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일본 현대, 어느날 범생이처럼 생긴 남학생이 전학와요. 애가 이상해요. 시도 때도 없이 ‘스미마셍’ ‘스마나이’에요. 미안하대요. 죄송하대요. 선생이 급우들한테 자기소개 하라니까 다짜고짜 ‘미안하다’는 말부터 해요. 다른애들이 슬슬 괴롭혀요. 화장실까지 끌고가 괴롭혀요. 근데 당하는 놈이 오히려 계속 미안하다고 해요. 황당.

같은반 여학생이 수업 끝나고 집에 가는데, 누가 쫓아와요. 오싹하게 생긴 계집애에요. 계집애, 한다는 말, “언니 뇌를 빨아먹고 싶어!” 여학생은 도망가다 트럭에 치여 병원가요. 남학생이 병문안을 와요. 여학생 부모에게 사과해요. 남학생은 계집애가 부모가 어렸을 때 죽어서 자기가 키운 동생이래요. 남학생이 무릎꿇고 사죄하니, 여학생 부모는 경찰도 부르고 않고 그냥 넘어가줘요.

남학생은 매일 병문안을 오고, 올 때마다 미안해 타령을 해요. 근데 희한하네, 슬슬 여학생은 남학생의 미안해 소리를 들으면 살살 녹기 시작해요. 여학생은 사랑에 빠져요. 퇴원해요. 길을 걸으며 남학생이 고백해요. “학대하는 부모였어. 나는 그 상황을 이겨내기 위해 개구리, 도마뱀, 쥐 등 작은동물들을 고문하고 뱀을 잡아 죽였어. 그때부터 동생이 이상해졌어. 내가 죽인 뱀이 저주를 내린거야. 어쩌구저쩌구....”

한편 계집애는 지속적으로 이웃 사람들을 괴롭혀요. 오빠는 쫓아다니며 사과해요. 어느날 여학생은 어떤 기운에 끌려 같이 무릎을 꿇고 사과해요. 희한하네, 그랬더니 기분이 좋아져요. 여학생은 남학생의 집을 가보고 싶어해요. 여동생과 친구가 되고싶어 해요. 남학생은 미안하다며 거절해요. 여학생은 몰래 그 집을 찾아가요. 여동생이 튀어 나와요. 그리곤 오빠의 비밀에 대해 얘기해줘요,

“오빠는 뱀을 죽여 악령을 부르는 의식을 치렀어. 그날밤 뭔가에 씌워 밤새 ‘미안해’ ‘용서해줘’ 타령이더군.” 여학생이 믿지 않자 계집애는 찬장을 열어요. 찬장 안에는 두 사람의 머리가 잘린채 세워져 있어요. 논과 코에서는 녹아버린 뭐가 줄줄 흘러나오고 있어요. 여학생은 기겁해서 그집에서 도망나와요.

그날 저녁. 여학생 가족은 식탁에 앉아 저녁식사를 해요. 그때 여학생 부모의 코에서는 콧물아닌 콧물이 정신없이 흘러나와요. 다음날. 여학생은 학교에 가요. 난리 났어요. 선생, 학생 등 모든 사람들이 콧물아닌 콧물을 흘리고 있어요. 전학생, 여동생만 멀쩡해요. 미안해는 악령을 부르는 주문이었던 거에요. 저주의 주문이었던 거에요. 이상, 이토 준지의 ‘용해교실(溶解?室)’ 요약이었어요.

(2)

한국, 어느날 범생이처럼 생긴 정치인이 나타나요. 대통령에 출마해요. 애제자가 제보조작이라는 오싹한 짓을 저질러요. 들켜요. 범생이 등이 줄줄이 나와서 사과하기 시작해요. 도대체 사과를 몇 번 하는지 정신이 없어요.

이들의 미안해는 악령을 부르는 주문은 아니에요. 저주의 주문도 아니에요. 근데 사과를 받을 때마다 기분이 나빠져요. 불쾌해져요. 왜그럴까요. 사과인지 변명인지 도무지 알 수 없기 때문이에요. 머리들의 꼬리 자르기, 선긋기 사과이기 때문이에요. 근데 다시 시작한다네, 나참.

국민의당 대국민 사과문

국민의당은 한 당원의 불법행위와 이를 제대로 걸러내지 못한 잘못이 결코 책임을 피할 수 없는 일임을 철저하게 반성하고 있으며, 당의 체질을 개선하는 계기로 삼아 국민 앞에 다시 서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검찰수사 결과를 두고) 당 진상조사위원회가 이미 발표한 내용을 재확인 한 것이며,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했던 당의 조직적 개입 의혹을 말끔히 배제 한 것이어서 무척 다행스럽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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