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정국이 되자 친일파 부호들도 살 길을 찾아야 했다.

다 같이 모여서 머리를 짜냈다.

"그래! 독립운동 했던 이들 다 집도 절도 없는 거지꼴들 아니냐. 집 한 채씩 갖다 바치자!"

그래서 이승만이 한 채(돈암장. 나중에 이화장)받았고, 김구가 한 채(경교장) 받았고, 김규식도 한 채(삼청장) 받았다.

하나같이 장(莊)이라고 이름붙은 거대 저택들이다.

심지어 공산당 박헌영도 한 채(혜화장) 받았다.

그제 점심 모시는 자리에서 대학 은사는 "이런 꼴로 어떻게 친일청산이 가능했겠냐"고 한탄하셨다.

장준하 선생의 「돌베개」를 읽고 백범의 초기 경교장 생활을 좀 알았던 나는 "해야 할 일은 많고, 거느려야 할 사람들도 많은데 거처할 곳도 없이 어떤 정치활동이 가능했을까요? 아무 것도 못하는 것보다는 낫지 않았을까요?" 항변 아닌 항변을 했지만 공허했고 쓰라렸다.

그렇다.

개혁이나 청산은 깨끗한 사람만이 할 수 있다.

문득 노무현 대통령의 수질론(水質論)이 떠오른다.

친일파 부호들로부터 집 한 채씩 얻은(혹은 빌린) 독립투사들은 아마도 ‘(소독)약을 타거나 정화하면 마실 수 있는 2급수’ 정도 될 것이라고 우겨 본다.

대한민국을 완전히 뜯어 고쳐 ‘재조산하’하려면 2급수도 좋지만 기왕이면 1급수가 최상이다.

어제 반기문 선생이 귀국했다.

귀국 일성에 “패권과 기득권은 안 된다. 정권이 아닌 정치를 바꾸겠다”고 큰소리치며 “통일된 일류국가를 위해 한 몸을 불사르겠다”고 했다.

자꾸 몸을 불사르겠다는 것이 민망하기도 하지만, 한국 사회 기득권의 최정점에 있는 인물이며 이명박 패권세력에 둘러싸인 그가 감히 할 말은 아닌 것 같다.

벌써부터 그에게서는 ‘목욕도 할 수 없는 4급수’ 냄새가 폴폴 풍기지 않는가.

관리자  freemediaf@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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