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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이집트 사람들은 내세를 믿었어요. 사람이 죽어 심장이 멎어도 다시 살아나 어딘가로 간다고 여겼어요. 착한 놈은 하늘나라, 악한 놈은 지하세계로 간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나 인간은 착한 놈, 악한 놈이라는 단순 이분법으로 참 구별하기 힘든 존재에요. 개똥이는 대체로 착한 놈인데 악한 면도 있어요. 쇠똥이는 대체로 악한 놈인데 착한 면도 있어요. 이집트 사람들은 골치가 아팠어요.

고대의 이집트 사람들은 법 전문가들이었어요. 오늘날의 법학자들도 감탄할 정도로 법체계를 잘 갖춰놓은 사람들이었어요. 하지만 그들도 사람이 사람을 판단하는 일, 선악을 판단하는 일은 힘에 부쳤나봐요. 흐음, 이럴 때 가장 속편한 방법이 있어요. 신을 만들어 그 역할을 떠맡기면 돼요.

이집트 사람들은 죽은 자의 선악을 판단하는 자로 아누비스를 소환했어요. 사람이 죽으면 오시리스의 법정에 서요. 죽은 자의 재판이 열리는 곳이에요. 아누비스는 법정에서 죽은 자의 심장을 받아요. 아누비스는 ‘진리의 저울’로 심장 무게를 재요. 심장이 타조 깃털보다 가벼우면 죽은 자는 하늘나라로 가요. 무거우면 지하세계로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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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석 청구한 김기춘 “심장 언제 멎을지 몰라”.... 환자복 입고 출석.... (중략)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9일 환자복 수의 차림으로 법정에 나왔다. 김 전 실장이 수의를 입고 법정에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략) 김 전 실장은.... “심장은 뛰고 있는 동안엔 특별한 이상은 없는데 언제 어느 순간 멎을지 모르는 불안 속에 있다”고 말했다.(하략) / 연합뉴스, 2017.06.09.

김기춘. 박정희가 김똘똘이란 애칭으로 부를 정도로 독재자의 귀여움을 받던 자. 유신헌법의 산파. 통진당 해산 기획자. 김기설 유서 대필사건 기획자. 재일교포유학생 간첩 조작자. 민청련 사건 기획자. 초원복집 사건 기획자. 2차 인혁당 사건 조작자. 사형선고 18시간 만에 사형집행. 장준하와 최종길의 의문사 관련자로 의심받는 자. 그리고, 노무현의 탄핵을 주도한 자. 그리하여 그의 죽음에 한 원인을 제공한 자. 죽음의 기획자. 그의 이름에 붙어다니는 수많은 이들의 죽음. “나는 너를 쥐도 새도 모르게 고속도로에서 차로 치어죽일 수 있다”(김광일 회고록)

대한민국 현대사 굽이굽이마다 피에 젖은 데스노트를 펼쳐보던 자가 오늘 수의를 입고 자신의 심장, 자신의 죽음을 걱정하고 있습니다. 그의 심장 무게는 정말 얼마나 될까. 무거울까 가벼울까, 바보같은 생각을 해봅니다. 쓴웃음 짓게 만드는 ‘김기춘의 심장 걱정’ 뉴스들.....

아누비스

오시리스가 동생인 악의 신 세트(Seth)의 손에 죽자 갈기갈기 찢긴 시체를 베로 둘둘 감아 최초의 미라로 만듦. 이때부터 그는 죽은 자들의 신. 미라를 주관하는 신. 장의(葬儀)의 신이 됨. 저울의 수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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