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엄마가 불륜을 저질렀어요. 효자인 아들은 소문날까 걱정스러웠어요. 아들은 ‘침묵의 신’을 찾아 갔어요. 아들이 먼저 입을 열었어요. “말하기가 좀 거시기헌디, 부탁하나 들어줘. 엄마가 바람을 폈는디 이게 세상에 알려지면 좀 거시기해서.... 어떻게 소문좀 안나게 해줘.” 아들의 부탁을 들은 ‘침묵의 신’은 침묵의 신이라 말 없이 고개만 끄덕끄덕했어요.

불륜 엄마가 누구냐. ‘사랑의 여신’ 비너스에요. 바람기가 장난 아니었어요. 남편 ‘불의 신’ 불카누스의 눈을 피해 이놈 저놈 만나 엽색행각을 즐겼어요. 효자는 누구냐. ‘사랑의 신’ 큐피드에요. 참 사랑이 차고 넘치는 모자구먼. 사실 이 효자도 불륜사랑의 씨앗이에요. 비너스가 ‘전쟁의 신’ 마르스와 붙어 생겨난 자식이에요.

하여간 ‘침묵의 신’이 고개를 끄덕이자 효자는 그제사 안심하여 선물을 꺼냈어요. “거시기, 별건 아닌디 성의니께 받아줘.” 선물은 장미였어요. ‘침묵의 신’은 씨익 웃으며 장미 선물을 받았어요.

이때부터 장미는 침묵이 필요한 자, 누설이 두려운 자들의 꽃이 됐어요. 침묵의 꽃, 비밀보장의 꽃이 된 거에요. ‘서브 로사, sub rosa’는 ‘장미꽃 아래서’라는 뜻이지만 ‘남 모르게, 주둥이 다물고, 아가리 닥치고, 비밀스레 침묵 지키세....’라는 말을 하고싶을 때 쓰여요. 로마인들은 공식 만찬 자리에서는 밥상 위에 장미를 걸어두었어요. ‘장미 아래서’ 나눈 말에 대해서는 아닥, 주닥하여 반드시 침묵을 지키자는 의미였어요.

‘침묵의 신’은 이런저런 묘사를 보면, 그냥 벌거벗은 천진한 애에요. 애니까 늘 입으로 손가락을 빨고 있어요. 근데 이 손가락 빨기가 사실은 순진한 척 하면서 침묵이니 비밀이니 하는 세계에 발을 담그고 있다는 증거에요. “쉬잇....”


(2)

당원은 대장에게 충성하겠다는 일념으로 나쁜짓을 했어요. 제자는 스승에게 보은하겠다는 일념으로 나쁜짓을 했어요. 대장겸 스승은 당원겸 애제자의 나쁜짓으로 인해 저한테 나쁜소문이 날까 걱정스러웠어요.

대장은 ‘침묵의 신’을 찾아 갔어요. 대장이 먼저 입을 열었어요. “말하기가 좀 거시기헌디, 부탁하나 들어줘. 당원겸 애제자가 뭘 조작을 했는디 이게 세상에 알려지면 내가 좀 거시기해져서서.... 어떻게 소문좀 안나게 해줘.” 대장의 부탁을 들은 ‘침묵의 신’은 침묵의 신이라 말 없이 고개만 끄덕였어요. 근데 실패했어요. 동네방네 소문 다 났어요.

대장겸 스승에 관한 과거의 이런저런 묘사를 보면, 그냥 순수의 덩어리였어요. 이 더러운 세상에서 기적처럼 메시아처럼 나타난 아기예수같았어요. 애처럼 늘 손가락을 입에 물고 살아야 할 것 같은 캐릭터였어요.

근데 봤더니 순진한 척 하면서 침묵이니 비밀이니 하는 세계에 발을 담그고 있는 사람같아요. 대통령 문재인 아들 준용씨 특혜입사 의혹 제보 조작 논란에 대해 대선후보였던 안철수의 침묵이 29일에도 이어지고 있어요. 아닥주닥 모드에요. “쉿!”

하르포크라테스

이집트 출신으로 원래는 ‘아이 호루스’였음. 이집트 상형문자로 손가락 입에 물고 있는 모습은 ‘아이(子)’를 의미. 그리스 사람들은 이 포즈를 ‘쉿’으로 해석, ‘침묵의 신’으로 재탄생시킴. 예를 들면, 마르쿠스 테렌티우스 바로 왈 “손가락을 입에 물고 있는 하포르크라테스는 침묵을 나타내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구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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