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비로소 법무장관과 민정수석이란 자들이 사의를 표했다고 한다.

이 자들이 파탄에 이른 국정에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나기를 청한 것은 아닐 것이다.

검찰을 제대로 다잡지 못해 박근혜에게 누(累)가 된 것을 죄송스럽게 생각했거나, 신명을 다 해 지켜줘 봐야 그에 따른 보답이 없다는 것을 눈치 챘거나, 도저히 자신들이 지켜줄 수 없을만큼 박근혜의 죄가 중하다는 것을 뒤늦게 발견했기 때문일 것이다.

박근혜 한 사람 때문에 나라가 망하게 됐다고 생각하는가.

최소한 박원순 서울시장만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했음이 분명하다.

그는 22일 국무회의에서 “국무위원 한 사람이라도 대통령에게 직언하는 사람이 있었다면 나라가 이 지경이 되었겠나”라면서 국무총리 이하 국무위원들의 사퇴를 요구했다 한다.

내 친구 김종익이 밤을 도와 번역해 내놓은 황현 선생의 ‘오하기문(오동나무 아래서 역사를 기록하다)’에 다음과 같은 대목이 나온다.

“유학자의 소중한 임무는 격물(格物) 치지(致知) 성의(誠意) 정심(正心)을 이념으로 삼아 나라를 잘 다스려서 세상을 평안하게 하는 것이다. 그래서 유학자의 마음이란 한 사람의 백성이라도 태평성대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면 자기가 마치 길거리에서 매를 맞는 것처럼 아파해야 하고, (...) 유학자의 올바른 도리란 임금의 눈치를 보지 않고 옳고 그른 것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과감하게 진술하여 임금의 잘못을 바로잡고, 탐욕스러운 사람을 청렴하게 만들며, 나약한 사람을 부추겨 떨쳐 일어나게 만들어야 한다.”

조선 때의 ‘유학자’란 곧 지식인을 뜻하며 고위급 벼슬아치와 동의어다.

조선은 저런 유학자들이 없어 나라가 망했거니와, 지금 대한민국에도 그런 지식인, 그런 장차관, 그런 고위 공직자들이 눈을 씻고 봐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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