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침묵한다. 침묵의 의미가 애매하다. 사퇴 초읽기에 들어갔을까, 아니면 탄핵 속의 버티기의 몸 풀기인가? 청와대에서 딱 부러진 정치적 메시지가 나오지 않으면서 국정이 공전하고 국민들은 오는 주말에 또 광장에 또 나가 퇴진, 구속 수사를 외쳐야 하나를 생각한다.

세상은 바쁘게 돌아간다. 국내외 할 것 없이 삼라만상의 움직임은 여전하다. 청와대가 침묵을 지켜도 모든 것이 변화한다는 원칙은 변함이 없다. 사회의 움직임이 변화무쌍해서 그 미래에 대해 불교에서는 다인다과(多因多果)라 했다. 사회의 현재를 움직이는 원인이 다양해서 그 결과 또한 다양하다는 것이다.

박근혜 게이트의 결과에 영향을 미칠 요인들은 무엇일까? 수백만 촛불, 정치권력, 자본권력, 언론권력, 미국 등 국내외 요인들이 즐비하다. 이들 여러 요인들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고 힘겨루기를 하면서 박근혜 게이트의 결과를 만들어 갈 것이다.

현재 박 대통령은 사면초가다. 국민의 4% 정도의 지지를 받고 있으니 그 지지층은 한 줌도 되지 않는다. 광장으로 나온 2백 만 명의 민주시민들은 박근혜 퇴진, 탄핵과 구속 수사를 외친다. 촛불은 스마트 폰 등 sns으로 서로 연결된 전국적인 거대 조직으로 최대 정치권력이 되었다.

촛불로 상징되는 한국의 시민사회는 21세기형 전자 직접 민주주의의 실천 주체로 등장했다. 남녀노소가 동참하는 촛불은 평화적인 방법으로 국기 문란 퇴치, 헌법과 민주주의 회복을 세계 최초, 최대 규모로 외치고 있다. 박근혜 게이트를 통해 ‘정치 머슴인 대통령은 국민의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는 원칙을 학습한 거대한 촛불은 향후 직업적 정치집단에 정치개혁을 강력히 요구할 상수로 등장했다.

시민사회가 광장에서 전 세계를 향해 과시하는 최고의 선진적 민주주의 역량에도 불구하고 이 사회의 정치, 경제, 언론 세력들은 여전히 후진적인 과거의 틀에 갇혀 있다. 직업정치집단은 아직 새 정치를 담아낼 정치 머슴의 철학이나 방법론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여야 정치권은 탄핵, 하야, 개헌 등의 카드를 가지고 박근혜 이후의 집권에 대한 포석에 올인 하고 있을 뿐이다.

수권능력을 의심받고 무능, 무기력으로 지탄받던 야권은 박근혜 게이트로 나타난 돌발적 공간에서 제가 주인공인 것처럼 행동한다. 아무 것도 한 것이 없었던 주제지만 단지 야당이라는 것만으로 촛불 쪽에 다가와 눈치를 피면서 정권 탈환이라는 목표에만 집착하는 모습이다. 박근혜 게이트의 공범 신세가 된 새누리당은 친박 원로급과 초선 의원들이 대통령의 퇴진, 하야를 공개적으로 요구하는 등 게이트 이후에 대비하고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잔머리를 굴리고 있는 형국이다.

여야 정치권의 공통적인 모습은 여의도의 고질적인 후진 정치 병폐에 대해 침묵한 채 대통령 단임제 등 헌법 탓만 하고 있다는 점이다. 여야 모두 군사정권의 잔재인 당 대표 체제를 유지하면서 공천권 등을 미끼로 국회의원을 일렬로 세우는 식의 군대조직으로 변질, 타락시키고 있는 문제에 대해서는 침묵한다. 국회의원은 헌법기관의 권한과 책임이 헌법에 보장되어 있다.

하지만 국회의원은 선거철에만 유권자에게 허리를 굽힐 뿐 일단 여의도에 입성하면 수퍼 갑으로 변신해 유권자위에 군림한다. 정치 머슴의 모습은 실종되는 것이다. 이런 점을 개혁해 정치 서비스를 극대화 할 수 있는 제도 모색 등이 절실하지만 오직 대통령제만을 손가락질하며 ‘네 탓이야’하고 있을 뿐이다.

박근혜 게이트의 또 다른 공범인 자본권력이 게이트 정국에 미치고 있을 영향도 요주의 대상이다. 이 나라는 재벌 공화국으로 검찰, 정당, 언론 등이 재벌의 손바닥위에 있다는 것은 천하가 다 아는 사실이다. 미국에서 트럼프가 당선되면서 한미FTA 재협상이 불가피해지면서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이 이 나라 재벌이다.

재벌들은 농민 등의 희생과 제도적 특혜속에 이득을 보장받는 한미FTA의 재협상에 대비해 가급적 빠른 시일 안에 트럼프 쪽과 물밑 작업 등을 벌여야 할 상황에 직면했다. 정치적으로 사망한 박 대통령은 심각한 장애요인일 뿐이다. 박근혜 하야 목소리가 이른바 수구와 보수 진영에서 합창하듯 나오는 것은 우연으로 보기 어렵다.

종편 TV 등이 입에 달고 살던 박비어천가를 멈추고 청와대에 날을 세우지만 탄핵 등이 기정사실화 되면서 야권 때리기 편파 방송을 쏟아내기 시작한다. 제 버릇 개 못준다는 속담을 생각나게 한다. 지상파 TV가 박근혜 게이트 국면에서 동반 자살하는 모습을 보인 반면 종편은 청와대 공격에 선봉에 섰다는 점도 향후 언론 정상화에 중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박 대통령은 한 달 전만 해도 개헌을 주도하겠다고 큰 소리 치다가 급기야 피의자, 공범으로 검찰 기소장에 기재되는 신세로 전락했다. 대통령은 검찰 수사를 거부했으나 곧 특검, 국정조사 등을 앞두고 있고 하루가 다르게 그 지지층이 이탈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단기간에 제왕적 위치에서 범죄자가 되면서 문고리 3인방, 최순실 일당이 주변에서 사라져 적막강산 같은 입장이 되고 그로 인한 심적 타격이 클 것이다. 마약 중독자에게 나타나는 금단증세와 같은 고통에 시달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재의 상황은 자업자득이다.

박 대통령은 오늘의 현실을 직시하고 자기 입으로 강조했던 국가와 민족을 위한 방법이 무엇인지 심사숙고해서 결단해야 할 것이다. 그것은 헌법과 민주주의를 단시간에 회복시킬 방법을 제시하는 것이다. 시간은 박 대통령의 편이 아니다. 결단을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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