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면당한 최초의 대통령 박근혜를 당선시킨 18대 대선을 돌아보면 이명박 대통령이 앞장섰던 종북 공세가 소름끼칠 만큼 심했다. 이명박은 군과 정부 조직을 동원한 종북 몰이를 시도했다. 국정원과 군사이버사령부의 대선 불법 개입까지 벌어지는 상황에서 박근혜가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뽑히지 말았어야 할 무자격자가 최고 권자에 오른 뒤 결국 국가 공동체를 송두리째 망가뜨렸다. 이번 19대에는 그런 일이 되풀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교훈 차원에서 18대 대선 당시의 실상을 살펴보기로 한다.

2012년 10 월 대선을 두 달 여 남겨둔 시점에서 매카시즘 광풍이 불자 선거판이 이념논쟁 쪽으로 치달았다. 대통령과 군, 당시 여당이 약속이나 한 듯 종북 총공세를 편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실체가 애매한 종북주의 비판을 연이어 내놓자 군이 ‘종북주의는 국군의 적’이라는 라는 군 교육을 실시했다. 새누리당도 10.4 남북 정상 회담의 ‘비밀녹취록’이 존재한다는 주장을 내놓으면서 국민적 관심이 안보문제로 집중됐다.

당시 국방부의 종북주의 관련 표준 교안이나 ‘비밀녹취록’ 주장에 대해 일부 언론은 앵무새처럼 되뇌는 식의 무책임한 보도를 하면서 매카시즘 광풍을 부채질했다. 국방부가 종북 세력을 ''국군의 적''이라고 공식 규정하는 내용의 종북 실체 표준 교안을 전 군에 하달한 것은 이명박이 그 해 5월 공식적으로 ‘종북세력’을 비판적으로 언급한 뒤 나왔다.

이명박은 지난 2012년 5월 28일 라디오·인터넷 연설을 통해 북한이 아웅산 테러와 천안함 폭침을 우리 정부의 자작극이라고 주장하고 우리 국민 일부가 이에 동조한다고 말하면서 ‘종북세력’이란 단어를 직접 사용했다. 대통령이라는 최고 권력자가 국보법에 의해 생산된 , 이른바 친북 세력이라고 공격할 때 사용하는 용어를 처음 언급한 것이다.

이명박은 이어 그 해 6월 6일 제57회 현충일 추념사에서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려는 자들은 국민들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철통같은 안보 태세로 한반도 평화를 수호하고 도발에는 준엄하게 응징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이 ‘종북세력’을 거론하고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려는 자들은 국민들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한 것은 정부에 대해 비판적인 태도도 척결의 대상으로 포함시키면서 이념논쟁을 부추긴다는 비판을 받았다. 당시 이 대통령의 발언은 통합진보당 사태로 빚어진 여야의 논란과 공안정국, 색깔론 논란 속에 나온 것으로 대통령답지 않은 발언이었다.

이명박의 부적절한 발언이 나온 뒤 국방부는 반유신ㆍ반독재 민주화 운동을 종북행위라고 규정한 내용을 담은 `종북교재''와 `종북시험지’를 사용하다가 문제가 되자 이를 전량 폐기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표준 교안’을 전 군에 하달해 논란이 일었다.

당시 국방장관이던 김관진이 승인한 표준 교안은 "종북세력은 대한민국의 역사 부정을 통해 국가정체성을 부인하고, 용어혼란 전술과 사회 혼란을 통해 공권력의 무력화를 시도하고 있다. 그들은 실체를 감춘 채 배후에서 시위의 기획과 선동을 주도하고 있다"며 종북세력의 위험성을 악성바이러스에 비유했다<연합뉴스 2012년 10월 10일>.

이어 종북세력을 적으로 규정한 이유에 대해서는 ▲종북세력의 활동 목표가 북한의 대남전략 목표인 `한반도 적화''이고 ▲주한미군 철수와 국가보안법 폐지, 이를 통한 연방제 통일을 추구하는 북한의 노선을 그대로 추종하며 ▲북한에 밀입북해 직접 지령을 받거나 북한에서 남파된 간첩에게 포섭돼 대한민국을 파괴하는 이적행위를 하기 때문이라고 기술했다.

김관진이 표준 교안을 만들었던 시기는 국정원과 국군사이버사령부가 대선 등에 대비해 댓글 작전을 비밀리에 수행하던 시기와 엇비슷하다. 이명박 정권이 종북 공세를 빌미로 정보기관을 동원해 국헌을 문란케 하는 범죄를 저지르면서 표면적으로 전 군을 상대로 이념 공세를 공식화하는 짓을 국방부를 통해 벌인 것이다.

