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일랜드 시골 마을. 어디선가 날카롭고 음침한 여인의 곡소리가 들려와요. 곡소리를 들은 사람들은 기겁을 해요. 누군가가 죽었다는 걸 알려주는 소리이기 때문이에요. 누군가가 죽을 것이라는 예언의 소리이기도 해요. 그 소리가 우리집 가까운 곳에서 들려온다? 우리 가족 중 누군가가 죽는다는 얘기에요.

곡소리의 주인공은 별명이 ‘울부짖는 유령’ ‘울부짖는 여자’인 여귀 밴시에요. 얼굴이 창백하고 못생긴 노파에요. 하지만 메이크업만 하면 젊고 아름다운 여인으로 변신해요. 흰 소복을 입고 다녀요. 푸른옷을 입고 나타나는 경우도 있어요. 흰색 망토를 걸치기도 해요. 머리 길게 산발하고 돌아다녀요.

하지만 사람 눈에는 그냥 흐릿하게 보일 뿐이에요. 얼굴과 몸의 윤곽이 제대로 보이지 않아요. 보일 듯 말 듯 하는 반투명 존재에요.


(2)

지난 1월 한국. 조윤선이 구속영장 실질심사에서 눈물을 터뜨렸어요. 자신을 변명하는 내용을 메모지에 적어 낭독했는데 특검이 조목조목 반박하자 울었어요. 특검의 반박이 자신의 죽음을 예고하는 것처럼 들려 곡소리를 낸 거에요.

조윤선의 별명은 신데렐라, 친박공주, 앵무새에요. 박근혜 덕에 공주가 된 신데렐라는 결국 박근혜 때문에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어요. 앵무새라는 별명은 “난 블랙리스트 그런 거 하나도 몰랑”을 앵무새처럼 무한반복해서 붙은 별명이에요. 결국 앵무새도 울고 말았어요.

조윤선 연관 검색어 가운데 하나는 미모였어요. 이언주, 나경원과 함께 서울대 얼짱 삼인방이었대요. 그런데 어느날 조윤선이 노메이컵에 산발머리로 나타났어요. 사람들은 “조윤선 맞냐?” “대역 아니냐?” “하룻밤 사이에 달라도 너무 달라졌다” 등의 반응을 보였어요.

조윤선은 흐릿하게 보이기는커녕 아예 투명인간이 됐어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자 정의당 원내대표 노회찬이 28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이렇게 이렇게 말했어요.

“이 판결대로 하면 조윤선 전 장관은 투명인간이라는 것.... 법원이 조윤선 전 장관에 대해 위증죄만 인정을 하고 직권남용에 대해서는 인정하지 않았다. 그런데 블랙리스트를 이용해 어디는 돈을 더 주고 어디는 돈을 덜 주고 작업을 한 태스크포스(TF)가 정무수석실 산하에 있었다. 조윤선 전 장관이 정무수석인 상태에서 그것이 진행되는 걸 다 알고 있었다. 그럼 그걸 중단시킬 권한도 있었던 것이다.... 이것도 직권남용에 속하는 것이다. (블랙리스트) 진행이 되도록 방조한 것이기 때문에 공범관계에 있다고 봐야 한다.

김기춘 전 실장이 지시하고 다 했다고 이번에 인정했는데 김 전 실장과 공범관계에 있는 게 조윤선 전 정무수석이었고 문체부 장관이 된 이후에도 계속해서 그걸 실행했기 때문에 공모관계를 인정해야 되는데 그걸 안 했다는게 이번 판결의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법조인 출신들끼리 이제 봐주고 그런 관계 아니냐는 의혹을 살 수도 있는 것.... 이것이 공정한 재판이었다고 많은 국민들이 느끼지 않고 무죄의 근거가 납득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판에까지 영향을 줄 우려가 있다.... 법원이 (블랙리스트 파문과 관련해) 너무 역할이나 책임에 대해 축소해서 재단을 한 것으로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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