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처녀와 살모사

“농사꾼은 농사 잘 짓는기 잘사는 긴데, 한참 모 심굴 때 비 몬 오구로 하문 우짜노.” “또 전염병이 얄라궂이 유행하지 않겠노” “그 살무새 동네 고마 몬살게 해야 된단 말이라.” 폭포 아래 소에 살던 살모사는 동네사람들을 괴롭혔어요. 견디다 못한 사람들은 살모사를 만나 대화를 해보기로 했어요. 찾아가 원하는게 뭐냐고 물어보기로 했어요. 물어보니 대답했어요. “원하는 기? 너거가 매년 이쁜 처녀를 하나 바치라. 산 처녀를 돌라 그기다. 그래 해야 너거 동네가 편타.”

사람들은 그때부터 페미니스트들의 비판을 받아가며 매해 미스동네 선발대회를 열었어요. 이쁜 처녀를 뽑아 살모사한테 바쳤어요. 살모사는 행패를 멈췄어요. 근데 해가 갈수록 동네딸들이 줄어 들었어요. 부모들은 딸을 빼돌렸어요. 이제 어쩌나, 동네사람들은 집단고민에 빠졌어요. “이기, 낭패다” “놈이 처녀 안 주만 난리지랄 아이가” “동네에 처녀 씨가 다 마르겠다” “진즉에 말랐다” “우야노, 후우.”

동네사람들은 촌장을 찾아갔어요. 촌장한데 딸이 하나 있었거든요. 말로는 고민상담차 방문이라고 했지만, 사실은 그 딸 내놓으라는 압력이었어요. 사람들이 돌아가고, 촌장은 슬펐어요. “쏘가 을매나 깊노. 실고리 다섯 개를 넣어도 밑에까지 안 대인다카지 않나. 게다가 살무새는 몇백년이나 묵은 늙은놈 아이가. 후우.”

촌장의 딸은 상머스마 황소고집 처녀였어요. 요즘 유행어로 걸크러시였어요. 그것도 초강력. 하여간 촌장이 땅 꺼져라 딸 걱정 하고 있을 때, 마침 밖에 사냥 나갔던 딸이 돌아왔어요. 아버지는 소리를 버럭 질렀어요. “니 그리 맨날 사냥질에 활쏘기만 하나. 산에 호래이도 쌨다.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아나. 하아, 내가 니 밉어 죽겄다.” 그 딸이 어려서부터 똑똑했어요. 아빠를 달래가며 자초지종을 다 듣더니 한다는 말, “지가 갑니더.”

아빠는 딸의 고집을 꺾을 수 없었어요. 결국 딸은 살모사 있는 곳으로 떠났어요. 마을사람들은 뒤에서 이런 말을 나눴어요. “우리가 모 죄 있나. 아모리 말기도 지가 우기갖고 가는 기라” “근데 아가 활은 와 짊어지고 가노?” “실꾸리도 다섯 개 가져간다 카더라.” “아가 살무새랑 한판 붙겠다꼬?” “하이고, 어림없다”

“입수!” 폭포에 도착한 딸은 망설이지 않고 소로 풍덩했어요. 잠시 후, 놀라운 일이 눈앞에 펼쳐졌어요. 어마어마한 양의 검붉은 피가 소에서 치솟아 올랐어요. 또다시 잠시 후, 더 놀라운 일이 눈앞에 펼쳐졌어요. 둥둥, 화살 맞은 살모사가 소 위로 떠오르고 있었어요. 하지만 딸은 끝내 떠오르지 않았어요. “참 살무새를 가가 없앤 택인데” “꽃다운 아를 희생시킨 기 참 아깝다” “가 죽은 날을 택해서, 대접하고 그래 해야 한다” 동네사람들은 딸의 용기와 희생을 길이길이 칭송했어요.


(2) 정유라와 살모사

세월이 흐르고 흘러 살모사가 환생했어요. 강남 살던 살모사는 청와대를 들락거리며 사람들을 괴롭혔어요. 견디다 못한 사람들은 살모사를 촛불로 잡아 감옥에 가뒀어요. 살모사는 행패를 멈췄어요. 살모사와 친하게 지내던 김기춘, 우병우 등 살사모 회원들도 감옥에 가뒀어요. 한편 살모사는 살사모 도움을 받아 딸을 덴마크로 빼돌렸어요. 촛불 든 사람들은 덴마크에 있는 딸 데리고 오라고 압력을 행사했어요. 살모사는 딸이 걱정돼 슬펐어요. “감옥생활이 얼마나 힘든데....”

살모사의 딸은 고집 센 아이였어요. 요즘 유행어로 나름 걸크러시였어요. 그것도 초강력. 하여간 살모사가 감옥에서 땅 꺼져라 딸 걱정을 하고 있을 때, 덴마크에 나가있던 딸이 돌아오기로 했어요. “지가 갑니더.” 많은 사람들이 딸을 환영하기 위해 인천공항으로 마중 나갔어요. 사람들은 서로 이런 말을 나눴어요. “우리가 모 죄 있나. 지들이 죄 있다.” “맞다, 지덜이 나쁜짓 한기라.” “아가 마이 통통해짔네” “덴마크 구치소에서 감자 마이 묵어서 그렇다 안카나”

한편 엄마 살모사는 딸이 돌아오던 날 감옥에서 저혼자 슬픔의 샤우팅을 하고 있었어요. “니 그리 맨날 파티에 쇼핑만 하러 싸돌아 다녔다며!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아나. 하아, 내가 니 밉어 죽겄다.” 그 딸이 어려서부터 똑똑했어요. 똑똑한 사람들은 신문방송에 나오는 법이에요.

“최순실 궁지에 모는 정유라 ''살모사'' 증언”(YTN), “살모사의 길? 법정 나가서 왜 엄마 최순실에게 불리한 증언했을까”(조선일보), 헉헉. 신문 보고, 방송 본 사람들은 이런 말을 나눴어요. “아가 살무새랑 한판 붙겠다꼬?” “하이고, 어림없다” “아이다, 어림있다.” “근데 살무새 딸도 살무새 아이가?” “맞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사람들은 딸의 용기를 길이길이 칭송했어요.

‘살무사 폭포’ 전설

경상남도 거창군 북상면 월성리 내계 부락에 전해져 내려오는 전설. 지금은 물이 말라 소도 얕고, 폭포도 별볼 일 없다 함.

살모사

살모사(殺母蛇). ‘어미 잡아먹는 뱀’이란 뜻. 이거, 팩트체크. 결론은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살모사는 난태생. 하여 새끼가 태어날 때 꼭 어미 몸을 파먹고 나오는 것처럼 보임. 이 모습이 사람의 오해 산 측면이 있음. 그러나 막 태어난 새끼도 독을 갖고 있어 어미는 나무 위에서 새끼를 땅으로 떨어뜨리며 낳음. 새끼한테 물려 죽을까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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