서 다시 데스크의 게이트키핑 과정을 통과하여 시민에게 전달된다. 여기에는 직업 윤리, 사회적 가치 등 다양한 체계적 요소들이 작동한다.

시민 기자의 뉴스는 체계적 게이트키핑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 일반 시민의 정서가 게이트키퍼일 뿐이다. 일반 시민의 정서에 부합하면 확산되어 사회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그렇지 못 하면 존재감 없이 사라진다. 시민 정서를 게이트 키퍼로 하는 시민 기자의 뉴스가 확산되면서 전문 기자의 뉴스도 사실 여부가 아니라 나의 정서와 맞지 않으면 기레기 기사가 된다.

전문 기자의 자업자득이다. 그들은 게이트키핑 과정에 슬며시 스며들어 있는 기득권 옹호 메커니즘을 의식,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여 스스로 뉴스의 진실성을 갉아먹었다.

그러나 자업자득이라고 고소해 하기에는 사회적인 피해가 너무나 크다.

요즘 웬만한 기사의 댓글에는 ‘기레기’가 등장한다. 김정은과 트럼프가 강대강으로 치닫고 있다는 기사는 “전쟁 불안을 키우려는 기레기들의 장난”이다. 청와대 인사에 여당 일부에서 불만을 표시했다는 기사에는 “기레기들이 없는 분열을 조장한다”고 비난한다. 기자는 기레기일 뿐이기 때문에 언론이 전달하는 세상을 그대로 흡수하기보다는 자신들이 보고 싶은 대로 받아들인다. 뉴스 수용의 기준이 사실, 진실이 아니라 정서가 되어버렸다.

240번 버스 운전기사는 순식간에 죽일 놈이 되었다. 그는 다행히 딸의 호소 등으로 극적으로 기사회생했지만, 우리가 인터넷이나 sns에서 접하고 비분강개하던 대상 가운데 얼마나 많은 억울한 사람들이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

있는 그대로가 아니라 바라는 대로만 세상을 본다면 결과는 뻔하다. 나만 옳고 나와 다르면 모두 틀린,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이 있을 뿐이다.

기레기라는 표현의 정서적 통쾌함에 머물지 말고 그 반향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관리자  freemediaf@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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