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언론실천재단은 지난 3월 30일부터 ‘민주 언론인 삶의 기록’영상 작업을 시작했다. 이 작업은 지난 1975년 3월 17일 새벽 동아일보사에서 쫓겨난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동아투위) 위원들의 증언을 영상으로 기록하는 일이다.
동아투위 위원들은 민주 언론 자유 투쟁, 민주화 운동 및 한겨레 신문 창간 등 대안언론을 만드는데 앞장서온 한국 민주주의 기획자들이자 투쟁가들이다. 해고 당시 20-30대의 청년들이 지금은 백발의 노인들이다.
안타깝게도 그들의 노고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는 사라지고 있는 상황에서 동투 위원들이 한 분 두 분 세상을 떠나거나 병마와 싸우고 있다. 그래서 자유언론실천재단은 한국 민주주의 발전과 자유언론인의 모범을 보여주신 동아투위 위원들의 영상 작업을 기획했다. 다음은 동아투위 이미지 작업 총책임을 맡고 있는 김력균 전 경인방송(OBS) PD와의 인터뷰다.

- 한국 언론에게 동아투위는 무엇인가?
동아투위 위원들은 한국 언론운동의 원형을 만드셨고 유신독재와 싸움으로써 한국 민주화에 기여하셨다. 즉 한국 민주주의의 교두보를 마련하신 분들이시다. 그들의 투쟁은 한국권력 부조리와의 싸움이었다. 아직도 그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그들이 해고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권언유착의 구조 때문이었다. 영구 집권을 노리는 박정희 정권은 언론 통제 필요성이 절실했고, 언론사세 확장을 노린 동아일보 김씨 사주들은 언론 특혜가 필요했다.
박씨와 김씨 권력자들의 이해 공유가 젊은 언론인들을 길거리로 내몬 것이다. 권언유착의 구조적 모순을 타파하기 위한 동아투위 위원들의 노력은 자연스럽게 민주언론운동을 시작하게 만들었고, 독재정권 타도 운동을 위해 재야세력과 연대하도록 했다. 정치와 언론권력이 어떻게 유착관계를 유지하는지 파악한 동투위원들은 ‘말’지와 ‘한겨레’신문 같은 대안언론을 만드는데도 앞장섰다. 그래서 나는 동아투위 위원들을 한국 민주언론의 원형이라고 명명하고 싶다.

- 영상기록물에는 어떤 내용들이 들어갔나?
7월 14일 현재까지 진행된 작업은 대담형식의 인터뷰다. 선배님들의 모습과 육성을 영상으로 기록한 것이다. 카메라 샷이 미디엄과 풀샷 두 가지 뿐이다.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는 의미다. 스토리를 만들 수 있는 추가 촬영이 필요하다. 몇 분의 선배님들의 시각으로 동투와 관련된 사건을 재구성하거나 역사적인 현장을 방문할 것이다. 오는 10월 24일 이번 촬영과 관련된 영상을 선보일 생각이다. 다큐멘터리로 만들고 싶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아서 걱정이다.

- 영상 작업을 하면서 특별히 느낀 점?
동아투위 문제는 과거 역사속의 사건이 아니라 현재형이라는 점이다. 1975년 박정희 유신 정권과 결탁한 동아일보 사주는 자유언론실천을 요구하던 113명의 동아일보사와 동아방송 소속 기자와 PD 등 언론인들을 해고했다. 20세기 한국 언론 사상 최초의 언론인 대량 해고 사태였다. 이 사태는 1980년 전국 신문과 방송사, 2000년 중반 YTN, MBC 및 KBS에서 비슷한 형태로 반복됐다.
단지 언론인들의 소속 회사와 해고된 당사자들의 이름만 다를 뿐이다. 시대를 건너뛰면서 언론인 대량 해고가 반복되고 있다.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한 정치권력이 언론사주들과 결탁, 언론 자유를 외치고 실천하는 언론인들을 현장에서 쫒아내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반복되는 언론인 대량 해고라는 악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한국 언론이 반드시 해결해야 할 시대적 사명이라고 생각한다.

- 김 피디도 복직 투쟁을 하고 있지 않나?
저도 최근 경인방송(OBS)에서 해고 통지를 받았다. 어이가 없었다. 좋은 방송을 만들기 위해 열심히 일했는데 그 댓가가 해고라니…. 왜 경영진의 잘못된 행위의 결과를 언론 노동자에게 전가하는지 모르겠다.
이 같은 문제는 언론 구조개혁을 통해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해고 덕분에 동투 영상 작업에 합류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지만…. 영상 작업을 하면서 선배님들의 고통과 슬픔을 공유하면서 마음이 많이 아팠다. 동시에 자유언론실천 의지를 꿋꿋이 지켜 주셔서 감사하고, 후배로서 책임감을 많이 느낀다.

* 이 글은 자유언론실천재단 소식지 2017.7.25.자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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