김관진은 2010년부터 2014년까지 국방장관을 지낸데 이어 오늘날까지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직을 맡고 있다. 그는 국군사이버사령부의 불법 대선 개입에 대해 이 부서의 최고 책임자인 장관인데도 전혀 몰랐다고 주장했고 지금도 건재하다. 종북 공작, 종북 공세라는 혁혁한 공헌이 이명박근혜 정권에서 얼마나 크게 보상을 받는지를 김관진은 온몸으로 과시하고 있다. 수구보수 세력의 귀감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명박의 대북정책 ‘비핵개방3000’의 당위성이 강조되면서 상대적으로 6.15 공동성명, 10.4선언의 역사적 의미가 왜곡되거나 부정되었다. 북한을 흡수통일의 대상으로 삼아 대화가 아닌 굴복을 요구하는 대상으로 삼았었다.

당시 조중동 등 족벌언론은 이명박의 대북정책에 박수갈채를 보내면서 그에 비판적인 입장은 친북 좌파로 몰아 종북 몰이의 그림자가 더 짙어지게 만들었다. 권언유착 속의 대북 강경책의 추진 결과 남북관계는 전쟁일보 직전의 상황으로 악화되었고 이명박 대통령부터 전쟁이라는 말을 입에 올리는 일이 일상화되었다.

이명박 정권은 국보법에 규정된 데로 북한은 지상에서 없애야 할 존재라는 점을 철저히 강조하면서 북한이 하는 일은 다 검은 속셈을 감춘 음모로 매도했다.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는 미국을 공격하기 위한 대륙간 탄도 미사일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당시 청와대는 우주산업 개발을 위해 위성 발사가 필요하다면서 수천억 원을 투입해 나로호 위성 발사를 시도했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블랙 코미디라 하겠다.

이명박은 북한 인권 문제도 북한에 대한 공세 무기로 악용했다. 미국도 자국 내 인권 문제가 심각하고 한국도 국제사회가 비판하는 인권문제가 방치된 공통점이 있었다. 그런데 자국 인권문제는 외면하면서 북의 인권문제는 규탄한 것이다. 북한의 지도자 계승이 그곳의 관련법에 의해 이뤄지는데도 철저히 이를 외면하고 세습으로 낙인 찍고 비판했다. 이에 대한 객관적인 접근과 평가는 거의 등장하지 않았는데 이 또한 국보법 때문이었다. 북한을 그 내부적 시각에서 접근하는 시도를 송두율 교수가 시도했다가 국보법으로 곤욕을 치른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이명박은 북의 급변 사태에 대비해 평양 진군 전략을 세워놓고 갖가지 군사훈련으로 북한을 자극하면서 북이 그에 대응하는 식의 상황이 벌어졌지만 언론은 제대로 비판을 하지 못했다. 이 또한 국보법 때문이었다. 모든 군사적 대치나 갈등에는 복합적인 원인이 있기 마련이지만 남북 대결 상황에 대해서는 북이의 원인이고 문제라는 식으로 언론에 대서특필되고 규탄의 대상이 되었다. 한미 두 나라는 언제나 정의의 실천자였다. 남북이 최첨단 무기를 동원해 합동군사훈련을 벌이면서 북을 압박하지만 이는 다 ‘악의 축’ 북한의 도발에 대비한 방어훈련이라고 미화될 뿐이었다.

이명박 정권은 천안함 사고의 경우 그 발생 원인을 놓고 논란이 자심하자 민관합동조사단이 ‘북이 아니면 누가 했겠나’라는 식으로 북한 책임론으로 몰아가면서 모든 자료를 거기다 짜 맞추는 식으로 결론을 내렸다. 대부분의 언론은 정부와 한 목소리로 북을 규탄하는 논조를 양산했다.

당시 박근혜는 대선 후보가 된 뒤 ‘천안함 폭침을 재조사하자는 주장은 반국가적’이라는 말을 전국 유세장에서 수도 없이 반복했다. 이런 현상이 지속될 수 있는 것도 국보법에 순치된 정치, 언론, 대중의 체질 때문이었다. 이명박의 종북 공세가 결국 세계가 손가락질한 무뇌아적 대통령을 만들었고 이에 대한 역사적 책임은 반드시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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