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는 대한민국 최고의 방송사였습니다. 신뢰도와 영향력, 대학생들이 가장 입사하고 싶어하는 언론사 모두 부동의 1위였습니다. 국민과 시청자들은 마봉춘이라는 애칭을 붙여주었습니다. 그런 MBC가 순식간에 최악의 방송사로, 아무도 보지 않는 3류 방송으로 전락했습니다. 불과 9년 만에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MBC에 대한 권력의 점령 작전은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촛불집회로 맞은 위기 국면에서 이명박 정부는 곧바로 MBC를 위기의 근원으로 지목하고 치밀한 작전을 시작했습니다. 방송통신위원장에 최측근 최시중을 임명하고, 검찰을 동원해 PD들을 체포하고 MBC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도했으며, 뉴스데스크 앵커를 강제로 하차시켰습니다.

급기야 엄기영 사장을 중간에 쫓아내고 김재철 씨를 앉혔습니다. 김재철 씨의 임무는 당시 김우룡 이사장의 말에 따르면 “MBC내 좌파 척결”이었습니다. 유능한 기자와 PD들을 일에서 쫓아내기 시작했고, 출연진들을 강제하차시켰습니다. 일부 간부들을 앞세워 편파 왜곡보도를 일삼았습니다.

한국 언론사상 최장기였던 2012년 MBC 170일 파업은 이런 권력의 MBC 점령에 맞선 방송 종사자들의 싸움이었습니다. 파업은 패배했고, 사측은 악랄한 보복 진압에 나섰습니다. 해고 6명, 중징계 108명, 기자와 피디, 아나운서 등 200명을 현업에서 축출해 유배시켰습니다. 노동조합을 상대로 195억 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고 통장을 가압류했습니다. MBC는 3류 방송으로 전락했고, 최악의 노조 파괴, 노동 탄압 사업장이 되었습니다. 기자들을 쫓아낸 빈 자리에100명 가까운 대체 인력을 경력 기자로 뽑아 채워 넣었습니다. 채용 면접에서는 지역과 사상을 검증했습니다. 신뢰도와 영향력은 끝없이 추락했습니다.

김장겸 사장은 이 MBC 추락 과정에서 핵심 실세였습니다. 그는 2011년 정치부장, 2013년 보도국장, 2015년 보도본부장에 이어, 지난 2월 사장까지 유례없는 수직상승을 했습니다. 그가 주도한 편파, 왜곡 보도는 너무 많아서 일일이 설명하기도 어렵습니다. 이명박 대통령 내곡동 사저 매입 누락 축소, 조선일보도1면 톱으로 쓴 장관 인사청문회 기사 줄줄이 누락, 2012년 대선 ‘안철수 후보 논문 조작’ 날조 보도, 세월호 참사 유족들을 모욕하고 조롱했습니다.

대통령 탄핵 국면이던 지난 2월, 박근혜가 임명한 이사들은 김장겸 씨를 사장으로 선임했습니다. 그를 선출한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은 수많은 간첩 조작 사건을 수사했고, 문재인 대통령을 공산주의자라고 주장한 공안검사 출신 아스팔트 극우파 고영주 씨입니다. 그의 사장 취임식이 열리던 2월28일, 사측은 PD들이 준비하고 있던 촛불과 탄핵 다큐, 6.10 항쟁 30주년 기념 다큐를 잇따라 불방시켰습니다. 담당PD는 유배 보내거나 징계했습니다. 대통령이 바뀌었지만 여전히 기자와 피디들이 현장에서 쫓겨나고 인사위에 회부돼 징계받고 있습니다. MBC는 지금도 겨울입니다.

노동조합과 사내 43개 직능단체들이 MBC 전 직원 3,09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95.4%가 김장겸 사장의 퇴진을 요구했습니다. 이 정도면 사장으로서 더 이상 직무 수행이 불가능한 상태입니다. 노동조합은 공정방송 보장의 최소 장치였던 단체협약을 파기하고, 불법 해고, 부당 징계, 부당 전보, 노조탈퇴 종용, 가입 방해 등 온갖 위법행위를 저지른 전현직 경영진들의 형사책임을 묻기 위해 노동청에 특별근로감독을 신청했고, 현재 감독당국의 조사가 진행 중입니다.

1974년 독재정권의 압제에 도전했던 자유언론실천 선언은 지금도 후배 언론인들의 가슴 속에 지표로 남아 있습니다. 그 정신이 MBC에서는 노동조합으로 살아 있습니다. 가장 악랄했던 방송 장악, 노조 탄압에 맞서 MBC 구성원들은 용감하게 저항했습니다. 포기하지 않았고 끝까지 버텼습니다.

이제 우리가 MBC 암흑시대 9년을 끝내겠습니다. 헌법 21조 언론자유를 회복하겠습니다. 방송 독립과 공정성을 되찾겠습니다. 암 투병 중인 해직 기자 이용마도, 해직 PD 최승호도, 얼굴이 지워진 아나운서들도 모두 제자리로 돌려놓겠습니다. 언론 자유를 염원하는 국민과 시청자가 저희 뒤에 있음을 믿고, 반드시 김장겸을 끌어내리겠습니다. MBC를 국민 품으로 돌려놓겠습니다.

* 이 글은 자유언론실천재단 소식지 2017.7.25.자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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