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인권 양희은 이승환 정태춘 강산에 조PD 안치환 이하늘 이정석 노브레인 미나 제리케이.... 대한민국 뮤즈들이 수백만 촛불 장엄하게 타오르는 광장에서 노래 불러요. “박근혜 내려오라”고 노래 불러요. “그게 당신의 처음이자 마지막이자 유일한 역사적 책무”라고 노래 불러요.

다음 촛불집회 땐 그리스 뮤지션 클레오스도 올거에요. 클레오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아홉 뮤즈 중 하나에요. 공연일정 빡빡하지만 무조건 오겠대요. 역사의 현장에 꼭 오겠대요. 광장의 이름없는 수백만 작은영웅들을 보러 오겠대요. 다다음 촛불집회 땐 다른 뮤즈 자매들도 몽땅 데리고 오겠대요.

클레오스가 역사의 현장을 방문하는 이유는 뮤지션이기도 하지만 역사담당이기도 해서에요. 아호도 ‘역사의 뮤즈’(Muse of History), ‘역사의 수호자’(Patron of History)에요. 옛날 그리스 역사가들은 역사책 쓸 때 클레오스에게 “제대로 쓰게 해달라”고 빌었다고 해요. 이렇게 역사에 관심이 많다보니 사람들한테 옛날얘기 들려주는 걸 좋아해요. 과거를 잊지말자는 거에요. 옛날을 왜곡하지 말자는 거에요. 그래서 한국 오면 박근혜 효도 역사교과서 찢어버리겠대요.

클레오스는 선언하는 존재, 포고하는 존재, 공포하는 존재이기도 해요. 선언서, 포고문 이런거랑 아주 친해요. 양피지로 만든 두루마리나 태블릿같은 걸 들고 다니는데 이게 다 그런거 혹은 역사랑 상관있어요. 최순실 들고 다니던 태블릿하고는 달라도 한참 달라요. 클레오스는 고대 그리스인들에게 문자를 전해준 존재이기도 해요.

성격이 괄괄해요. 이름에서도 이미 그런 성격이 드러나요. 클레오스라는 이름부터가 ‘영웅적 행동’을 뜻하는 옛날 그리스말에서 유래해요. 잘못된 걸 보면 참지 못하고 우리 국민처럼 영웅적으로 행동에 나서는 거에요. 공허한 말 대신 행동과 실천을 선택해요. 그래서 경우에 따라 싸움과 전쟁도 불사해요. 악과 불의에 대항하는 싸움이에요.

클레오스는 클라리온이라는 나팔을 잘 불어요. 근데 아무 때나 불지 않아요. 역사적인 사건, 역사적인 싸움이 있을 때만 불어요. 한국엔 4.19때, 5.18때, 6월항쟁 때 오셔서 나팔을 부셨어요. 오는 토요일 광화문 어디선가 나팔 소리가 들려면 클레오스의 클라리온 연주구나 여기시면 돼요.

헤로도투스가 클레오스의 방한을 앞두고 아테네국제공항에서 인터뷰했어요. 고대 그리스말로 진행한 인터뷰인데 현대 우리말로 옮겨볼께요.

헤로도토스 : 당신과 자매들은 잘 알려져 있으니 부모 소개 해달라.

클레오스 : 아빠는 제우스, 엄마는 므네모시네.

헤로도토스 : 사시는 곳.

클레오스 : 산에서 살지. 올림푸스 산, 파르나소스 산, 헬리콘 산 등. 헬리콘은 대형 취주악기의 이름이기도 해.

헤로도토스 : 뮤즈는 여성인데 전인권이나 이하늘도 뮤즈라 할 수 있나?

클레오스 : 구별 없이 다 쓴다. 이름이 아예 ‘뮤즈’라는 영국밴드가 있는데 멤버들이 다 남자들이다. 걔들 대표곡은 “Time Is Running Out”.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라는 뜻이야. 의미심장하지?

헤로도토스 : 여기저기서 당신 이름을 브랜드로 많이 쓰더라. 이름 로열티 수입은 어느 정도?

클레오스 : 수입관련은 오프더레코드. 한국에서도 내 이름 상품 브랜드로, 식당이름으로 많이 쓰더라. 근데 질문이 뭐 이러냐?

헤로도투스 : 죄송하고 본격 질문이다. 방한 결심 계기가.

클레오스 : 지금 광화문은 역사를 다시 쓰고 있는 현장 아닌가.

헤로도투스 : 가서 뭐할건데?

클레오스 : 뮤지션이니까 나팔도 불고, 노래도 하고. 또 역사 뮤즈니까 역사 얘기도 해야겠지.

헤로도투스 : 역사라.... 무슨 얘기?

클레오스 : 당신 《역사》 집필했지? 별명은 ‘역사의 아버지’고?

헤로도토스 : 《역사》는 페르시아 전쟁 얘기 쓴 거고, 별명은 키케로가 붙여준 거다.

클레오스 : 근데 그런 질문을 해? 내가 한국민들에게 할 얘기는 한마디로 “역사는 박근혜의 것이 아니라 여러분의 것”이라는 것이야. 박근혜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음모에 대해서도 까발릴거야.

헤로도토스 : 역사책 쓰는 건 쉬운 일이 아냐.

클레오스 : 그러고보니 당신 페르시아 전쟁사를 그리스 시각으로만 썼잖아. 그리스 체제가 뛰어나서 이겼다고 썼잖아.

헤로도토스 : (당황하며) 내 얘기 그만하고 박근혜 교과서 얘기나 더해보자.

클레오스 : 과정, 필자, 사관 몽땅 잘못됐어. 장관고시로 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했다는건데 이게 애시당초 법적근거가 없어. 내용도 오류 투성이야. 필자도 누군지 깜깜이로 감췄어.

헤로도토스 : 사관은 무슨 얘기?

클레오스 : 대표적인게 건국절 사관 어쩌군데 헌법위반이야. 항일투쟁, 독립운동, 대한민국 임시정부 다 격하시켜놨어. 아, 열받아!

헤로도토스 : 흥분좀 가라앉히시고.

클레오스 : 계속 흥분하겠다. 친일파 이승만, 독재자 박정희 미화시켰어. 유신, 새마을운동 다 몸에 좋은거였대! 5·18 왜곡하고 4·3 축소하고!

헤로도토스 : 모든게 양면성이 있지 않나?

클레오스 : 너 뉴라이트냐?

헤로도토스 : 그래도 역사교과서를 ‘박정희전’으로 바꿔치기 하는거 보면 박근혜가 효녀는 효녀 아니겠어?

클레오스 : 효도하려면 심청이처럼 지 몸 팔아서 하지 왜 애꿎은 역사책 건드리냐구!

헤로도토스 : 다, 다른 얘기하자. 당신은 다른 자매들하고 많이 다른 것 같다. 지향하는 음악도 그렇고.

클레오스 : 뭐, 꼭 이름을 대기는 그렇지만 어떤 자매는 한다는 음악이 맨날 사랑타령인건 사실이야. 난 그게 좀 못마땅하지.

헤로도토스 : 사랑타령도 중요하지.

클레오스 : 에잇, 사랑타령 그만하고 인터뷰도 그만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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