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하산의 방구

옛날, 어떤 마을에 아브 하산이라는 상인이 살았어요. 하산은 열심히 일해 부자가 되었지만 젊은시절 아내와 사별한 아픔이 있었어요. “재혼 혀. 녹슬어.” 친구들은 날마다 새장가를 들라고 성화였어요. 녹슨다는 말에 충격을 받은 하산은 재혼을 결심했어요. 매파가 들락거리더니 아라비안 양귀비를 소개해줬어요. 양귀비의 미모에 충격을 받은 하산은 결혼식을 서둘렀어요.

결혼잔치는 성대했어요. 잔치음식도 대단했어요. 낙타 통구이까지 준비했어요. 하객들은 먹고 마시고 노래하고 춤추고 신나는 시간을 보냈어요. 하산도 잔뜩 마시고 잔뜩 먹었어요.

“신부 기다려, 이제 그만 먹고 가봐” “밤이 깊었어. 아라비안 나이트여” 사람들이 하산의 등을 떠밀었어요. 하산은 못이기는 척 신방에 들었어요. 신랑은 벌렁거리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신부를 기다렸어요. 어떻게 하면 멋져 보일까, 이렇게 저렇게 폼잡기를 반복했어요.

드디어 신부 입장. 신랑은 연습한대로 우아하게 일어서 신부를 맞이하려 했어요. 한데 일어서는 바로 그 순간 하산의 똥꼬가 갈라지며 “뿌아앙!” 하고 방구가 터져 나왔어요. 그 소리가 얼마나 우렁찼는지 밖에 있던 하객들도 그 소리를 다 들었어요. 하객들은 신랑신부가 들을까 조그만 소리로 속삭였어요.

“깜놀!” “컥컥, 물좀 줘. 낙타고기가 목에 걸렸나벼” “크으, 냄새 죽인다” “방구소리 우렁찬 거 보니까, 신랑이 오늘 힘깨나 쓰겄어” “자넨 방구소리를 듣지 않고 보는가?” “이 소리가 아닙니다, 저 소리도 아닙니다....” “종근당? 막말 회장? 운전기사헌티 말인지 방군지 막 내지르는 사람?” “이 소리 저 소리는 보령제약인디” “신랑이 신부한테 이쁨받으려고 알랑방구 뀐 거 아녀?” “그게 뭔소리여, 말이여 방구여” 소근거리는 소리였지만 왁자지껄, 우하하하.

오늘의 남자 주인공. 그 자리에서 혀를 깨물고 죽고 싶었어요. 창피함, 부끄러움, 수치심, 자괴감.... 자신의 나약한 괄약근이 원망스러웠어요. 하산은 뛰쳐나와 마당에 있던 당나귀에 올라탔어요. 하산은 그렇게 어둠 속으로 사라졌고, 그 뒤로 아무도 그를 보지 못했어요.

뒷얘기는 간단히. 말에서 내린 하산은 인도 가는 배에 올라탔어요. 하산은 인도에서 성공했어요. 인도 왕의 정규직 호위대장이 된 거에요. 하산은 그렇게 10년을 인도에서 살았어요. 그러나 향수병이 점점 도지고 있었어요. “한국속담에 십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는데, 고향땅은 지금 어떻게 바뀌어 있을까. 내 방구가 알랑방구라고 하던 놈은 잘 살고 있을까.”

하산은 인도 왕에게 사표를 내고 고향 가는 배에 올랐어요. 고향에 도착한 하산은 누가 알아볼까 두려워 누더기 거지꼴로 변장했어요. “벌써 10년.... 한번 실수는 방구지상사.... 이제 사람들도 내 방구사건은 다 잊었겠지.... 아냐, 방구냄새가 아직 날지도 몰라....”

하산은 국정원 도움없이 동네를 돌며 민간인 방구관련 정보를 수집했어요. 일주일을 돌아다녔지만 방구 얘기 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어요. 8일째 되던 날 밤, 하산은 마을에서 좀 떨어진 외딴집 처마 밑에 앉아 피곤한 다리를 달래며 중얼거렸어요. “아아, 이제 내 방구는 잊혀진 겨. 인간은 망각의 동물....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이제 눈치봐서 고향땅에 재정착해야겄어,..”

하산이 이렇게 혼잣소리를 하고 있는데 문득 무슨 소리가 들렸어요. 그 집 모녀의 대화였어요. “엄니, 내가 태어난 날이 은제여? 누가 내 생일 갖고 점을 쳐준댜.” “니 생일? 아브 하산이 결혼기념으로 방구 뀌던 날이여.”

아아, 하산은 다시 배 타고 인도로 갔어요. 하산은 그렇게 타국에서 쓸쓸하게 살다 삶을 마쳤어요. 향년미상. 인생무상, 세월무상, 방구무상....


(2) 언년이의 방구

옛날, 한국 여의도에 언년이라는 국회의원이 살았어요. 언년이는 자신을 국회의원으로 만들어준 당을 걷어차고, 국물의당으로 옮겼어요. 국물의당 대장은 “천군만마를 얻은 것 같다”며 기뻐했어요. 국물의당은 잔치를 벌였어요. 언년이는 기뻐하며 통낙타 등 잔치음식을 잔뜩 먹었어요.

“언년이, 그만 먹고 이제 일좀 해야지” 국물의당 사람들이 언년이의 등을 떠밀었어요. 언년이는 벌렁거리는 가슴을 쓸어내렸어요. 무슨 일을 해야할지 걱정이었어요. 언년이는 자신의 소질과 재능에 대해 연구했어요. 자기분석을 끝낸 언년이는 방구를 뀌어 국물의당 사람들을 재밌고 즐겁게 해주기로 했어요. 언년이는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더욱 재밌어 할까, 이렇게 저렇게 폼 잡으며 방구연습을 반복했어요. 드디어 언년이의 방구쇼가 시작됐어요. 과식 후유증 때문인지 논스톱 연속방구였어요. 그냥 방구가 아니라 막방구였어요.

“언년이 저거, 방구여, 말이여?” “말은 말 아녀? 한국말” “암만 봐도 방구 같은디....” “자넨 방구를 어떻게 봐?” “하여간 냄새는 되게 구리구먼” “안철수헌티 이쁨받으려고 알랑방구 뀌는 거 아녀?” “그게 뭔소리여, 철수 요새 끗발 하나도 읎어” 왁자지껄. 우하하하.

언년이는 사람들이 자신의 방구에 대해 떠드는 소리를 다 듣고 있었어요, 하지만 창피함, 부끄러움, 수치심, 자괴감.... 이런 거 하나도 없었어요. 한번 실수는 방구지상사.... 이런 후회나 자책도 없었어요. 뭘 원망하지도 않고 당나귀를 타지도 않았어요.

사람들은 언년이 방구 뀐 날을 달력에 메모하기 시작했어요. “알바 첫출근 하는 날-언년이가 사장한테 알바 월급 떼여도 신고 않는 게 공동체 의식이라고 방구 뀐날” “시어머니 방문. 저녁 차려드려야 함-언년이가 ''밥하는 아줌마'' 어쩌구 방구 뀐 날.” 뿌웅~.

관리자  freemediaf@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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